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김교영] 문해력 위기

입력 2026-04-1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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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리포트를 금일(今日)까지 제출하라'란 말을 '금요일까지 제출'로 이해한 대학생, '중식(中食) 제공한다'는 가정통신문에 '우리 아이는 중국 음식 싫어한다'고 답한 부모. 어이없는 얘기처럼 들리나, 누군가는 '그게 뭐가 이상하냐'고 반문한다.

매일신문의 기획보도 '문해력(文解力) 위기'가 보여 준 실상은 심각하다. 글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문해력 저하 문제는 교육의 위기로 확대된다. 고교생 10명 중 3명은 긴 글을 10분 이상 집중해 읽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문해력은 모든 학습의 기초다. 수능시험에서 국어가 영어·수학보다 어려운 과목이 됐고, 수학 문항에 나온 지문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수험생들도 많다.

전문가들은 문해력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매체(媒體·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꼽는다. 매체가 글에서 영상 중심으로 전환되고, 유아기부터 스마트폰에 노출되면서 긴 글을 읽고 의미를 파악하는 경험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종이신문 대신 알고리즘이 차려 준 기사를 스마트폰으로 훑어보고, 독서는 않고 책 소개 영상만 본다. 특히 짧고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에 중독(中毒)되면, 지적 능력은 크게 떨어진다. 최근 미국 조지아대 연구 팀은 10세 전후 청소년 1만2천 명을 4년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핵심은 소셜미디어를 많이 사용하는 청소년일수록 어휘력·이해력·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숏폼 콘텐츠는 중독성이 강하다. 플랫폼 기업이 이용자들을 중독시키기 위해 알고리즘과 앱을 설계했기 때문이다. 성장기에 숏폼에 자주 노출(露出)되면, 인내심이 부족하거나 의사소통 능력이 발달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규제를 강화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호주는 지난해 12월 16세 미만의 SNS 접근을 전면 차단하는 법을 시행했고, 프랑스는 오는 9월부터 15세 미만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를 보면, 청소년 10명 중 4명이 스마트폰 과의존(過依存) 위험군이다. 그런데도 규제는 없다시피 하다. 올 3월부터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관련 법(초·중등교육법)이 개정됐을 뿐이다. 국회에는 청소년의 SNS 이용 및 알고리즘 규제를 위한 법안들이 잠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