3대 업적 #1. 근대골목 투어, #2. 김광석 길, #3. 동성로 노점 철거
중앙대 대학원 문화예술 기획 석사 후 역량 폭발
차기 대구시장은 망가진 도심 살려야 '심폐 소생술'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
회색 콘크리트 공화국(온통 밋밋한 고층 아파트 숲)이 된 대구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보면서 문득 부드럽고 섬세한 카리스마로 구정을 이끌었던 문화 구청장이 떠올랐다. 그 이름 석자는 윤.순.영. 내리 3선을 하며 대구 근대골목 투어(한국 관광의 별 대상 수상)를 비롯해 방천동 김광석 길을 조성한 장본인이다. 또한 계산오거리 주변을 관광의 명소로 바꿔 놓았다. 12년 전 매일신문 노동조합 조두진 위원장이 감사패를 전달할 정도였으니,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8일 어버이날 분도빌딩 한 카페에서 점심을 겸해 반가운 얼굴과 마주했다. 첫인사로 '그간 별고 없었는지요?'라고 안부를 묻자, "웬 걸~, 지난해 말 뇌 안에 꽈리 때문에 큰 수술을 했어요. 문화계 후배들과 자리를 하고 다음날 아침에 쓰러졌어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봐요"라는 슬픈 답변이 되돌아왔다. '어떤 스트레스였나'고 추가 질문을 하자, "엉망진창으로 망가진 도심을 함 보라"고 통탄했다. 두 전직 대구시장(권영진 8년+홍준표 3년) 재임시절 도시 디자인과 색깔에 관한 고민을 전혀 하지 않은데 대한 원망도 살짝 담겨 있었다.
특히, 윤 전 청장은 김범일 시장 시절에 도심의 전매청 자리를 아파트 단지로 만든 것은 도시를 망치는 우매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청주시가 전매청 부지를 국립미술관 분관으로 유치해 도심의 새로운 명소로 만들고, 시민들에게 문화적 자부심을 안겨준 사례를 빗대기도 했다. 또, 권영진 전 시장은 자갈마당(홍등가) 부지를 고미술 거리나 런던처럼 테이트 모던 미술관으로 만들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다시금 찾아간 김광석 길 "곳곳에 숨결 느껴"
만나자마자 점심 1시간 남짓, 분도 갤러리 내 사무실에서 2시간 남짓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기 위해 취재진과 '김광석 길' 곳곳을 거닐었다. 윤 청장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분도 빌딩을 나서자마자 대백프라자 쪽 입구에서 전국에서 가장 큰 기타와 마주했다. "이게 가수 김광석과 늘 함께 했던 그 명품 통기타 모형을 그대로 본떠서 8m 크기로 만든 겁니다."
윤 전 청장은 함께 길을 걸으며, 벽화 하나하나가 어떻게 그려진 것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상세하게 알려줬다. 그러더니, 작은 공연장 입구 옆 벽에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 놓은 김광석의 얼굴 부조와 레코드 판 모양 위에 새겨진 점자를 가리켰다. "여러 아이디어 중에 신중하게 선택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겁니다. 이곳에선 모두가 김광석의 숨결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대구 근대골목 투어 "한국 관광의 별(★)"
윤 전 청장은 3선 재임기간 중 세가지 큰 업적으로 동성로 노점상 철거(반발 심해 죽을 고생을 했던 기억)와 김광석 길 조성 그리고 대구 근대골목 투어가 지역 대표 관광상품이 된 것을 꼽았다. "그 구청장, 예술이네" 이런 기분 좋은 말까지 들었던 그는 초선 시절부터 '대구 중구 근대로의 여행'이라는 골목투어를 기획했고, 작은 기적을 일궈냈다.
이 골목투어는 2012년 대한민국 관광의 별(대상)이 되었고,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100곳'에도 선정됐다. 지금도 매년 전국에서 또 해외에서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모여드는 대구 최고의 관광코스로 자리잡았다. 그는 "우리는 함께 옛길을 찾아 지도를 그리고 그 위에 새 길을 깔았다"며 "낡고 헌 골목에 새 숨을 불어넣으니 골목은 그 옛 시절의 오밀조밀한 모습으로 되살아났다"고 뿌듯해 했다.
◆일과 결혼 "화려한 싱글, 문화기획자"
윤 전 청장을 따라다니는 또다른 수식어는 '소녀 또는 수녀'.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심스레 그 이유를 묻자 "일과 결혼했다. 그게 다다"라고 담백한 답이 돌아왔다. 실제 그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는 대답과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나마 이성에 관심이 많았던 때, 혼기(婚期)를 놓쳤다. 이후 문화예술 및 공연 기획자, 선출직 행정가로서의 삶에 푹 빠져 살았다고 회고했다.
경북 상주가 고향인 그는 학창시절(상주여중·고교)에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주목 받았던 규율 반장이자 리더십으로 충만한 행동파 여걸(女傑)이었다. 의외로 경영학을 전공했던 대학시절은 조용하게 보냈다. 뭘 할 지에 대한 고민과 방황 때문이었다. 그러다 중앙대 대학원에 입학해 문화예술 기획 쪽에 석사학위를 받으면서 인생은 다시금 날개를 폈다.
윤 전 청장의 잠재력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연극 '신의 아그네스'(주연 박정자, 윤석화, 손숙),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주연 남경주, 최정원), '고래사냥'(연출 송승환) 등의 대구 공연을 기획했다. 극단 분도를 창립해 톱배우 이성민을 주연으로 한 '불의 나라'도 무대 위에 올렸다. 이성민 배우는 윤 전 청장과의 개인적 인연 때문에 중구청 홍보대사를 맡기도 했다.
◆"인생 3막, 서막이 밝았다"
윤 전 청장의 인생 2막은 끝이 났다. 1막은 화려한 문화 기획자로서의 광폭 행보였으며, 2막은 대구 중구청장에 당선되어, 내리 3선을 하며 문화 행정을 펼친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3막의 시작되고 있다. 뇌 수술까지 한 터라 더더욱 새 인생을 사는 의미는 더해진다. "뭐가 두렵겠습니까? 문화가 흐르는 도시, 대구를 위해 뭐든 하겠습니다. 자연의 향기는 꽃, 인간의 향기는 문화입니다."
현재 맡고 있는 직책은 (사)여성과 도시 이사장, (사)박동준 기념사업회 이사장 그리고 분도갤러리 대표다. 아직 짱짱하고, 총명하기 때문에 대구를 위해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 6·3 지방선거에서 망가진 대구를 살릴 훌륭한 시장이 선출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이제 도심을 살릴 마지막 심폐 소생술을 해야 한다"며 "경제도 살려야 하겠지만, 회색 도시를 탈바꿈시킬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당장 해야 할 버킷리스트도 있다. 대구가톨릭대에서 미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는데, 논문을 못썼다. '윤순영 미학 박사' 타이틀도 완성시켜야 할 숙제다. 세계 문화 탐방을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으로 여기는 그는 일생 일대의 좋은 추억과 기억이 남아 있는 여행지로 ▷스위스 알프스 산맥 ▷일본 나오시마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을 꼽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