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대의 건축인문기행] 트럼프 시대의 건축, 권력은 어떻게 공간을 점유하는가?

입력 2026-04-16 09: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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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미국 독립 250주년을 기념하는 개선문은 세계 최고 규모로 75m가 넘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미국 독립 250주년을 기념하는 개선문은 세계 최고 규모로 75m가 넘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와중에, 또 다른 전쟁이 세계를 암울하게 한다. 21세기과학무기의 전쟁은 더 이상 전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미사일과 드론이 가로지르는 궤적 아래에서 인간을 감싸던 건축이 무너지고 도시가 붕괴되고 인간의 삶이 함께 무너진다.

세계의 분쟁 갈등에서 빅 브러더 역할을 해왔던 미국, 지금의 트럼프 정부는 자국 우선주의의 패권국가가 되고 있다. 관세정책, 이민정책, 중동전쟁에 이르는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는 불안전한 건축정책 건축생각들도 존재하고 있다.

워싱턴 D.C.
워싱턴 D.C. '내셔널 몰'은 국회의사당, 백악관, 워싱턴 기념비, 링컨 기념관 등의 미국 상징 공간이다.

◆트럼프 아치, 개선문, 권력을 세우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내셔널 몰'에 건립하는 '개선문' 계획을 이란과의 전쟁 와중에 발표하였다. 미국 독립 250주년을 기념하는 상징물로 제시되었으며 기존의 국가 중심축을 따라 새로운 랜드 마크를 추가하는 구상이다. 트럼프의 강한 의지를 담고 있어 '트럼프 아치' 라고도 불린다. 발표된 건축 렌더링은 국가 권력과 승리를 상징하는 화려한 금 빛 독수리 조각과 부조 장식의 고대 로마, 19세기 파리 개선문을 차용하는 디자인이다.

'내셔널 몰'은 국회의사당에서부터 워싱턴 기념비, 백악관, 링컨 기념관에 이르는 가로 세로 공간의 축은 건국의 가치, 민주주의의 희생, 국가 미래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여기에는 한국 참전 기념, 베트남 전쟁기념, UN참전 기념관이 있다. 그리고 링컨 기념관 서측의 포토맥 강을 건너서 침묵의 알링턴 국립묘지가 있다. 바로 메모리얼 서클에 위치하는 거대한 개선문은 '내셔널 몰' 상징 축을 연장하는 또 하나 신고전주의 랜드 마크가 된다. 바로 여기에 화려하고 거대한 개선문은 상징 축의 의미는 변형된다. 20C 초 이곳에 상징적인 건축물을 세우려 했으나, 링컨 기념관과 알링턴 국립묘지 사이의 상징 축 손상 우려로 실행되지 못했다.

지금은 '희생, 기억, 성찰'의 메모리얼 공간이었다면 새로운 개선문으로 '승리, 과시, 권력 '의 메시지를 덧입히게 된다. 이는 상징 공간 축의 확장이 아니라, 민주적 상징적 서사를 바꾸는 작업인 것이다.

링컨 기념관 높이의 2배, 파리 개선문 (164피트)을 넘어서는 높이 250피트(76m)는 건국 250주년을 상징하는 숫자이다. 1982년 김일성이 운 '평양 개선문'은 가장 최근 세워진 개선문이며 세계 최고 높이(60m) 기록이다. 트럼프 개선문은 그 기록들을 모두 깨는 것이다.

개선문의 본질은 단순한 도시 장식이 아니라, 군사적 승리, 국가적 영광, 통치자의 정당성을 나타내는 제국주의 시대의 권력 장치였다. 로마 개선문(콘스탄티누스), 파리 개선문(나폴레옹), 평양 개선문(김일성), 미완의 게르마니아 개선문(히틀러)을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맥락으로 볼 때,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개선문, 그것도 고전주의적 발상은 평화와 미래 희망의 상징을 넘어 과거 제국주의 복귀이며 권력의 재생이다. 특히 국가 상징 내셔널 몰 축의 확장은 패권의 확장으로 연결이다. 통치자의 권력과 국가의 위대함을 영구화하는 거석 기념물은 고대 오벨리스크 피라미드에 다름 아닌 것이다.

파리 시가지 3개의 개선문은 과거 역사의 축, 미래 도시의 축을 이루고 있다. 루브르 카루젤 개선문에서 시작하여, 드골 광장 방사형 도로 중심 에투알 개선문, 그 종착점은 프랑스 혁명 200주년 기념의 '그랜드 아치'는 인권과 평화를 상징하는 '미래의 개선문'이다. 과거 역사의 유산에서 부터 근대 현대도시의 흐름과 맥락으로 숨 쉬고 있는 파리의 개선문이다.

에투알 개선문 지하에는 역사박물관이 있고 화려한 부조와 조각들은 그 시대의 기록물이며 옥상 전망대에서 12개 방사형 도로를 조망한다. 프랑스 혁명부터 나폴레옹 시대까지 모든 희생자 군인들에게 헌정된 개선문에는 '승리자와 패배자에게' 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알링턴 국립묘지 입구의 개선문은 미국 상징 축을 연장하는 신고전주의 랜드마크이다.
알링턴 국립묘지 입구의 개선문은 미국 상징 축을 연장하는 신고전주의 랜드마크이다.

◆공공건축에 '고전주의 건축'을 명령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연방 공공건축에는 고전주의 양식을 우선 적용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였다. 표면적으로는 전통과 품격, 국가 정체성을 강조하는 건축 정책처럼 보인다.

1776년 독립선언 후, 가장 먼저 특별행정수도 워싱턴D.C.를 건설하였다. 거대한 국가 상징 축(軸) '내셔널 몰'에는 워싱턴 기념비를 중심으로 국회의사당, 백악관, 링컨 기념관 등 공공건축들이 세워졌다. '내셔널 몰' 건축은 패권주의 국가 미국의 상징이 되었다.

신생 국가였던 미국은 당시의 유럽 신고전주의를 자연적으로 채택, 법적 강제적 획일화한 것은 아니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건축을 규제의 영역으로 제한하며, 창의와 다양성이 아니라 권력의 통제 대상로 전환키는 것이다. 건축은 시대와 사회, 기술과 문화가 결합된 결과물이다. 특정 양식 국가 공식 언어로 지정하는 권력의 구속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러한 정책에 대해 미국 건축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케네디 센터'로 명칭을 변경한 기존의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

◆건축의 이름을 바꾸는 권력

'내셔널 몰' 포토맥 강가에는 국가 문화 이미지를 상징해온 건물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1971년 개관) 가 있다. 지난해 말, 도널드 트럼프 이사회에서 '트럼프-케네디 센터'로 명칭 변경하여 정치적 문화적 충격을 겪고 있다. 건축은 형태뿐 아니라 이름을 통해서도 의미를 가진다.

예술센터는 미국의 정치적 상징성을 지닌 문화시설이다. 1960년대의 냉전 시기에 국민들의 존경을 받았던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사건으로 서거, 케네디 이름으로 명명된 예술센터 건립은 새로운 국가 이미지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였다, 190미터 길이의 수평적 건축, 흰색 대리석 외관, 포토맥 강변의 기념비적 모더니즘 건축은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 센터 중 하나였다.

국가적 가치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공문화 기관에 이사회는 트럼프의 이름을 추가하는 결의안을 기습적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정치인, 전문가, 국민들은 일제히 '연방법에 따라 설립된 국가적 기관 '케네디 센터' 명칭 그 자체로 기념비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이름을 변경할 권한이 없고 케네디 대통령을 기리는 추모의 건축 명칭 마음대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여론이다.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의 돌발적 독단적 정책에 관련 예술 단체들은 공연 취소, 관계자의 사임요구 등 정치적 간섭에 대해 반대가 끊임없다. 비록 미국의 문제만이 아닐 것이다.

'트럼프-케네디 센터'로 명칭 변경하며 리노베이션 공사 중인 예술센터.

트럼프 대통령 이름은 우리에게 생소하지가 않다. 1990년대 후반, 국내 굴지의 D건설이 당시미국 부동산 개발업자 트럼프의 뉴욕의 건설사업 시공에 관련하였고, 이후 국내 주상복합 아파트에 트럼프 이름의 브랜드 계약을 체결, 지금도 고층 아파트 '트럼프 월드'는 익숙하다. 트럼프는 1999년 직접 한국을 방문했다.

크리스마스 특선영화 '나홀로 집에 2'에서는 카메오로 출연한 젊은 트럼프가 등장한다. 장소는 맨허턴 센트럴 파크 아래 그의 소유 트럼프 호텔, 취임 전 가족의 주택으로 사용하였다.

건축가·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