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이하 장특공제)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시장 위기가 커지고 있다. 과거 희귀 사례로 불리던 12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거래가 시장 방향을 가르는 핵심 지표로 부상한 상황에, 대구 지역 상급지 거래 불씨가 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통해 2008~2026년 대구 지역 아파트 실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12억원 이상 고가 주택 비중은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대구 지역 고가 아파트 거래량은 525건으로 전체 실거래(2만6천19건) 중 2.02%를 차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4월 20일 기준)도 대구 지역 아파트 거래량 8천157건 가운데 1.88%(154건)가 12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으로 조사돼 여전히 고가 주택 선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지난 2009년 0.01%(3만3천98건 중 3건)에 불과했으나, 유동성 확대 등으로 거래량이 정점을 찍은 2020년 0.9%(4만7천590건 중 428건)로 상승 오른 뒤 점진적으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두고 대구 부동산 업계에서는 장특공제 폐지안이 이처럼 급성장한 '상급지 이동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수성구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소장은 "지방의 특성은 전혀 무시한 채 정부가 일방적인 결정을 내려 시장을 위축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러다가 그나마 거래가 되던 상급지마저 거래가 뚝 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이 대통령의 장특공제 폐지 발언은 윤종오 진보당 의원의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을 반박하면서 나왔다. 윤 의원은 장특공제를 전면 폐지하더라도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생애 2억원 한도 내에서 양도세를 공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었다.
이에 "장기 실거주자에게 세금 폭탄을 안기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 대통령은 "주택을 오래 보유했다는 것만으로 세금을 감면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장특공제를 점진적으로 폐지하면 매물 잠김 등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반박에 나섰다.
다만, 어떤 방식이든 장특공제 폐지 시 양도세 부담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이 윤 의원안에 따라 검토한 결과, 현행 방침이라면 20억원에 매입한 아파트를 10년 동안 보유한 뒤 40억원에 매각할 경우 현재 양도세로 9천406만원을 납부하게 된다. 그러나 장특공제가 폐지된다면 3억9천922만원으로 3억원 넘게 증가하게 된다.
게다가 만성적인 미분양 물량에 몸살을 앓고 있는 대구 부동산 시장에 이번 세제 개편이 '매물 잠김'과 '심리 위축'을 가져올 가능성도 키우고 있다.
이영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구시회장은 "현 정부는 대선 당시부터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지만, 지금은 완전히 상반된 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정책"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평생 집 한채를 사기위해 힘겹게 살아온 이들을 하루 아침에 불로소득 투기꾼으로 몰아넣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냐"라며 "시장 매물이 잠기고, 자녀에게 증여를 하는 사례만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장기보유특별공제 : 부동산을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한 경우 양도차익에서 일정 비율만큼 공제해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로 보유기간이 길수록 공제율이 높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