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관리업체' 대구 아파트…法 "입대의 탓 아냐"

입력 2026-04-13 16:31:39 수정 2026-04-13 18: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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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계약 당사자는 종전 관리업체"…입대의 책임 부인
청소장비 대금 미지급 분쟁…종전 관리업체에 3천여만원 지급 책임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대단지 아파트의 관리사무실. 매일신문DB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대단지 아파트의 관리사무실. 매일신문DB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벌어졌던 '한 지붕 두 관리업체' 사태(매일신문 2024년 7월 15일자 보도)와 관련해 법원이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계약 당사자가 아닌 입대의에 물품대금 지급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제21민사단독(판사 진정화)은 최근 해당 아파트에 청소장비 등을 공급한 A사가 입대의를 상대로 제기한 물품대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대신 종전 관리업체인 B사에 대해 A사에 약 3천36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관리업체 교체 과정에서 촉발됐다. 지난 2023년 10월 해당 아파트 지역주택조합은 B사와 관리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조합이 관리비가 과도하다며 계약 조정을 요구했고, 협의가 결렬되자 계약 해지를 통보한 뒤 새로운 관리업체를 선정했다.

그러나 B사가 계약 해지에 불복하면서 갈등이 확대됐다. 이로 인해 한 아파트 내에서 B사와 새 관리업체가 동시에 관리사무소장을 파견하며 권한을 주장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각 업체는 입주민들에게 관리비를 각기 다른 계좌로 납부하라고 안내하면서 혼란이 빚어졌다. 입주민들의 일부 전기·수도 요금이 연체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B사는 습식 청소장비 2대에 대한 임대료를 A사에 지급하지 않았다. 미지급 상태가 이어지자 A사는 지난해 입대의와 B사를 상대로 물품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청소장비 공급계약의 실질적 당사자를 입대의가 아닌 종전 관리업체 B사로 판단했다. 이어 입대의가 관리업무를 인계받은 이후 장비를 계속 사용하거나 일부 비용을 부담한 사정만으로는 계약상 지위를 승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한 계약관계가 없는 제3자인 입대의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사와 B사 간의 매매계약은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고, 설령 A사의 주장과 같이 입대의가 청소장비를 사용함으로써 어떠한 이득을 얻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매매계약 이행에 따른 부수적 결과에 불과하다"라며 "A사는 매매계약의 상대방인 B사를 상대로 채권을 회수해야 할 것이지 제 3자인 입대의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입대의 측 소송대리인을 맡은 김장원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당시에도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며 "이번 판결은 입주민들에게 근거 없는 비용을 전가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