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TV조선 고문·영남대 특임교수
1606년 옥스퍼드대 의학박사인 토머스 본햄(Thomas Bonham)은 의사협회(The College of Physicians)로부터 벌금형을 받고 투옥되었다. 이유는 의사협회의 허가를 받지 않고 런던에서 의료행위를 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의사협회는 왕실 칙령과 의회법에 따라 의사 자격을 관리하고, 의료 종사자들을 심판·처벌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본햄이 일반재판소(Common Bench)에 소송을 제기하자, 재판관 에드워드 코크(Edward Coke)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 이해당사자인 의사협회는 의료행위에 대해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Nemo iudex in causa sua)'는 격언은 로마법에서 유래됐다. 이 원칙에서 현대민주주의의 헌정주의와 법치주의가 나왔다. 그래서 대통령은 자기 사면(self-pardons)을 할 수 없다. 자신과 관련된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해서도 안 된다. 삼권분립이 존재하는 한 그것은 사법부에 속한 권한이다. 그런데 1973년 닉슨 미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조사하는 아치볼드 콕스(Archibald Cox) 특별검사를 해임했다. 백악관의 비밀 테이프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리처드슨 법무장관과 럭켈하우스 법무차관이 콕스 검사 해임에 항의해 사임했다. 도일 특검 대변인은 미국이 법의 지배를 받을 건지, 한 사람의 지배를 받을 건지 갈림길에 섰다고 선언했다. 탄핵의 위기에 처한 닉슨은 결국 사임했다.
더불어민주당이 4월 30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국정조사'에 이어 특검법안을 발의했다. 수사 대상은 대장동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물론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 모두를 포괄하고 있다.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공직선거법 위반사건도 대상이다. 문제는 이 특검에 공소 취소 권한까지 부여했다는 것이다. 만약 대법원 판결도 공소취소되면 사법권은 대체 어디에 있고, 삼권분립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특별검사는 대통령이 민주당, 국민의힘, 조국혁신당이 추천한 3명의 후보 중 대통령이 선택한다. 자기 사건을 수사할 특검을 스스로 고르는 것이니, 'Nemo iudex' 원칙도 허물어진다.
우리 국민이 이걸 허용할까?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로 범죄자들이 7400억이나 챙겼지만, 국민의 반응은 예상외로 덤덤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자기 몸 하나 추스르기 힘든 형편이다. 더욱이 대통령 지지율이 60%를 상회한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국민 64%는 이 대통령 재판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운명의 숫자가 있다. 지난 21대 대선 때 이재명 후보 득표율은 김문수, 이준석 후보의 득표율을 합한 것보다 0.07% 적었다. 12·3비상계엄의 폭풍이 몰아친 선거였는데도 그랬다. 어찌보면 국민은 이 대통령을 지지한 게 아니라, 보수를 심판했을 뿐이었다. 그 고뇌의 숫자가 -0.07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극은 '0.73%의 무게'를 잊은 데 있었다. 2022년 20대 대선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정확히 그만큼 이겼다. 간발의 차이였다. 그러니 말 한마디도 조심하고, 국민의 뜻을 받드는 데 혼신의 힘을 쏟아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였다. 검찰과 측근 중심의 인사에, 김건희 여사의 비위를 감추는 데 급급했다. 국민은 2023년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1차 경고를 발했다. 그래도 바뀌지 않자 2024년 22대 총선에서는 매섭게 회초리를 쳤다. 탄핵에 가까운 참패였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끝내 바뀌지 않았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됐나.
권력은 강하고 인간성은 약하다. 대통령이 되면, 현명한 사람도 절로 귀가 막힌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SNS가 그 징후다. 이스라엘 병사의 잔혹 행위 오보는 그 한 사례다. 그게 인권 발언인지 아닌지 보다, 대통령 홀로 그런 발언을 한다는 게 문제다. 대통령의 자아가 비대해지면서 국가 시스템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하지만 -0.07의 무게를 잊으면 호랑이로 돌변한 국민을 보게 될 것이다. 공소취소 특검으로 지금 그 문이 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