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정확히는 안 바라는 것을 넘어 반대다. 일찍이 백범은 삼팔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분단을 반대하겠다고 외쳤다. 분단 비용, 분단 고통은 그 말을 물려받아 통일지상주의자들의 전략적으로 설계한 슬로건이다. 과연 그럴까. 통일은 과대평가 돼왔다. 심지어 우리의 '소원'이었다.
소원이 건강이나 부자가 아니라 통일인 나라는 둘 중 하나다.국민 전부가 정신병자거나 나라가 전체주의거나. 통일을 주장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죄다 희망회로만 돌릴 뿐 객관적인 지표는 하나도 없다.
북한의 지하자원과 노동력에 남한의 기술을 결합하면 대박이 터진다는 분들이 있다. 되도 않는 경제 망상 헛소리다. 현재 우리 머리 위에서는 채굴 비용이 1도 반영되지 않은 불분명한 매장 수치에 노동이라면 경기(驚氣)를 일으키는 2,600만 사회주의형 인민들이 살고 있다.
노동 중독 자본주의 인간과 노동 기피 사회주의 인간이 같이 산다고? 둘 다 죽는다. 남과 북, 공멸이다. 다행히 김정은도 같은 생각이다. 2016년 김정은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강성대국이 되는 것'이라고 교시했다. 박정희가 부국강병 사자후를 토한 지 60년 지나서 나온 말이니 한참 지각이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분단·전쟁 그리고 냉전
개인적으로는 통일로 얻을 수 있는 게 있다면 딱 하나 그 참에 국기와 국가 교체하는 거다. 온갖 미신의 총합인 태극기 없애고 자유와 번영이라는 심플한 상징으로 바꾸면 좋겠다. 애국가도 그렇다. 다 부르고 나면 힘이 솟는 게 아니라 맥이 빠지는 이상한 멜로디 좀 그만 듣고 싶다.
그런데 다 날리자는 건 아니고 가사 한 구절은 살려야 한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이건 진짜 신의 한 수다. 예언인지 간절한 앙망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 가사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나는 믿는다. 20세기 대한민국에 내린 축복의 3대 단비는 분단, 전쟁 그리고 냉전이다.
분단은 남북 경쟁을 디폴트값으로 만들어줬다. 전쟁은 신분질서를 강제로 해체해 구시대와 이별할 수 있게 도왔다. 냉전은 5천 년 역사 최대 선물로 남북은 각기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쇼윈도 역할을 하면서 체제 경쟁의 시험장이 됐다. 다행히 우리는 문명사적으로 '이기는 편'이었다. 그런데 셋 다 우리가 고른 게 아니다. 보우하시어 가능했던 일이다.
◆북한이라는 경쟁자
신은 물리적인 손이 없다. 해서 누군가를 당신의 손으로 활용한다. 그 손의 이름이 북한이다. 현재 중동 사태로 최대 호황을 맞은 대한민국 방산은 평탄하게 여기까지 온 게 아니다. 자발적인 의지 대신 외부 충격에 대응하느라 카운터펀치를 날리다 보니 어느 순간 이 자리에 서 있게 된 거다.
1960년대 대한민국은 총 한 자루, 탄환 한 개 못 만들던 평화로운 나라였다. 1968년 김일성은 박정희 암살 부대를 내려 보냈고 이에 충격 먹은 대통령이 향토예비군을 창설한다. 그런데 정작 예비군의 손에 쥐어 줄 무기가 없었다. 그래서 국방과학연구소가 창설됐고 국산 무기 개발이 시작된다.
1970년대 초, 제 앞가림은 자기가 하라는 닉슨 독트린이 발표되면서 자주국방이 당위성을 갖게 되고 북한을 견제할 무기 개발이 본격궤도에 오른다. 1978년 국산 탄도 미사일이 하늘을 가르며 치솟았지만 얼마 후 무인정권이 들어서면서 방산은 일시 주춤한다. 여기에 다시 불을 붙인 게 1983년의 아웅산 테러다.
이처럼 북한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이자 강력한 동력원이었다. 북한의 최종 공헌은 2010년 연평도 포격이다. 포격 13분 만에 우리는 반격에 나섰고 얼결에 K9 자주포는 쇼케이스의 기회를 얻었다. 실전 경험 유무, 실제 작동 여부가 관건인 세계 무기 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것이다.
◆뜬금없는 특사 임명 제안
이처럼 독자적으로 있어주어야 고마운 북한과 실익 하나 없는 통일이 과연 필요한지 진심으로 의문이다. 고맙게도 북한은 남한을 같은 민족이 아닌 적대 국가로 규정했다. 딱 심욕이구미언(心欲而口未言,마음속 욕망이 있어도 말로 드러내지 않는 태도)상황인데 최근 통일부 장관은 남북대화 진전을 돕겠다며 한반도 평화 특사 운운 횡설수설 중이다. 싫다는데 자꾸 만나자고 보채는 사람을 현실에서는 치한이라고 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