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신고가 찍었는데"…삼성전자·SK하이닉스 '고평가' 경고 확산, 왜?

입력 2026-05-04 10: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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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서 삼전 목표가 첫 하향…씨티그룹, 32만→30만 원 낮춰
이유는 노조 리스크…"파업 따른 대규모 성과 충당금 설정"
BNK투자증권, 하이닉스 투자의견 하향…"하반기 둔화 우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사옥. 각 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사옥. 각 사

국내 반도체 대장주에 대한 고평가 경고가 확산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과 국내 증권사들이 잇따라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조정하면서, 단기 상승에 따른 피로감과 하반기 실적 불확실성이 동시에 부각되는 양상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그룹은 지난달 30일 보고서를 내고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32만 원에서 30 만원으로 내려 잡았다. 해외 글로벌 IB에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낮춘 것은 올해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씨티그룹은 최근 불거진 노사 갈등을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 역대급 메모리 업사이클이 지속되고 있지만, 파업이 격화할 경우 대규모 성과급 충당금 설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씨티그룹은 이를 근거로 올해와 내년 삼성전자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보다 각각 10%, 11%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영업이익의 15%를 상한선 없이 지급할 것을 요구하며 이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보고서를 작성한 피터 리 씨티그룹 연구원은 이와 함께 삼성전자의 주요 리스크로 ▲주요 고객사에 대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 지연 ▲경쟁사의 투자 확대 ▲원화 강세 전환 시 환율 효과로 인한 실적 변동성 확대 등을 꼽았다.

다만 삼성전자의 기초 체력(펀더멘털)에 대해서는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보고, 인공지능(AI) 수요 급증 등으로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점을 반영, 투자의견은 '매수(Buy)'로 유지했다.

피터 리 연구원은 "고객사들이 이미 내년 물량을 선주문하고 있다"라며 "신규 팹의 리드타임 제약 및 제한적인 공급 증가를 고려하면 내년에는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SK하이닉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BNK투자증권은 앞서 지난달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한 리포트를 발간, 하반기 실적 둔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국내 증권가에서 SK하이닉스 주가가 200만 원을 넘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줄줄이 내놓고 있는 가운데 처음으로 발간된 투자의견 하향 보고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4)의 매출 비중이 확대되면서 전반적인 수익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논거다. 단기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과 하반기 실적 둔화 가능성을 반영한 조정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영업이익은 60조2500억 원으로 추가 증가가 예상된다. D램과 낸드 평균판매단가(ASP)가 각각 전 분기 대비 30%, 40% 상승할 것"이라면서도 "하반기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추론 AI 사이클이 후반부에 진입하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HBM4 매출 비중 확대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그러면서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설비투자 상향 흐름도 3월 이후 주춤하고 있고, 현물가격과 고정거래가격 간 격차 축소로 ASP 상승 폭도 둔화될 전망"이라며 "기존 서버 주문이 커 수급은 타이트하겠지만 주가 모멘텀은 약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 기대한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내놓지 못한 점도 '하향' 이유로 짚었다.

이 연구원은 "높아진 기대 수준보다는 올해 1분기 실적이 미흡했다"라며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를 매출은 1%, 영업이익은 3% 각각 소폭 웃돌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37조6103억 원, 매출액 52조5763억 원을 기록해 영업익과 매출 모두 분기 최대 기록을 썼지만, 기대만큼의 깜짝 실적은 아니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 연구원은 "최근 마이크론, 삼성전자 실적 발표 이후 40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대하던 분위기와 비교하면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라며 "낸드(NAND) 비트그로스(비트 기준 출하량 증가율)가 분기 대비 11% 감소해 매출액이 기대보다 적었고, 이익률도 예상보다 낮았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가파른 실적 증가에도 사이클 후반에 진입함과 하반기 모멘텀 둔화를 고려할 때 이제는 저 주가수익비율(PER)주로 전환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러한 고평가 경고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장 초반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오전 10시 10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장보다 2.04%(4500원) 상승한 22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SK하이닉스도 전 거래일 대비 6.30%(8만1000원) 오른 136만7000원에 거래 중이다.

노동절 연휴(5월 1일)로 국내 증시가 지난주 금요일 휴장한 사이 뉴욕증시가 기술주 중심으로 강세를 이어갔던 것이 한꺼번에 주가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2.26%와 0.87%씩 상승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 등 외부 불확실성이 상존했지만, 국내외 주요 국가 증시는 실적 시즌 모멘텀으로 지수 레벨업을 시현한 상황"이라며 "이번 주 국내 주식시장은 대내외 주요 매크로, 실적 이벤트 등을 치르며 단기 고점 부담에 따른 차익 실현과 주도주 모멘텀 강화에 따른 추가 매수 수요간 공방전이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