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수출·통행 수입 차단…美, 압박으로 협상 우위 점할까

입력 2026-04-13 17:00:19 수정 2026-04-13 19: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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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자금줄 끊어 협상력 높이겠다는 의도
영국 등 동맹, 봉쇄 전략 협조에 선 그어
이란 미사일 발사 체계 여전해, 美에 부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항구에서 이란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쿠웨이트 국적 원유 유조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항구에서 이란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쿠웨이트 국적 원유 유조선 '알-살미호'의 모습(왼쪽). 이 유조선에는 피격 당시 200만 배럴의 원유가 실려 있었다. 최근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 법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나눈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해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손을 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쿠웨이트 국영 석유공사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결렬 뒤 첫 메시지는 호르무즈해협 통과 선박 봉쇄다. 이란의 주요 자금원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압박 수위를 극대화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영국 등 동맹과 국제사회의 비협조적 태도는 여전하다.

이란도 순순히 물러날 태세가 아니다. 미 정보당국에 따르면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가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호르무즈해협 이중 봉쇄로 최악의 경우 교전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美 역봉쇄… 이란 돈줄 차단 압박

미국은 이란 항구를 출입하는 모든 해상 교통에 대한 봉쇄 조치에 나선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조치 시행 시각은 13일 오전 10시(미 동부시간 기준·우리시간 13일 오후 11시)부터다. 그러면서 "이란 항구 외의 항구를 출발지나 목적지로 하는 선박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데 대해선 항행의 자유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온 흐름을 끊고, 돈줄인 원유 수출길을 막겠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국제 유가 상승 등 시장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 이면에는 이란의 원유 수출과 통행료 수입을 차단해 협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앞으로 이란에 무기나 물자를 제공할 수 있는 중국, 러시아 등 제3국의 선박을 차단하는 효과도 노린다.

1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혁명광장을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그 뒤에는
1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혁명광장을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그 뒤에는 "호르무즈해협은 여전히 폐쇄 상태"라는 이란어가 적힌 대형 광고판이 보인다. AFP 연합뉴스

해상 봉쇄는 적국의 군함이나 상선의 통행을 차단해 보급로를 끊는 전략이다. 가장 최근 있은 미국의 해상 봉쇄는 지난해 12월 카리브해에서 실행된 '서던 스피어 작전(Operation Southern Spear)'이었다. 마약 운반선 등을 공격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의 자금줄을 막는다는 목적이었다.

다만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안이 극심해지고 각국 경제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폭이 좁은 해협의 특성상 미 해군 함정이 드론이나 미사일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시큰둥한 동맹, 이란 전력 살아 있어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역봉쇄 전략에 국제사회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특히 영국 등 동맹국은 전략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영국과 몇몇 다른 국가들이 기뢰제거선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었다.

영국은 거리를 뒀다. 영국 측은 "호르무즈해협은 통행료 부과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프랑스 및 다른 파트너들과 함께 항행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광범위한 연합을 구성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도움 요청 압박에 묘책을 찾고 있는 한국과 일본도 군함 등의 파견에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일본은 13일 자위대 파견은 전혀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중요한 것은 앞으로 호르무즈해협의 항해 안정 확보를 비롯한 사태 진정"이라며 "외교를 통해 조기에 최종 합의에 이르는 것을 기대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

3월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코르파칸에서 바라본 호르무즈해협. 유조선과 화물선들이 줄지어 떠 있는 모습이 보인다. AP 연합뉴스
3월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코르파칸에서 바라본 호르무즈해협. 유조선과 화물선들이 줄지어 떠 있는 모습이 보인다. AP 연합뉴스

이란은 맞대응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사령부는 12일 "호르무즈해협의 모든 선박 통행은 이란 군 당국의 완전한 통제 하에 있다"며 "적들이 단 한 번이라도 오판한다면 해협은 그들을 집어삼킬 죽음의 소용돌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보당국의 분석을 토대로 이란이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수천 발을 지하시설 등에 보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발사대 상당수는 수리 등을 거쳐 당장이라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정보다. 피트 헤그세스 전쟁장관은 최근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는 궤멸됐고, 미사일도 대부분 소진돼 거의 무력화된 상태"라고 밝혔는데 이와는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