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날 것의 감정, 글은 한 번 더 정제된 표현"
대구 북구 구수산도서관 작가와의 만남에서 북토크 진행
배우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박중훈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쓴 에세이 '후회하지마'로 독자들과 만났다. 40년 연기 인생의 궤적 위에서 길어 올린 이 책은 '반성은 하되 후회는 하지 않는다'는 삶의 태도를 중심에 두며 화려한 스크린 뒤편에 숨겨진 좌절과 흔들림까지 솔직하게 담아냈다.
지난 18일 오후 3시 '반성은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 삶'을 주제로 북토크를 진행하기 위해 대구 북구 구수산도서관을 찾은 그를 만나 삶과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20살에 배우가 돼 어느덧 60이 됐습니다. 그 사이에 쌓인 시간들을 돌아보니, 후회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순간들조차 다시 생각하게 되더군요"
박중훈은 이번 책을 통해 자신의 지난 시간을 천천히 복기했다. 배우로서 쉼 없이 달려온 세월 속에서 스스로에게 되뇌어온 다짐이 있었고 그 연장선에서 책을 쓰게 됐다. 계기에는 동료 배우이자 작가인 차인표의 권유도 있었다. 그는 "함께 운동을 한 뒤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차인표 씨가 먼저 책을 써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반성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지만 후회는 과거에 머무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되는 일들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이러한 생각의 변화가 책을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책은 특정 사건 하나에 집중하기보다 삶의 여러 국면에서 마주한 감정과 선택들을 조각처럼 담아낸다. 수십 개의 챕터에 나뉜 이야기들은 서로 다른 에피소드를 품고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일관된 질문이 흐른다. '나는 정말 후회 없이 살아왔는가.' 그리고 그 질문 끝에서 그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삶을 정리한다. "반성은 하되, 후회에 머무르지 말자"는 다짐이다.
연기와 글쓰기에 대한 그의 생각도 인상적이다. 박중훈은 "연기는 몸과 목소리를 사용하는 입체적인 표현이라면 글은 오롯이 활자로 전달해야 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두 영역은 '창작'이라는 지점에서 맞닿아 있다. 무엇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같기 때문이다.
다만 글쓰기는 그에게 낯선 영역이었다. 감정을 '날것'으로 드러내야 하는 배우의 작업과 달리 글은 한 번 더 걸러내고 다듬어야 했다. 그는 "책을 쓰면서 내 생각을 다시 정리하게 됐고, 스스로 옳다고 믿었던 것들 속에 모순이 있었음을 발견하기도 했다"며 "글쓰기는 내게 혜택이자 괴로움이었다"고 내면의 진솔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앞으로의 집필 계획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지난 여름 3개월 동안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글을 쓰는 일이 굉장히 힘들었다"며 "다시 같은 과정을 반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구수산 도서관 북토크를 앞두고 대구에 대한 애정도 자연스럽게 전했다. 박중훈에게 대구와 경북은 추억이 서린 공간이다. "아버지 고향이 청도라 어릴 적 방학마다 내려왔던 곳이 대구·경북이었다"며 "지금도 늘 마음이 가깝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무궁화호를 타고 청도를 오가던 기억, 사촌형을 따라 경산의 대학가를 찾던 추억은 그에게 여전히 따뜻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한편, 이날 구수산 도서관에서 진행된 '박중훈 작가와의 만남'은 90분간 진행됐으며 사전 신청자 160여 명이 참여해 구수산홀을 가득 메웠다. 강연이 끝난 후에도 박중훈 작가의 사인을 받으려는 지역주민들로 줄이 길게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