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 내자동에 종침교(琮琛橋) 터가 있다. '종침교'는 조선 성종 때 문관 허종(許琮)·허침(許琛) 형제의 이름을 딴 것으로, 이들 형제가 연산군이 생모인 성종의 계비(繼妃) 윤씨 폐출(廢黜)과 사사(賜死)에 관련된 신하들을 모조리 도륙(屠戮)하고 부관참시(剖棺斬屍)한 갑자사화(1504년)를 모면한 일화가 전해온다.
윤씨 사사 문제가 조정의 핫이슈였을 때 허종은 의금부(義禁府) 지의금부사(知義禁府事), 허침은 승정원(承政院) 형방승지(刑房承旨)였다. 모두 윤씨 사사 문제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자리였다. 그래서인지 야사(野史)는 폐비 윤씨 사사를 집행할 봉약관(奉藥官)은 허종·허침 형제가 맡게 돼 있었으나 '자해극'으로 이를 피했다고 전한다. 성종이 윤씨 사사를 논의하는 어전회의를 소집했는데, 세자(연산군)가 등극하면 화를 면치 못할 것이란 누나의 충고를 따라 종침교에 이르러 일부러 말에서 낙상(落傷)하고는 이를 핑계로 입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전회의 불참은 낙마가 아니라 조모상(祖母喪) 때문이었다고 한다. 할머니가 손자들에게 닥칠 액화(厄禍)를 막으려고 돌아가시는 날을 그렇게 잡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억세게 재수가 좋았다.
반면 윤씨 사사를 집행한 좌승지 이세좌(李世佐)의 운명은 처참했다. 사약형을 받고 자진(自盡)했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머리가 잘려 효수(梟首)됐고, 집은 부숴져 연못이 됐으며 친인척 집도 모두 헐렸다. 연산군은 사약으로 비상을 추천한 내의(內醫) 송흠(宋欽), 사약을 윤씨 집으로 들고 간 승정원 주서(注書) 권주(權柱)도 죽였다. 이들은 선왕(先王)의 명을 이행했고, 전문가로서 가장 효과적인 사약을 추천했고, 승지의 지휘에 따라 사약을 운반했다. 모두 자기 직무를 충실히 이행한 것이다. 그리고 그 '죄'로 사왕(嗣王·연산군)에게 죽임을 당했다.
이런 사실(史實)을 꺼내는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 권한을 갖는 '조작기소 특별검사'로 임명될 분에게 이세좌처럼 되지 말라고 충고하기 위해서다. 공직자의 직무는 충실히 이행해야 하지만 그러지 말아야 할 경우도 있다. '조작기소 특검'의 직무가 그렇다. 충실히 이행하면 이세좌처럼 나중에 처벌받을 수 있다. 역사의 처벌이다. '이재명 셀프 사면의 주구(走狗)' '이재명 범죄 혐의 말소의 마름'으로 역사에 더럽게 기록될 것이다.
민주당이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법'은 '조작기소 국정조사'에서 다룬 이 대통령 관련 등 7개 사건과 이 대통령 관련 사건으로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거나, 항소심이 진행 중이거나, 1심 단계인 사건 등 5개 사건의 공소 취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는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Nemo iudex in causa sua)는 법언(法諺)의 파기이다. 로마법에서 유래했고, '왕은 신(神)과 법 아래에 있다'며 국왕 제임스 1세의 자기 재판 개입을 저지한 17세기 영국의 법관 에드워드 코크에 의해 확립된 이 원칙은 '법의 지배'의 핵심이다. 조작기소 특검은 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대통령이 자기 사건을 사실상 자신이 공소 취소하는 것이다. '법의 지배'의 종식이다.
흥미로운 것은 민주당이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특검 후보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먼 훗날의 역사의 처벌 때문만이 아니라 가까운 장래에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거나 다음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되면 '법왜곡죄'에 걸릴 수 있다.
그래서 현직 검사나 변호사들을 위해 충언을 드린다. '조작기소 특검'을 맡아 달라거나 특검 파견을 여당이 요청하면 야사가 전하는 허종·허침 형제의 자해극이나 정사가 전하는 조모상처럼 무슨 이유든 만들어내서 무조건 피하라. 이 대통령이나 민주당과의 '의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특검 자리를 맡을 사람에게도 충고한다. 수사를 하는 척만 하다가 '열심히 수사했으나 공소 취소까지는 못 갔다'고 하라. 그것이 보신(保身)의 길이자 법치와 양심과 상식을 지키는 길이다. '개딸'이라면 모를까 이를 비난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자기 직무를 해태(懈怠)해 법치를 보존하는 기막힌 방책(方策)이라는 찬사를 받을 것이다. 초망지사(草莽之士)의 어쭙잖은 소리로 흘려듣지 말기를 미리 당부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