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뒷담] 흰색 옷만 입으면 백의종군(白衣從軍)? 조국·박민식·한동훈 요즘 패션 코디 살펴보니

입력 2026-04-18 1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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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종군(白衣從軍)의 대표 사례인 충무공 이순신. AI로 생성한 이미지
백의종군(白衣從軍)의 대표 사례인 충무공 이순신. AI로 생성한 이미지

선거철 백의종군(白衣從軍) 바람이 또 부는 모양새다. 애국·애민 정신으로 백의종군했던 충무공 이순신을 연상시킬지, 아니면 그저 한자 뜻 그대로 흰색 옷을 입고 전쟁(선거)에 나서는 패션쇼에 그칠지, 지켜볼 일이다.

◆이순신의 재기(再起) 서사

백의종군은 계급이나 직책 없이 군에 종사한다는 뜻이다. 전쟁에서 패했거나 실책을 저지른 장수에 대한 징계인데, '공을 세우면 관직에 복귀시켜 주겠다'며 재기의 기회를 주는 처벌이었다.

이순신이 제일 유명한 사례다. 임진왜란 때 조선 왕 선조의 명령을 따르지 않아 1597년 2월 삼도수군통제사에서 파직돼 백의종군했다. 같은해 4월 도원수 권율의 군사 자문이 됐다가 7월 원균이 칠천량해전에서 참패하자 다시 통제사로 임명됐고, 곧장 조선 수군을 수습해 전세를 뒤집는 승리를 거둔 게 바로 10월 치른 명량해전이다.

이렇게 버려졌다가 몇 달 만에 공을 세워 영웅이 되는 역전 서사에 비유할 만한 게 현대 정치 속 선거다. 단어 몇 개만 바꿔 다시 적어보자.

'공천에서 떨어졌다가 몇 달 만에 당선돼 권력을 얻는 역전 서사'.

2016년 20대 총선 당시 공천배제된 유승민 국회의원이 탈당 후 대구 동을 선거구 무소속 후보로 나선 당시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붉은색 점퍼가 아닌 흰색 점퍼를 입은 모습. 함께 선거운동에 뛰어든 딸 유담 씨(오른쪽)도 흰색 자켓을 맞춰 입었다. 연합뉴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공천배제된 유승민 국회의원이 탈당 후 대구 동을 선거구 무소속 후보로 나선 당시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붉은색 점퍼가 아닌 흰색 점퍼를 입은 모습. 함께 선거운동에 뛰어든 딸 유담 씨(오른쪽)도 흰색 자켓을 맞춰 입었다. 연합뉴스

◆흰색 옷 선택 후보 점점 늘어

시간이 흐르며 백의종군은 공천에서 미끄러진 사람들뿐 아니라 정계 진출·복귀를 타진하는 것은 물론 잠시 당 노선·색깔에서 탈피하려는 인물들까지 더해, 이들이 주로 흰색 옷을 입고 선거에 뛰어드는 걸 가리키는 표현이 됐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을에 출마한 정동영 민주통합당 후보가 유세 때 당색이자 자기 트레이드 마크인 노란색 말고 흰색 점퍼를 입었다. 보수 표심이 강한 곳에서 괜히 역효과를 내지 않기 위해서였다.

2016년 20대 총선 땐 '친박'(친박근혜)이 대세였던 새누리당에서 공천배제된 비박계 유승민 국회의원이 탈당 후 자신이 3선을 한 대구 동을에 무소속으로 출마, 4선을 차지했다. 이때 새누리당 상징 붉은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고 선거운동을 펼쳤다. 다만 글씨는 빨간색을 좀 쓰긴 했다.

흰색 옷 후보는 점점 늘어났다. 2024년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은 정권 심판론이 거세지자 친윤(친윤석열)·비윤 인사 가리지 않고 흰색 의상을 코디했다. 윤석열 정부 국가보훈부 장관 출신 박민식 서울 강서을 후보마저 흰색 점퍼를 입었고, 험지 전북 전주을에 출마한 정운천 후보는 하얀색 개량한복을 입고 '오직 전북'이라고 적힌 흰색 머리띠를 둘렀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보수 지지가 여전한 서울 강남 지역에 출마한 홍익표(서초을), 강청희(강남을), 박경미(강남병) 등 후보들이 당색 파란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택했다. 홍 후보는 언론에 "파란색 점퍼도 번갈아 입는다"며 "정당보다 인물을 봐달라고 호소할 때 흰색 점퍼를 입는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6.3 지방선거 및 같은날 치러질 미니총선 수준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색 파란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고 공식석상에 나서고 있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중앙) 등 조국혁신당 구성원들. 조국 대표 페이스북
6.3 지방선거 및 같은날 치러질 미니총선 수준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색 파란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고 공식석상에 나서고 있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중앙) 등 조국혁신당 구성원들. 조국 대표 페이스북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인 추경호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지난 3월 2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흰색 점퍼를 입고 유세에 나선 모습. 추경호 의원 페이스북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인 추경호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지난 3월 2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흰색 점퍼를 입고 유세에 나선 모습. 추경호 의원 페이스북

다만, 사례로 든 7명 후보들 중 유승민 후보 빼곤 낙선했으니 효험이 있는지는 아리송하다. 그럼에도 가장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선거운동 때 입을 옷이니, 흰색 점퍼는 사라지지 않았다.

6.3 지방선거 및 같은날 치를 미니총선 수준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조국혁신당은 공식석상에서 당색 파란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착용하고 있다. 먼저 파란색을 당색으로 쓴 더불어민주당과의 차별화 뉘앙스가 읽힌다. 답보 상태인 정당 지지율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재보선 전 지역 공천 선언이 배경이 아닐까. 조국혁신당은 과거 선거철엔 당색 중 하나인 딥블루 색상의 점퍼를 입었다.

역대 손에 꼽을 공천 내홍이 벌어진 국민의힘 대구시장 선거판에선 추경호 예비후보가 흰색 겉옷을 입고 대구 서문시장 등을 누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가능성이 있는 부산 북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 하마평에 오른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소속 국민의힘 당색 붉은색이 아니라 뒤에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가능성이 있는 부산 북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 하마평에 오른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소속 국민의힘 당색 붉은색이 아니라 뒤에 'KOREA'(코리아)라고 적힌 흰색 점퍼를 입고 지역을 돌고 있다. 박민식 전 장관 페이스북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가능성이 있는 부산 북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 하마평에 오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최근 부산 북구 만덕시장을 찾았다. 한동훈 유튜브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가능성이 있는 부산 북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 하마평에 오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최근 부산 북구 만덕시장을 찾았다. 한동훈 유튜브

◆부산 북갑 재보선 눈길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부산시장에 출마하면 재보선이 실시될 부산 북갑은 흰색 옷 유세 연구 사례가 될 전망이다.

박민식 전 보훈부 장관이 이미 소속 국민의힘 당색 붉은색이 아니라 뒤에 'KOREA'(코리아)라고 적힌 흰색 점퍼를 입고 지역을 돌고 있다. 그는 2년 전 22대 총선에서도 흰색 점퍼를 애용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높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최근 흰색 셔츠 차림으로 부산 북구 소재 구포시장과 만덕시장 등을 찾았다. 무소속 후보의 상징색이 하얀색이다.

역시 하마평에 올랐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까지 가세해 흰색 점퍼를 입었다면 더욱 눈길을 끌었을 것이다. 그는 경기 평택을로 출마를 선회했다.

자칫 이들을 보고 네티즌들이 "역시 백의민족"이라는 농담을 던질 수 있는데, 듣고 웃어 넘기면 일류, 발끈하면 하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