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개인전 '거꾸로 가는 봄'
4월 8~19일 갤러리 인 슈바빙
'사진이 실물을 못 담는다'는 말은 김선영 작가의 작품을 두고 하는 말일테다. 사진 속 그의 작품은 나무 그 자체의 모습이 평면적으로만 다가오지만, 실제 마주하는 작품에서는 그 나무를 이루는 수많은 나뭇잎 하나하나의 생기가 보인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입체감. 무성한 잎들이 마치 낙엽이 쌓인 것처럼 겹겹이 층을 이뤘는데, 몇 겹인지 가늠도 안될만큼 아득한 깊이감이 느껴진다.
그는 꽃잎인지 나뭇잎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아주 작고 세밀한 나뭇잎을 한 땀 한 땀 그리고, 그 위에 레진을 발라 경화시킨 뒤 또 나뭇잎을 그리고 레진을 경화시키는 과정을 7~8겹, 많게는 10겹 가량 반복한다.
작가는 "내 작품을 보고 행복하다고 하는 분도 있는 반면, 작업 과정이 너무 힘들겠다며 안타까워하는 분들도 많다"며 "물론 수많은 시간과 수고로움이 들어가는 작업이지만 그보다 즐거움이 더 크기에 이 작업을 계속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은 대학생인 딸이 어릴 적 '엄마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이야?'라고 질문했어요. 그래서 '아낌 없이 주는 나무' 동화책을 읽어주면서 우리 곁의 많은 것들이 나무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얘기를 했죠. 원래 나무를 좋아했는데,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나무와 나뭇잎을 그리게 됐어요."
나무의 모습이 담긴 시리즈의 제목은 '리프 스토리(Leaf Story)'다. 돋아난 잎은 때로는 바람과 비를 맞고, 때로는 햇빛에 반짝이다 떨어진다. 그 모습이 사람의 삶과 닮아있다는 작가의 설명은, 작품 속 수많은 나뭇잎 하나하나가 각자의 시간과 얘기를 품고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도 다양한 스토리가 탄생한다. 그는 "내 작품을 보고 20대는 꽃잎, 30~50대는 나뭇잎, 60대 이상은 쌀나무 같다고 한다"며 "제목처럼 자신만의 얘기를 확장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에서는 나무와 달리, 단색의 나뭇잎으로 화면을 꽉 채운 '사일런스(Silence)' 시리즈도 함께 선보인다. 작가가 좀 더 내면의 정서와 침묵의 공간에 관심을 두고 작업한 결과물이다.
작가는 "'리프 스토리'가 자연의 시간에 대한 얘기였다면, '사일런스'는 그 시간 속에서 느끼는 감정의 깊이에 가깝다"며 "화면 속에서 많은 것을 말하기보다는 오히려 여백과 고요함 속에서 관람객이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마주할 수 있는 사유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갤러리 인 슈바빙의 초대로 갖는 그의 14번째 개인전 제목은 '거꾸로 가는 봄'.
"어머니를 지난해 봄에 떠나보냈어요. 그러고 맞는 첫 봄이라 특별해요. 보통 새로운 시작이나 희망을 상징하는 계절이지만, 저는 기억과 과거의 감정을 붙잡고 싶은 봄이기도 해요. 겉으로는 봄이지만 누군가의 마음 속은 아직 겨울일 수도, 이미 지나간 봄을 다시 살아내는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작품 속 이미지들은 그런 시간과 감정의 역류, 잔상을 담고 있죠."
그는 "다만 작품 앞에서 특정한 의미를 찾기보다, 잠깐 멈춰 서서 자신의 기억이나 감정을 떠올리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시간과 기억, 자연의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감정의 층을 계속 탐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4월 8일부터 19일까지 열리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