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고령의 낙동강 변, 굽이치는 물줄기 곁에서 척박한 토양을 일구던 소년은 이제 '페르시아의 심장'을 읽는 독보적 이란통이자 미국 법리의 정수를 꿰뚫는 국제전략가로 우뚝 섰다. 신재현 서아시아경제포럼 회장(80)은 이명박 정부 시절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협력 대외직명대사로서, 국제 제재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도 '원유 대금 원화 결제 시스템'이라는 전무후무한 돌파구를 찾아낸 '실용 외교'의 산증인이다.
중동 분쟁이 격화되고 있고 트럼프발 관세 장벽이 한국 경제의 숨통을 조여오는 지금. 광화문 집무실에서 마주한 그는 고향 대구경북을 향해 땀흘려 나라를 구하는 '박정희 정신'을 강조했다.
거대 담론과 국제 정세를 논할 때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냉철한 법률가였으나, 고향의 내일을 말하는 대목에선 영락없이 우곡의 흙내음을 그리워하는 소년의 눈빛이었다.
- 국내 최고의 '이란통'이자 '미국통'으로 불린다. 두 나라 간의 무력 충돌이 언제쯤 끝날까.
▶"현재 상황은 그야말로 '지옥의 문'이 열린 것과 같습니다. 이란은 2,500년 페르시아 제국의 자존심을 심장처럼 품은 민족입니다. 명분을 잃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 기질이 강하죠. 반면 미국은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로 회귀했습니다. 희생자들의 피가 채 마르기도 전인 현시점에서, 이란이 무조건적인 휴전에 응하기엔 내부적 명분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 전면전은 피하더라도,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을 뒤흔드는 '장기적 저강도 전쟁'의 늪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큽니다. 전쟁이 끌나도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의 운영을 수에즈운하처럼 유로로 관리 운영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우리에게는 유가 급등과 물류 마비라는 실존적 위기가 눈앞의 현실로 닥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합니다.
- 과거 이란 제재 국면에서 '원화 결제 시스템'을 이끌었다.
▶미국은 우리의 대체 불가능한 유일 동맹입니다. 그러나 동맹이라 해서 모든 사안에 단일한 목소리만 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2010년 당시 이란과의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던 비결은 미국을 끊임없이 설득해 '전략적 예외'를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대외적 명분은 세워주되, 우리의 생존권인 에너지 안보와 수출 시장을 지켜내는 정교한 논리 싸움이 필수적입니다. '국익을 위한 경제는 정치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 제 확고한 신념입니다.
미국과의 관계에만 매몰되어 이란이라는 거대 시장을 포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이란은 우리와 정서적으로 닮은 구석이 참 많습니다. 혹독한 국제 제재 속에서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지만, 그들에겐 과거 몰락한 경상도 양반가처럼 무너지지 않는 '범절'과 사회적 성숙도가 흐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자존심을 존중하며, 신뢰를 바탕으로 한 훌륭한 경제·외교 파트너로 거듭나야 합니다."
- 트럼프 행정부 재집권 이후 '관세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은 세계 질서의 근간이 흔들리는 '대전환의 재편기'입니다. 무작정 미국의 흐름에 끌려가기보다, 우리 외교의 큰 틀을 새롭게 설계하고 대응해야 할 때입니다. 무조건적인 수용에서 벗어나 요구할 것은 당당히 요구하는 '전략적 자율성'에 기반한 독자 노선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볼 때 단순 수출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생존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트럼프의 관세는 단순한 장벽이 아니라 고도의 '협상 도구'입니다. 미국 내 직접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상생 모델을 제시하거나, 미국조차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핵심 기술'을 쥐고 있어야 합니다. 특히 대구경북의 주력인 자동차 부품과 기계 산업은 단순한 '부품 공급처'의 지위를 넘어, 없어서는 안 될 '글로벌 기술 파트너'로 격상되어야만 거센 관세의 파고를 넘을 수 있습니다."
-대구경북 경제가 매우 어렵다.
▶변화의 파고를 외면한 채 과거의 영광에만 안주하며 혁신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은 아닌지 뼈아픈 반성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비단 대구경북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거대한 경제적 빙하기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자영업자, 내년에는 중소기업, 그다음은 대기업 순으로 도미노식 위기가 닥칠 것입니다. 경직된 주 52시간제 탓에 공장을 돌리고 싶어도 돌리지 못하는 현장의 비명은 노동자에게도 결코 바람직한 결말이 아닙니다. 일자리를 AI 로봇이나 외국인 노동자에게 고스란히 내어주게 될지도 모릅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사회 전반에 '땀 흘리지 않고 돈을 벌겠다'는 요행수가 만연해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이야말로 '부국강병'의 기치를 높이 들었던 '박정희 정신'으로 재무장해야 할 때입니다. 중소기업 상속세 면제 등을 과감히 도입하는 등 낡은 산업·금융 구조를 과감히 수술해야 합니다.
-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뜨거운 화두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하면 지방 소멸이라는 재앙은 불 보듯 뻔한 현실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행정 체계의 결합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보다 앞서 '초광역 경제 공동체'라는 거시적 비전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통합 신공항을 거점으로 한 물류 혁명, 그리고 중동과 동남아 시장을 정조준한 특화 산업 육성이 통합의 진정한 핵심 동력이 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경계해야 할 점은 '통합만 되면 모든 난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환상입니다. 통합은 수단일 뿐, 본질은 우리 스스로 경제적 자생력을 키우는 데 있습니다. 무엇보다 행정통합이 특정 세력의 정치적 도구로 변질되어서는 결코 안 됩니다. '광주·전남은 해주는데 왜 우리는 안 해주나' 식의 피해의식이나 감정적 대응은 지극히 위험합니다. 우리는 남과의 비교가 아닌, 우리 자신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치열한 자강론'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지방선거가 코앞이다
▶이제는 '우리 당이니까 무조건 찍어준다'는 낡은 관성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합니다. '누가 우리 지역을 세계적 네트워크와 연결할 역량이 있는가', '누가 중앙 정부의 심장을 설득해 실질적인 이익을 쟁취할 수 있는가'를 냉철하게 따져 물어야 할 때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뿌리'입니다. 뜨내기 정치인이 아니라, 이 지역에서 부대끼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고향의 운명을 함께할 인물이 지역의 책임을 맡아야 합니다. 이념의 굴레보다는 '실용'을, 과거의 향수보다는 '미래'의 가치를 논하는 인물에게 힘을 실어주어야만 대구경북이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중심축으로 우뚝 설 수 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역 정치의 주권을 되찾을 절호의 기회입니다. 만약 중앙당이 '컷오프'라는 자의적인 칼날로 지역의 정서를 입맛대로 주무르려 한다면, 유권자들은 투표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엄중함'을 보여줘야 합니다."
-고향을 떠난지 벌써 60년이다.
▶제 고향 우곡면은 낙동강이 감싸 도는 오지 중의 오지였습니다. 척박한 땅을 일구며 보낸 유년의 기억은 제게 '인내'와 '뚝심'이라는 평생의 자산을 남겨주었습니다. 굽이칠지언정 결코 멈추지 않고 끝내 바다에 닿는 강물처럼, '촌놈'이라는 시선에 주눅 들지 않고 뉴욕과 테헤란을 누빌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고향의 강변에서 배운 그 끈기 덕분이었습니다.
대구에 산다고 해서 스스로 시야를 가두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경쟁 상대는 서울이 아니라 테헤란, 뉴욕, 상하이의 청년들입니다. 이곳 광화문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대구경북인의 긍지를 가슴에 새기고 여러분의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 제 몫의 소명을 다하겠습니다"
신재현 회장은?
▶1946년 경북 고령군 우곡면 출생
▶학력
-경북고, 서울대 법대, 미국 뉴욕대학교(NYU) 로스쿨 졸업 (법학석사, LL.M.)
▶주요 경력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협력 대외직명대사 (초대)
-법무법인 김앤장 국제변호사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현) 사단법인 서아시아경제포럼 회장
▶상훈
-무역의날 은탑산업훈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