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먹거리와 반복되는 초청가수 무대, 어디서나 볼 법한 부스들 사이에서 방문객들은 "굳이 다시 오고 싶지는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역 곳곳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의 기억에 남는 행사는 드물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축제가 있었다. 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 천편일류적 축제에 호응 ↓
지난 4월 열린 팔공산 벚꽃축제. 팔공산 벚꽃축제는 올해로 15회를 맞아 내공이 깊은 행사다. 매년 5천명의 방문객이 찾아와 벚꽃으로 물든 팔공산을 구경한다.
다만 축제 첫날에는 벚꽃을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다른 곳보다 서늘한 팔공산 자락에서는 벚꽃이 개화하기 전이어서다. 별다른 볼거리가 없다보니 축제를 보러 온 이들도 50여명 남짓이었다. 개화 시기를 쉽게 추정할 수 없다보니, 3년엔 한 번 꼴로는 벚꽃 없는 벚꽃 축제를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다른 지역 축제와의 차별성을 찾기 어려웠다. 꼬치, 꽈배기, 호떡, 분식 등 다양한 먹거리 부스가 있었지만, 판매 품목은 대부분 비슷비슷했다. 팔공산에서만 특별히 경험할 수 있는 먹거리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메인 이벤트 역시 '초청가수 무대'로, 구성은 전형적인 지역 축제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이 즐길 만한 프로그램은 많지 않았다. 지난해 벚꽃축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같은 장소에서 매년 열리는 단풍 축제와도 유사한 모습이었다.
당연히 체류시간도 길지 않았다. 행사장을 전부 돌아보고, 그나마 꽃망울을 겨우 틔운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이후에도 20분 밖에 지나지 않았다. 가족단위 방문객을 위한 휴식 공간도 없다보니,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더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지자체가 주관하는 행사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보였다. 동성로 축제 첫날인 지난 8일, 평소와 비슷한 양의 사람들이 부스를 구경하고 있었다. 동성로 축제는 도보 공간 중앙에 부스를 차려놓고, 구 대구백화점 앞 메인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는 구성이다. 부스는 75개, 4구역으로 나뉘어 방문객을 맞이했다.
하지만 부스는 방문객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먹거리는 케밥과 아이스크림, 푸딩 등으로 구성돼있어 평소에도 동성로에서 구매할 수 있는 종류여서다. 나머지 부스는 수공예품이나 빗, 삔과 인형을 판매하는 유사 부스들로 꾸며져 있었다. 결국 발길을 멈추고 부스를 살펴보는 이들은 매우 적었다.
놀이거리나 홍보도 부족했다. 직접 참여해볼 수 있는 부스는 설문조사나 참가 동의를 마친 후 참여할 수 있는 경품 추첨이 전부였다. 참가자들은 동성로 축제가 열리는 지도 몰랐다며 시큰둥한 기색이었다.
이날 부스를 둘러보던 장모(20) 씨는 "약령시와 동성로에서 동시에 축제가 열린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홍보가 부족해 보인다"며 "부스를 아무리 둘러봐도 딱히 지갑을 열만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독특한 것도 없고, 가격도 비싸서 마음에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죽어가는 상권을 살리기 위한 축제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굳이 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타지나 외국에서 올 필요는 없어보인다"고 평가했다.
◆ 특색 살린 곳은 비교적 호황
암울한 풍경만 펼쳐지지는 않았다. 같은 시각, 같은 장소였지만 약령시 한방문화 축제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평소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약령시 쪽은 축제를 둘러보는 사람으로 북적였다. 인삼 막걸리, 음료 등 한방 재료가 들어간 먹거리가 특히 인기가 많아,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도 먹거리 공간에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부스들은 한방 재료라는 통일된 특색을 보여줬다. 엉겅퀴나 불면증에 좋은 환을 파는 부스가 줄지었다. 다른 곳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셰이크나 타르트에도 한방 재료를 넣어 특색을 살렸다. 한방 특성에 맞지 않는 수공예품이나 단순 먹거리는 '플리마켓' 공간에 따로 배치해 축제의 통일성을 높였다. 방문객들은 부스 하나하나를 꼼꼼히 둘러보고, 한방차를 시음하며 시간을 보냈다.
단연 인기가 많은 건 축제에서의 '놀거리'였다. 소정의 참가비를 받고 풍선이 뿌려진 풀장에서 경품을 찾는 행사의 반응이 뜨거웠다. 또 불규칙하게 떨어지는 스티로폼 막대를 전부 잡아내는 도전을 하기 위해 길게 줄이 이어지기도 했다. 놀이를 마치고 먹거리로 배를 채운 이들은 무대 앞으로 모여 노래 공연을 즐겼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김모(30) 씨는 "어머니와 함께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축제에 방문했는데, 생각보다 어머니와 함께할 수 있는 놀거리가 많아서 놀랐다"며 "가격이 저렴한 인삼 튀김처럼 색다른 먹거리가 있어서 즐거웠다"고 참가 후기를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