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소식이 답지(遝至)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미뤘던 결혼식이 몰린 탓인가? 아무렴 어떤가. 지난 2월 태어난 아기가 7년 만에 가장 많았다는 뉴스도 반갑다. '인구 절벽'의 그늘에도 봄 햇살은 깃든다.
그러나 결혼과 연애를 꺼리는 청년이 많다는 점은 여전한 현실이다. 경제적 여건이 '청춘 사업'(연애·결혼)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집값, 육아, 교육비는 결혼을 부담스러운 선택으로 만든다. "사랑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말을 부정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많은 이들은 연애조차 미룬다. 사랑과 결혼이 돈에 얽매인 세상이 안타깝다. 속물근성(俗物根性)이라고 탓할 수도 없다.
연애를 하기도 전에 상대의 학벌, 직업, 연봉, 자산을 따진다. '조건'이란 필터가 사랑의 관문을 막고 있다. 외모지상주의(外貌至上主義)는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를 왜곡한다. 방송사의 연애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를 더 부추긴다. '명문대' '고액 연봉' '능력자' '전문직' '미모' 같은 말들을 스스럼없이 쏟아낸다. 미디어와 SNS는 완벽한 얼굴과 몸매를 강조한다. 외모는 개성이 아니라, 획일적(?) 기준으로 평가된다. 영화 '파반느'를 보면서 느낀 생각들이다.
이 영화는 인간 소외(疏外)를 다루면서 사랑의 의미를 일깨운다. 연필로 꾹꾹 눌러 쓴 듯한 대사와 문학적 서정(영화의 원작은 박민규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으로 채워진 영화다. 엄마를 버린 아버지 때문에 상처 입은 경록(문상민 분)은 백화점 주차장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외톨이처럼 일하는 미정(고아성 분)을 본다. 잘생긴 경록은 초라한 외모 탓에 무시를 당하는 미정에게 관심을 갖는다. 경록의 진심은 미정의 닫힌 마음을 연다. 자극적인 서사(敍事)가 없는 영화다. 대신 사랑과 관계의 본질을 조용히 묻는다. '8월의 크리스마스'나 '봄날은 간다'를 떠올리게 한다.
파반느는 완벽한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부족하고 흔들리는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는 사랑을 다룬다. 조건보다 사람을 먼저 바라보고, 서두르지 않으며 관계를 맺어 가는 모습이 돋보인다. 파반느(pavane)는 르네상스 시대 궁정(宮廷)에서 유행한 느린 춤이다. 사랑은 두 사람이 서툰 걸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아닐까. 파반느라는 춤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