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10 증권사 중 8개사 리더십 유지…일부는 교체
배당 확대·자사주 소각 잇따라…주주환원 기조 강화
상법 개정·세제 개편 영향…정부 '밸류업' 기조 동참
대형 증권사들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CEO(최고경영자) 연임을 잇달아 확정하며 '안정'에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해 증시 호황에 따른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기존 리더십에 힘을 싣는 동시에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강화에도 속속 나서는 모습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2월 결산·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삼성·메리츠·KB·하나·키움·신한투자·대신) 가운데,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곳은 한투·미래·NH·메리츠·하나·대신증권 등 6곳이다.
이 중 연임에 성공했거나 사실상 확정한 곳은 한투·미래·메리츠·하나 등 4곳으로 수장 교체를 앞둔 증권사 과반이 '쇄신'보단 '안정'을 택했다. 앞서 지난해 말 임원 인사를 진행한 KB증권과 CEO 임기가 남은 삼성·키움·신한투자증권을 더하면 톱10 증권사 중 8곳이 현 리더십을 유지한 셈이다.
지난해 증시 호황에 따른 실적 개선이 기존 경영진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전날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김미섭·허선호 대표이사(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지분 7.9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김미섭 대표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며 반대표를 던졌지만, 찬성률 84.99%로 가결됐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전년보다 61.2%, 71% 증가한 1조9151억원, 1조5829억원이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3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한국투자증권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이달 초 위원 4명 전원이 김 대표를 차기 CEO 후보로 추천했다. 김 대표는 오는 26일 주총과 이사회를 거쳐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한투증권은 지난해 영업익 2조3427억원, 순익 2조135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최초 순이익 2조원 시대를 열었다.
장원재·김종민 각자대표 체제인 메리츠증권은 26일 정기주총서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장 대표의 재선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도 지난 24일 하나금융지주 주총에서 부회장 겸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일부 변화를 택한 증권사도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말 임원 김성현 IB(기업금융) 대표가 기업투자금융(CIB) 마켓 부문장으로 옮기면서 강진두 경영기획그룹장(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대신증권은 6년간 회사를 이끈 오익근 대표가 지난해 11월 용퇴 의사를 밝히면서 진승욱 기획지원총괄 부사장이 대표직에 올랐다.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의 경우 지난해 영업익 1조4206억원(57.7%), 순익 1조315억원(50.2%)을 달성해 연임을 점치는 시각이 대부분이었지만, 아직 정확히 정해진 바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지난달 말 임추위를 통해 윤 사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대주주인 농협금융지주의 제안으로 지배구조 개편 타당성 검토를 추진하면서 결론을 짓지 못했다. NH투자증권 측은 26일 열리는 주총에서 신임 사외이사를 선임한 후 임추위를 재개해 내달 연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또한 증권사들은 이번 정기주총에서 배당을 잇달아 확대하는 등 주주환원 강화에도 나섰다. 이는 정부의 기업·주주가치 제고 기조에 발맞춘 행보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증권은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을 포함한 주주환원 계획을 통과시켰다. 주주환원 규모는 현금배당(1742억원), 주식배당(2903억원), 자사주 소각(1702억원) 등 총 6347억원이다. 지난해 순익의 약 40%에 달하는 수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한국금융지주는 보통주 1주당 8690원으로 총 5078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2328억원을 배당한 지난해보다 118% 큰 규모다. 키움증권은 보통주 1주당 1만1500원, 총 3013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삼성증권도 현재 순이익의 35.5% 수준인 배당 성향을 중장기적으로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안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놨다. NH투자증권은 보통주 1300원, 우선주 1350원 배당을 결정했고, 대신증권도 보통주 1주당 1200원, 우선주 1250원, 2우B 12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또 보통주를 포함한 총 1535만주의 자사주를 향후 6개 분기에 걸쳐 단계적으로 소각하기로 했다.
장영임 SK증권 연구원은 "정부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1~2차 상법 개정안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주주권을 강화했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도 통과했다"며 "올해부터 도입된 고배당 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가 주주환원 확대·배당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자본시장 체질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며 증권사들에게도 우호적"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