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이란 전쟁 이후의 세계와 한국

입력 2026-05-0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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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 선임논설위원
석민 선임논설위원

한국 언론을 통해 이란 전쟁을 이해하고 계시는 분들은 흐름을 잘못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교회언론회와 복음언론인회가 지난달 28일 '한국 언론의 이란전 보도 분석'을 공개한 내용을 보면 한국 언론의 편향성(偏向性)이 두드러지는 탓이다.

이란 전쟁 시작부터 44일간 보도된 6만1천548건의 기사를 전수 분석한 결과, 미국의 억지력이나 동맹 가치 등 안보 역할을 긍정적으로 언급한 기사는 단 9건뿐이었고, 미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기사는 162건으로 18배나 됐다. 외신 인용에 있어서도 로이터통신이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보다 12.5배나 많아 특정 진영의 논리를 편향적으로 수입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 '멍청' '미친' '오락가락' 등 비하(卑下)와 조롱(嘲弄) 섞인 표현을 담은 기사 제목이 무려 1만628건에 달했다.

마치 미국인 절대다수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비판적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이 한국 언론의 일반적 행태이다. 정말 그럴까. 미국 방송사 뉴스맥스가 하버드 CAPS/해리스에 의뢰해 지난달 23일부터 4일간 미국 유권자 2천74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輿論調査)한 결과는 사뭇 달랐다.

무려 74%가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막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했고, 54%는 '미국의 이란 공습은 정당하다'고 했다. 이란 항구 봉쇄(封鎖)를 지지하는 의견도 57%에 달했다. 한국 언론을 통해 전해 듣던 미국 내 여론과는 크게 다르다.

UAE(아랍에미리트)가 지난 1일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그 확대 협의체인 OPEC+(러시아 등)에서 60년 만에 탈퇴(脫退)한 것은 향후 세계 석유 시장의 주도권이 카르텔에서 경쟁 시장(미국)으로 바뀔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이다. 이것은 이란-베네수엘라-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α로 '페트로 위안화' 시대를 열고자 했던 중국의 계획이 폭망했다는 의미이며, 이란 전쟁의 결과를 예측한 UAE의 생존 본능에 따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해상 물류의 4대 초크 포인트(핵심 길목)는 호르무즈·말라카 해협과 수에즈·파나마 운하가 꼽힌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항구에 대한 원거리 봉쇄로 사실상 미국의 통제권 아래 들어갔고, 말라카 해협은 지난달 미국과 인도네시아의 군사협력 체결로 미국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됐다.

파나마 운하의 장악은 더 극적이다. 중국계 기업이 2047년까지 파나마 운하 양쪽 끝 항구 2곳의 운영권을 확보했으나, 올해 1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이 체포되어 미국으로 압송되자마자, 파나마 대법원은 '운영권 연장 위헌' 판결을 내려 중국을 내쫓아 버렸다. 세계 해상 물류가 미국 패권 아래 귀속(歸屬)되고 있는 셈이다.

조만간 세계사의 거대한 물결은 동아시아로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영리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달 27일 "새로운 전쟁 방식과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다음 날 "국가란 국가 스스로 지켜야지 왜 (미군에게) 의존하느냐"고 했다. 지난해 중국 항공모함이 우리 관할 해역에 8번이나 출몰하고, 중국 군함이 350차례 우리 해역을 침범(侵犯)해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말만 앞서는 꼴이다. 에너지·경제·안보가 한 묶음으로 엮여서 돌아가는 새로운 국제 질서가 열리는 순간이다. 국제 정세에 둔감한 지도자들이 나라를 망치고 식민지로 전락했던 그 아픈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