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 학교 풍경은 참 낯설다. 아이가 뛰어 놀아야 할 운동장에는 공 차는 소리가 멈췄고 민원이 들어온다며 생일 파티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이 발송된다. 승부도 시상식도 없는 무색무취 운동회가 열린다. 교실 안에서는 가위질 사고가 걱정돼 교사가 미리 잘라둔 색종이만 붙이는 미술 수업이 진행된다.
천하람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6천여 곳 가운데 312개교가 교과 시간 외 신체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비율은 계속 증가세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현장체험학습 실시 비율은 2023년 98.8%에서 지난해 51.1% 수준으로 2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수업의 일부 아닌가"라며 "선생님에게 부담이 생기면 인력을 추가로 채용해 안전 요원을 데리고 가면 되는 것이지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교사의 책임 회피적 자세를 고쳐야 한다는 게 대통령 발언의 요지였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이는 번지수가 틀린 공격이다. 학교가 체험학습을 꺼리는 이유는 교육적 가치를 몰라서가 아니다. 사고가 났을 때에 책임이 어떻게 번질지 장담할 수 없는 구조 때문이다.
2017년 한 초등학교 수학여행에서 한 학생이 새벽 1시에 장난감 화살을 뾰족하게 깎아 친구에게 쐈다가 화살에 맞은 친구가 실명하는 비극이 있었다. 법원은 2021년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고였다"며 교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교사가 깊은 새벽에 일어나는 학생의 일탈을 완벽하게 예방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사법부는 교사에게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무결성을 요구했고 이런 사례가 쌓이며 오늘날 교실의 모습이 만들어진 것이다.
어디까지 해야 면책되는지 기준이 분명하지 않으니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길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됐다. 이는 교사의 무책임함이 아니라 학생 안전을 지키라는 요구에 순응하는 과정에서 학교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책임을 떠안게 된 '구조'의 결과다. 상황은 이런데 대통령이 복합적인 책임의 굴레는 외면한 채 원인을 교사 개인의 나태함에서 찾는 쉬운 선택을 했다.
해결책은 단순하다. 현실에 맞게 면책의 기준과 범위를 정교하게 설계하면 된다. 사고 가능성을 이유로 모든 교육 활동을 위험한 일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사고가 나더라도 교육이 멈추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그걸 만들어야 할 국회 모습은 어떨까. 백승아 민주당 의원은 체험학습 시 안전요원의 배치를 확대·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의 책임을 덜어주기는커녕 형식적인 행정 업무만을 가중 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의 법안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드러난다. 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교사가 학생 상담 과정에서 얻은 민감한 정보를 유출하는 경우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학생의 위기 신호를 교사가 상담교사와 전문상담사, 외부기관과 나누며 개입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교사는 고민하게 될 것이다. 정보 공유 자체가 처벌의 위험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교사는 결국 침묵을 택하게 되지 않을까.
안전을 내세우지만 현장에선 교육 환경을 더 위축시키는 법안이라면 그건 아이를 위한 입법이 아니다. 현장을 더 겁먹게 하는 압박일 뿐이다. 초가삼간 다 태워 놓고 빈대 없는 안전한 무균실을 만들었다며 뿌듯해 하고 있는 모습이 우리 정치권의 현주소라는 게 부끄러울 따름이다.
박성준 프리드먼연구원 주임연구원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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