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비슷한 구성, 짧은 체류 시간, 부족한 연계 콘텐츠 등 한계가 반복되면서 "대구만의 축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행사를 늘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지역만의 특색과 소비·관광 인프라를 함께 키우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축제 효율화 꾀했지만… 여전히 한계
대구시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축제 내실화를 위해 '판타지아 대구 페스타'를 출범시켰다. 지역 축제를 하나의 틀로 묶어 운영하며 축제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한정된 재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였다. 동시에 대구만의 축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2022년 하반기 출범 이후 대구시는 다수의 지역 축제를 묶어 봄·가을 시즌에 집중 개최하는 방식으로 개편했다. 지난해에는 동성로 일대에서 11개 축제를 열고 97개 거리공연을 선보였다. 또 주요 관광지를 순환하는 시티투어 버스 할인 등 연계 이벤트도 진행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 과제는 남아 있다. 대구정책연구원은 '대구 축제 통합브랜드 판타지아대구페스타 발전 전략' 보고서를 통해 축제 과밀화 문제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봄·가을 성수기 약 10일 안팎의 짧은 기간에 7~9개 축제가 동시에 열리면서 행정력이 분산되고 시민 혼란도 커진다는 분석이다.
통합 브랜드가 오히려 개별 축제의 특색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각 축제의 개성이 희석되거나, 반대로 통합 브랜드 자체의 역할이 모호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 대구 시민 대상 조사에서도 2023년 '판타지아 대구 페스타' 브랜드 인지도는 20.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 대구만의 문제 아냐… 기획 단계부터 꼼꼼히
전문가들은 축제 부진과 효율화에 대한 고민이 대구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이른바 '대박 축제'를 만들지 못한 지역 대부분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비슷한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축제 만족도를 결정하는 요소로 ▷일탈성 ▷놀이성 ▷대중성 ▷신비성 ▷장소성을 꼽는다. 일탈성과 놀이성은 현실에서 벗어난 재미를 느끼게 하는 요소이고, 대중성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어울릴 수 있는 특성이다. 신비성은 색다른 분위기와 규모에서 오는 새로움이며, 장소성은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체험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방문객 만족도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대구 축제는 이 가운데 일부 요소가 부족하거나, 요소 간 결합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진 더이루투어 대표는 "놀이성이 부족하면 방문객을 끌어모으기 어렵다"며 "축제 현장에서 '재밌다'고 느낄 만한 콘텐츠가 있어야 체류 시간이 길어지고 소비도 이어지는데, 다른 지역과 비슷한 구성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축제만의 '특색'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장소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만의 문화와 이야기를 축제 콘텐츠에 녹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완복 오산대 공연축제콘텐츠과 교수는 "축제는 결국 장소마케팅"이라며 "대구의 성공 사례 중 하나인 치맥페스티벌은 대구의 치킨 산업과 소비 문화라는 분명한 기반이 있었기 때문에 흥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축제 핵심 콘텐츠에 맞는 정체성을 살린 프로그램과 공연, 먹거리, 체험 요소가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대구약령시 한방문화축제라면 약재를 활용한 음식이나 체험처럼 축제 주제와 연결된 콘텐츠가 함께 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축제를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지역 공동체의 주도적 참여와 전문가 협업을 바탕으로 축제를 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축제 설계 경험이 있는 오제열 문화공유창고 대표는 "축제는 공공기관이 일방적으로 방향을 정하기보다 주민과 전문가, 행정이 함께 고민하며 만들어가야 한다"며 "주민은 지역의 특징과 흐름을 가장 잘 아는 주체인 만큼 단순 참여자를 넘어 축제 기획과 운영 과정 전반에 참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병원에 가서도 환자가 입을 꾹 다물고 있다면 진료를 볼 수 없다. 의사의 '촉진'에 환자가 참여해야만 치료가 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다"며 "행정기관 역시 지원과 조율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세 주체가 협력하는 구조 속에서 지역에 맞는 축제의 방향성을 찾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체류형 콘텐츠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축제를 즐긴 뒤에도 관광객이 머물며 소비할 공간과 콘텐츠가 부족해 지역 체류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이 지역에 와도 소비 인프라가 부족해 결국 서울로 이동하는 게 현실이다"며 "단순히 소규모 축제를 여는 것만으로는 소비 인프라가 탄탄해지지 않는다. 장기적으로는 축제뿐 아니라 도시 관광 전반에서 머물며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