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론새평-김종민] 하수도 관리도 중요하다

입력 2026-04-29 07: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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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MK 파트너스)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MK 파트너스)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MK 파트너스)

2022년 '마약과의 전쟁' 선포 다음해 국내 마약사범은 2만 7611명으로 2만명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50% 증가한 숫자다. 전체 수감자 중 마약사범 비율은 2024년 기준 10.5%로 10명 중 한 명 꼴이다. 대검 마약류 월간동향에 따르면 금년 2월까지 적발된 마약사범은 345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8% 급증했다. 관세청의 금년 1분기 마약적발 건수도 302건 180kg(필로폰 124kg)으로 324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규모다. 국제우편, 특송화물, 여행자휴대, 선박밀수 등 유입 경로도 다양하고 동남아, 미국, 남미, 유럽, 아프리카 등 전세계로부터 마약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전국의 교도소·구치소 등 교정시설 54곳의 수용 정원은 5만 614명이지만 현재 6만 3500명 정도가 수용되어 있다. 지난해 12월 수용율은 130%로 지난 20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재판이 진행중인 미결수의 수용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체 수용율 150%, 여성 수감자 수용율이 200%에 달하는 부산구치소는 검찰과 법원에 신중한 구속영장 청구, 보석과 구속집행정지를 통한 석방 확대를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법무부는 올해부터 기존보다 30% 확대한 약 1300명을 매달 가석방하기로 했지만 끊임없이 밀려드는 수용자들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치료감호 명령을 받은 재소자의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국립법무병원 정원은 900명이다. 9명의 의료진이 1인당 90명을 담당한다. 마약류 중독치료를 전담하는 권역치료보호기관도 서울 국립정신건강센터 등 전국 11곳에 불과하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마약범죄자 재활치료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국내로 송환된 '마약왕' 박왕열의 사례에서 보듯 마약범죄는 국내외 조직범죄, 범죄수익의 자금세탁 등 금융범죄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책임이 있는 정치권이 소모적 정쟁에 매몰되어 있는 사이 범죄로 인해 우리 사회가 자칫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상수도 관리 만큼 하수도 관리도 중요하다. 범죄는 대표적인 하수도 관리 분야다. 하수도 관리에 실패해 광화문 사거리가 범죄라는 오물로 넘쳐나면 누구나 예외없이 발목까지 차오르는 오물 속을 걸어다녀야 한다. 국가는 내각에서 수립한 치안정책과 형사정책을 통해 범죄예방과 수사, 재범방지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행정안전부와 경찰 소관인 치안정책이 범죄예방에 주력한다면 법무부와 검찰이 관할하는 형사정책은 범죄예방, 수사, 재판, 형 집행, 보호관찰, 재범방지에 이르는 포괄적 정책이라는 점에 차이가 있다.

검찰개혁과 사법개혁도 중대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첨단화·글로벌화 된 범죄환경을 고려해 중대범죄 관련 수사조직과 수사수단을 강화해야 한다. 한정된 수사인력과 사법자원을 고려해 중요 사건의 수사와 재판에 역량을 집중하고 경미하고 일반적인 범죄는 신속절차로 해결하는 법경제학적 관점의 전면 도입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2004년 프랑스가 전문화·중앙집중화를 전략으로 추진한 형사사법개혁을 통해 중대경제범죄 및 조직범죄 특별수사재판절차와 미국식 플리바게닝을 전면 도입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검찰개혁, 사법개혁이 마무리 되었지만 범죄라는 하수도 관리를 충분히 염두에 두고 추진되었는가. 형사사법의 중추적 역할을 해왔던 검찰을 해체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하면 마약범죄, 조직범죄, 금융범죄는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인가. 대규모 정치특검, 경찰, 중수청, 공수처, 특별사법경찰의 난립과 중복수사로 범죄예방과 수사역량이 훼손될 가능성은 없는가. 민생지원금 형식의 돈풀기도 중요하지만 과밀수용을 완화하고 마약범죄자 재활을 위한 교정시설 개선에도 적절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정치는 결과로 평가받는 것이지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 더럽고 귀찮다고 모두 외면하는 사이 범죄라는 하수도가 흘러 넘치는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