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세계: 사보세] 뱅크시… '이번엔 조각상'

입력 2026-05-03 14: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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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얼굴 없는 작가 뱅크시(Banksy)
런던 도심 전승 기념 공간에 조각상 세워

4월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워털루 플레이스에 등장한 조각상. 얼굴을 깃발로 가린 남성의 모습으로 동상 하단에는
4월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워털루 플레이스에 등장한 조각상. 얼굴을 깃발로 가린 남성의 모습으로 동상 하단에는 '뱅크시'의 서명이 새겨져 있다. EPA 연합뉴스

반전을 주제로 상징성 있는 여러 벽화를 공개해 세계적 주목을 받아온 뱅크시의 작품이 런던 도심 한복판에 설치됐다. 이번에는 조각상이다. 얼굴 없는 작가답게 조각상 설치 과정을 담담히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

조각상은 깃발에 얼굴이 가려진 한 남성을 묘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어떤 깃발인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어떤 목표를 향해 앞도 보지 않고 나아가는 자세로 보인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단상 아래로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다.

조각상이 설치된 공간과 결부시킨다면 특정 의미가 도드라질 수 있다. 1800년대 영국의 세계 패권을 자랑하고, 제국주의적 영광을 내보이려는 '세인트 제임스 워털루 플레이스'라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름 그대로 1815년 프랑스 나폴레옹을 패퇴시킨 '워털루전투'의 승리를 기념해 명명한 공간이다.

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워털루 플레이스에 설치된 조각상을 시민들이 보고 있다. 얼굴을 깃발로 가린 남성 조각상의 하단에는
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워털루 플레이스에 설치된 조각상을 시민들이 보고 있다. 얼굴을 깃발로 가린 남성 조각상의 하단에는 '뱅크시'의 이름이 적혀 있다. EPA 연합뉴스

이곳의 동쪽에는 내셔널갤러리에 접한 트라팔가광장이 있고, 서쪽에 영국 국왕의 공식 사무실인 버킹엄궁이 있다. 100m 정도 떨어진 트라팔가광장에도 호레이쇼 넬슨 제독의 동상이 있다. 넬슨 제독은 우리의 이순신 장군에 비견되는 인물로 1805년 트라팔가 해전을 이기면서 세계의 기운을 영국으로 가져온 일등공신이다.

이 지역 전체가 일종의 국가적 자긍심을 최대한 끌어올린 상징적 공간인데 뱅크시가 이곳에 조각상을 세운 것이다. 국가 권력을 거침없이 비판하는 기개(氣槪)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