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 57조 '신기원'…국내 첫 50조 돌파

입력 2026-04-30 09: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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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부문이 영업익 94% 견인…메모리 매출 74.8조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6,600선을 돌파한 지난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SK하이닉스·삼성전자 종가가 표시돼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39.40포인트 오른 6,615.03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7.97포인트 오른 6,533.60으로 출발한 이후 상승 폭을 키우며 6,600선을 넘어섰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6,600선을 돌파한 지난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SK하이닉스·삼성전자 종가가 표시돼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39.40포인트 오른 6,615.03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7.97포인트 오른 6,533.60으로 출발한 이후 상승 폭을 키우며 6,600선을 넘어섰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한국 기업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50조원 벽을 돌파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열풍에서 비롯된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실적을 끌어올린 결과다. 다만 메모리 가격 폭등이 모바일·가전 부문에는 원가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양극화' 흐름도 함께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30일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3조9000억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의 확정 실적을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9%, 직전 분기 대비 43% 늘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6%, 직전 분기 대비 185% 급증했다. 종전 분기 최대였던 지난해 4분기(20조1000억원)를 한 분기 만에 두 배 이상 갈아치웠다. 영업이익률은 42.8%로, 직전 분기보다 21.4%포인트 뛰었다. 순이익은 47조2000억원, 보통주 기준 주당순이익(EPS)은 7123원이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1%, EBITDA 마진은 51%까지 올라섰다.

■ 메모리가 영업이익의 90% 이상 견인

이번 실적의 심장부는 반도체(DS) 부문이다. DS 부문은 매출 81조7000억원, 영업이익 53조7000억원을 기록해 전사 영업이익의 약 94%를 책임졌다. DS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66%에 달한다. 이 가운데 메모리 사업 매출은 74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9조1000억원) 대비 292% 급증했다.

메모리 사업의 폭발적 성장은 두 축이 맞물린 결과다. 우선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SSD 수요가 공급을 압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12일 6세대 HBM(HBM4)을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탑재되는 이 제품은 동작속도 11.7Gbps로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8Gbps)을 46% 웃돈다.

또 하나의 축은 가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일반 D램 계약 가격은 직전 분기 대비 93~98% 상승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같은 기간 메모리 평균 가격이 50~55% 올랐다고 집계했다. 통상 1분기는 IT 비수기로 분류되지만, AI발(發) 메모리 쇼티지(공급 부족)가 계절성을 압도했다.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은 비수기 영향으로 실적이 부진했지만, 2나노 2세대 공정의 모바일향 양산 시작과 4나노 메모리·AI/HPC향 LPU 양산 본격화 일정을 잡아 하반기 반등 발판을 마련한 상태다.

■ 갤럭시 S26 흥행에도 모바일 수익성은 '제자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매출 52조7000억원, 영업이익 3조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19%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6%에 머물렀다. 갤럭시 S26 시리즈 출시로 외형은 키웠으나 메모리·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품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눌렸다.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사업은 매출 38조1000억원, 영업이익 2조8000억원을 거뒀다. 갤럭시 S26 시리즈는 국내 사전 판매 135만대로 갤럭시 S 시리즈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고,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집계 기준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22%로 애플(20%)을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그러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원가 압박이 가중되면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4조3000억원)보다 1조5000억원 줄었다.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은 매출 14조3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기록했다. 프리미엄·대형 TV 판매와 리소스 효율화로 직전 분기 적자(6000억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SDC)는 매출 6조7000억원, 영업이익 4000억원을 거뒀다. 게이밍 모니터용 OLED 수요는 견조했으나 중소형 패널이 계절적 비수기와 스마트폰 수요 둔화로 실적이 후퇴했다. 하만(Harman)은 매출 3조8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으로 1분기 비수기 영향을 받았다.

■ 재무 체력도 두꺼워져…순현금 119조원

재무 체질은 한층 두터워졌다. 1분기 말 자산은 633조3000억원, 자본은 486조600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각각 11.7%, 11.5% 늘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40조3000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설투자(유형자산 증가)에 17조1000억원을 투입했음에도 기말 현금성 자산은 147조4000억원, 순현금은 119조2000억원까지 불어났다.

회사는 1분기 자기주식 매입에 7조6000억원을 썼고, 4월 2일에는 보유 자사주 8695만여주(약 14조6000억원 상당)를 소각했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과 상반기 16조원 규모 추가 소각 약속을 동시에 이행하는 흐름이다. 연구개발비는 11조3000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치를 새로 썼다.

■ 2분기·하반기 전망…공급 부족이 만드는 '공급자 우위' 시장

전망은 사업부별로 엇갈린다. 메모리는 2분기 HBM4E 첫 샘플 공급을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신규 GPU·CPU향 초기 메모리 수요까지 더해질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파운드리는 선단공정 라인 가동률이 최고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다.

반면 모바일·가전은 부품가 상승 압력이 누적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분기 메모리 가격이 직전 분기 대비 80~85%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D램 가격이 연간 47%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흐름은 결국 PC·스마트폰 등 완제품 가격 인상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대외 변수도 적지 않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의 고율 관세, 환율 변동성이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힌다. 사상 최대 실적 발표 직후에도 삼성전자 주가가 일주일간 4.1% 오르는 데 그친 배경에는 이러한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

한 증권사 반도체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번 분기 실적은 단순한 가격 반등이 아니라 AI 인프라가 만드는 구조적 수요와 공급 부족이 결합한 '슈퍼사이클'의 진입 신호"라며 "HBM4·HBM4E 양산 가시화와 자사주 소각·배당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적어도 2027년까지는 공급자 우위 구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