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재봉쇄에도 역대급 빚투…신용 재개 속 반도체로 쏠린 레버리지

입력 2026-04-20 09:5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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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긴장 완화 기대에 투자심리 회복…대기자금·빚투 동반 증가
신용거래융자 33조 돌파 '사상 최대'…코스피·코스닥 동반 확대
증권사 신용거래 재개·한도 확대…중소형사 3%대 금리로 고객 유치 경쟁
반대매매 리스크 여전…쏠림 장세 속 변동성 확대 가능성 경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란과 미국 간 긴장 완화 기대 속에 코스피가 6000대를 회복하며 사상 최고치 재도전에 나서자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도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로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되자 레버리지를 활용한 자금이 다시 증시로 몰리는 모습이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3조872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5일 기록한 33조6945억원을 넘어선 사상 최대치다. 코스피 23조4258억원, 코스닥 10조4464억원으로 양 시장 모두 증가했다.

종목별로는 17일 기준 삼성전자가 3조368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SK하이닉스(2조2741억원), 현대차(8544억원), 두산에너빌리티(8171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삼성전자 신용잔고는 지난달 말(3조1963억원) 대비 약 7.6% 증가했다.

신용잔고가 다시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재개 기대감이 반영되며 시장을 짓눌렀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완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스피는 한 달여 만에 6000선을 회복한 뒤 6200대에서 등락을 이어가며 전쟁 이전 수준까지 반등했다. 지난 2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6307.27) 돌파 기대감까지 커지면서 레버리지 투자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증시 변동성이 완화되자 증권사들도 다시 신용거래를 풀고 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들어 신용거래융자와 증권담보대출을 재개했고 KB증권은 신용융자 한도를 고객당 5억원에서 최대 20억원으로 확대했다. 하나증권도 신용거래를 다시 열었다.

대형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신용거래를 제한했다가 재개하는 사이 중소형 증권사들은 금리 인하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연 3%대 신용융자 금리를 제시하며 시장을 공략 중이다.

이처럼 유입된 레버리지 자금은 반도체 대형주로 집중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신용잔고가 빠르게 쌓이며 '지수 반등 베팅' 성격이 강화되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기대와 외국인 수급 유입이 맞물리며 반도체 업종이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신용잔고 증가는 주가 상승과 맞물린 투자심리 회복 영향이 더 크다"며 "전쟁 완화 기대에 따른 추가 상승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적 기대도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실적 개선이 이어지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실적 기대가 반영되며 반도체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레버리지 자금 유입도 확대되는 흐름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I 중심의 메모리 수요 확대가 이어지면서 실적 개선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며 "업황 대비 주가 부담이 크지 않아 추가 상승 여력도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빚투 확대에 따른 리스크는 여전하다. 신용거래는 주가 하락 시 담보가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반대매매로 이어질 수 있어 낙폭을 키울 수 있다.

특히 특정 업종으로 자금이 쏠리는 장세에서는 변동성 확대 시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용투자는 금리 수준보다는 주가와 변동성에 더 크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정 업종에 자금이 집중된 상황에서 예상과 다른 흐름이 나타날 경우 반대매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