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다 저질러 놓고 어딜 대구로 내려오느냐. 국회의원들은 의원 안 하면 다 당 나갈 사람들이고, 우리는 당을 지킨 사람들이잖아."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장동혁 대표와 대구 국회의원 전원의 비공개 회의가 진행되던 도중, 한 당원이 욕설과 고성을 내지르며 회의장으로 돌진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전날에는 국민의힘 대구시당 자문위원과 핵심 당원들이 성명을 내고 "대구시장 공천에서 특정인을 염두에 둔 공천이나 중앙당과 공천관리위원회의 일방적인 결정에 절대 반대한다"며 "강행될 경우 당원과 대구 시민의 뜻을 지키기 위해 중대한 결단과 행동에 나서겠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언제나 공천 농단의 정점에는 중앙 정치인들이 있었다.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임에도 제왕적 국회의원들에 의해 지역이 배제되는 일이 반복돼 왔다. 그들 자신을 위한 정략과 기득권이 지역 발전보다 우선시될 뿐이었다.
과거부터 공천 논란이 비일비재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민선 8기에 이르기까지 지난 30여 년간 시민의 손으로 지켜 온 '상향식 시장 선출', 시민의 손으로 키운 '지역 주권'이라는 가치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구 시민은 지난해부터 1년 동안 시장 공백을 감내하고 있다. 공직사회 전반의 사기 저하와 복지부동(伏地不動)이 심각해졌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대구시의 정책 수행을 가로막고 있고, 지역사회 곳곳에 누적된 피로감과 무기력함은 시민의 삶으로 전가되고 있다.
그런데 '쇄신 공천'을 내건 이정현 공천관리위발(發) 대구시장 후보 '내정설'과 '현역 중진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 방식에는 전략도, 철학도, 감동도 찾아볼 수 없었다. 모진 말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를 관철시킬 만한 포장 능력조차 이들은 보여주지 못했다. 더욱이 스스로에 대한 혁신과 쇄신을 해도 모자랄 처지에, 대뜸 대구를 '혁신의 대상'으로 지목한 데 이어 '낙하산 공천'을 시도하려 한다는 온갖 뒷말까지 나오자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장동혁 대표는 '시민 공천'을 약속하며 사과했고, 이정현 위원장은 그날 저녁 "6명 후보를 중심으로 경쟁 구조를 만들어가겠다"며 공천 기조를 경선 방식으로 선회했다. 보수 정당을 애정해 온 이들에게도 당이 '내가 태어난 대구' '내가 사는 대구'를 앞설 수는 없는 것이었고, 대구의 최전선 일꾼을 뽑는 시장 선거에 있어서만큼은 민심도 공천 전횡을 용인해 주지 않은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각본에 따른 약속 대련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지만 이 지점에서 주목해야 할 변화가 있다. 바로 선거의 무게 중심이 중앙당이나 후보자가 아닌 유권자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설적이게도 공천 논란이 선거를 시민들의 관심 한가운데로 끌어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전 국무총리 출마까지 기정사실화되며 대구 유권자의 시선이 이례적으로 후보 선출 단계부터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구는 지난 2022년 지선에서 전국 두 번째로 낮은 43.2%의 투표율에 그쳤다. 23년 만에 투표율이 60%를 돌파한 2018년 지선에서도 대구는 전국 두 번째 최저 투표율(57.3%)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정치 지형 속에 대구의 투표율은 4회(48.5%), 5회(45.9%), 6회(52.3%) 지선 모두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흔히 투표율은 '기대의 크기'를 반영한다고 한다. 유권자들은 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 느낄 때 움직인다는 뜻이다. 어쨌거나 국민의힘 공천 사태로 이 조건은 만들어진 것 같다. 이제 국민의힘은 요동치는 판세를 견뎌내며 '보수의 심장'을 지킬 수 있을까. 이는 70일 뒤 대구 시민의 손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