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35, 백주 43, 골드 500 등 중국 시장 개척
2010년 OB맥주 퇴사, 수성고량주 명맥 이어
수성고량주 브랜드 마스코트인 부엉이 예찬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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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를 대표하는 소주는 금복주(참소주)지만, 증류주인 수성고량주도 우리 고장의 자랑이자 자부심이다. 한 때, 대한민국의 독점 고량주 브랜드이기도 하다. 생산공장이 북구 산격동에 있었지만, 지금은 중국 심양으로 옮겨갔다. 심양 인근의 만주 벌판 붉은 수수밭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곳이라 고량주를 만드는 주 재료를 구하기가 용이해서였다. 수성고량주는 알곡이 좋은 수수만 사용하기 때문에 향이 산뜻하고, 뒷맛이 깨끗하다. 뒤탈도 없다.
이승로(1964년생) 수성고량주 대표는 향토 술도가 맥을 이어가는 기업가로 1년 365일 어떻하면 더 좋은 술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이런 노력 탓에 수성고량주 브랜드는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중국의 명주 '수정방'(水井坊)에 버금가는 자체 브랜드 '블루 35', '백주 43'은 이미 국내 뿐 이나라 중국 시장에서도 먹혀 들고 있다. 또 오는 6월에는 신상품 '수성골드 500'이 출시 예정이다. 그는 "마셔 본 사람은 안다"는 굳은 믿음이 있다.
◆대구 술의 명맥을 이어가는 자부심
이승로 대표는 대구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술 사나이다. 현 거주지도 신천시장 인근이다. 동신초교, 청구중, 능인고 출신이다. 경북대 행정학과(82학번) 졸업한 후 행정고시를 도전하다, 두산그룹으의 모기업 격인 OB맥주에 입사해 화려한 영업이력을 쌓았다. 대구와 경북은 물론 경남지점장까지 맡으며, 억대 연봉을 자랑했다. OB맥주에선 아직도 입지적인 인물로 척박한 곳에서 시장을 개척하는 능력자로 통했다.
2010년에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찾아왔다. 당시 수성고량주 권순갑 회장을 만나게 됐고, 대구의 자부심인 수성고량주의 명맥이 끊기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이 대표는 OB맥주 지점장 자리를 버리고, 수성고량주에서 제2의 술 직장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이직 후 그는 권 회장과 수성고량주의 고품질화, 현대화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몇년 후 연로해진 권 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나 수성고량주를 이 대표에게 맡겼고, 현재까지 그 믿음에 보답하고 있다.
이 대표는 더 좋은 수성고량주를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연구하고 있다. '후레쉬 40'은 경북대 발효생물공학연구소와 산학협력을 통해 만들어낸 히트 상품이기도 하다. 당시 박희동 소장과 이 대표가 의기투합해, 물을 쓰지 않는 고체 발효 공법으로 오직 곡물의 수분만으로 기화, 냉각 방식으로 순도 높은 증류주를 만들어냈다. 그는 "수성고량주는 대구 사람들이 만들어낸 명품 증류주로 술의 향과 맛 뿐 아니라 건강에도 좋다"고 강조했다.
◆'부엉이'를 각별히 사랑한 남자
수성고량주의 마스코트는 '부엉이'이다. 가장 대중적인 대표 브랜드에는 부엉이가 그려져 있다. 이 대표의 부엉이 사랑은 각별하다. "부엉이는 올빼미와 다릅니다. 밤의 황제이자 조류 중에는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입니다. 날개를 펼치면, 2m에 이를 정도며, 소리없이 날아가 먹이를 낚아 챕니다."
이 대표는 부엉이를 수성고량주의 마스코트로 활용했고, 대구 시내에 부엉이 박물관을 만들 정도로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그는 "부엉이는 지혜를 주고, 영감을 주고, 시상을 떠올리게 하는 영험한 동물"이라며 "수성고량주를 마시면 그 이로움을 체험할 수 있다"고 부엉이 예찬론을 펼쳤다.
부엉이는 북구의 마스코트 구조(區鳥)이기도 하다. 하중도에는 부엉이 마을이 있었으며, 조야동에는 부엉더미라는 바위도 있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북구는 10년 전, 구조를 황조롱이에서 수리부엉이로 바꿨다. 마스코트의 이름은 '부키'. 북구에 터전을 잡고 있는 수성고량주 역시 부엉이를 브랜드의 상징으로 선정한 배경이다.
◆연태(烟台)에 밀리는 수성(壽星)고량주
수성고량주가 중국산 연태고량주에 맞서 경쟁력을 갖기에는 가격 경쟁력에서 턱없이 밀린다. 시장은 냉정하다. 중국집에서도 수성고량주 대신 저렴한 '짝퉁'(유사품이 더 많음) 중국산 연태고량주를 손님에게 내놓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술 시장 자체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그 지역의 인근에서 값싸게 생산하는 짝퉁 브랜드가 많다. 중국 공산당 공식주 마오타이주도 그 동네에서 생산되는 유사품이 80~90%나 된다.
이 대표는 수성고량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본 주류 시장처럼 각 지역마다 특화된 술을 지키려는 애향심도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최근엔 금복주조차 진로(참이슬)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역 자체 생산 브랜드를 애용하는 것은 먼 훗날 '대구 술'이라는 자부심이자 전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성고량주는 '동양의 명품 위스키'로 그 품질과 맛에서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실제 수성고량주 마니아들의 믿음은 두텁다. 범어네거리 인근 향돈촌에서 만난 한 애호가는 "삼겹살을 먹으러 갈 때마다 소주 대신 수성고량주를 찾는다"며 "향이 좋고, 목넘김이 깔끔한데다, 몸이 가벼워진다. 다음날에도 숙취가 전혀 없다"고 좋아했다. 지난해부터는 젊은 층들을 중심으로 수성고량주를 하이볼로 제조해 마시는 트렌드마저 생겨나고 있다. 중장년 층에서도 극단적으로 수성고량주만 고집하는 애주가들이 적잖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