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급자 중심 의료 정책, 환자 중심으로 전환하라

입력 2026-04-0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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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권리를 제도로 보장하는 '환자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보건복지부가 관련 업무를 전담(專擔)할 조직(환자안전과)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가 오랫동안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을 고려하면, 이는 패러다임 전환의 시작으로 평가할 만하다.

환자기본법은 1년 뒤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법 취지에 맞게 정책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동안 의료 정책은 병원, 의사, 제약사, 정부와 건강보험공단 등 공급자의 효율성과 편의를 중심으로 설계돼 온 측면이 많았다. 환자는 진료 시간, 의료 접근성(接近性), 치료 결정 과정 등에서 수동적인 입장에 놓였던 게 사실이다.

의료 정책의 존재 이유는 국민이고, 의료 서비스의 최종 수혜자는 환자다. 그런데도 국민과 환자의 목소리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 1년 넘게 이어진 의대 정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 사태 때도 정책의 이해 당사자인 환자들은 소외됐다.

환자기본법은 이 같은 제도 및 현실적 한계를 바로잡기 위한 출발점이다. 환자의 알권리, 자기결정권, 안전권 등을 명문화(明文化)하고, 이를 국가가 보장해야 할 책무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의료정보에 대한 접근성과 설명의무 강화는 환자를 '치료의 대상'이 아닌 '치료의 주체'로 전환하는 핵심 장치다.

환자기본법이 환자 중심 의료의 구현(具現)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충분한 의견 수렴, 하위 법령 제정 및 정책 개편 등이 뒤따라야 한다. 복지부가 추진 중인 전담 부서 설치도 형식에 그쳐서는 안 된다. 환자 정책 전담 조직 신설은 환자 단체의 숙원이었다. 환자 단체들은 환자안전과와 피해구제과 등을 두는 '환자정책국'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신설 조직은 환자 권익 보호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책 조정 권한과 독립성을 갖춘 기구로 설계돼야 한다. 고령화(高齡化)로 의료 수요가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환자 중심 의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