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제봉투 100개 사놨다"…호르무즈 봉쇄에 때아닌 사재기·품귀, 왜?

입력 2026-03-23 22:43:53 수정 2026-03-23 22:4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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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제 봉투를 대량 구매한 네티즌. 스레드
종량제 봉투를 대량 구매한 네티즌. 스레드

"종량제 봉투 왜 품절임? 마트 몇군데나 돌았는데 없어서 빈손으로 돌아옴. 나만 이제 알았어? 이게 무슨 일인데?"(스레드 이용자)

중동 정세 불안이 원재료 공급에 영향을 미치면서 생활 밀착 품목까지 여파가 번졌다. 비닐 제품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종량제 봉투를 사재기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며 일부 지역에서는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나프타 수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종량제 봉투 구매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량제봉투를 판매하는 '종량제닷컴'은 홈페이지에 "최근 국제 정세의 영향으로 종량제봉투 제작부터 수급 및 입고 일정이 원활하지 못합니다"라며 출고 지연을 안내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종량제 봉투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매장을 돌아다녔다는 경험담이 잇따르고 있다. 여러 이용자는 "종량제 대란이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100장 넘게 확보했다", "비닐 대란 온다해서 종량제 봉투 쟁여놓은 내가 승자"라며 대량 구매 상황을 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실제로 구매 제한 조치가 등장했다. 세종시의 한 마트는 수급 불안을 이유로 1인당 2장씩만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지역 매장에서도 직원이 직접 결제를 관리하며 판매 수량을 제한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이 같은 조치는 수요 억제를 위한 대응으로 풀이되지만, 동시에 불안 심리를 자극해 오히려 구매를 늘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한 매장의 경우 구매 제한 시행 이후 봉투 판매량이 2주 전보다 110%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온라인 유통 상황도 여의치 않다. 종량제 봉투 생산과 공급 모두 지연되면서 판매 일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얻어지는 석유화학 기초 원료로, 비닐과 플라스틱, 각종 포장재 생산에 사용된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가운데, 국내로 들어오는 나프타 물량의 절반 이상이 이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인 만큼 공급망 차질이 현실화됐다.

현재 국내 나프타 재고는 약 10~15일 수준으로 원유 재고(약 60일분)에 비해 크게 부족한 상태로 알려졌다.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나프타 수급 차질로 인한 석유화학 기업들의 가동 중단도 잇따라 LG화학은 여수산단 나프타분해시설 2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대응에 나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종량제 봉투 재고 현황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나프타 수출 제한과 대체 수입선 확보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정부는 소비자 구매 제한은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