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욱 교수의 별별시선]2026년 3월 세계가 트럼프에게 배운 것

입력 2026-03-27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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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작가·전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작가·전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2025년까지 트럼프에게는 역린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성범죄자 엡스타인 연루설. 그는 엡스타인의 범죄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기 전 파티나 행사에 공공연히 어울려 다녔다. 2002년 뉴욕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는 함께 있으면 정말 즐거운 사람이고 자기와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여성을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혀가 좀 길었다.

"그 중 상당수가 어린 편"이라는 불필요한 설명을 달았고 이 발언은 현재 박제되어 끊임없이 트럼프를 괴롭히고 있다. 당연히 기자들이 이 질문하면 곤두선다. 다른 하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2022년 무렵 자기가 대통령이었으면 전쟁 안 났다고 했다. 2023년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는 자기가 취임하면 24시간 안에 끝낸다고 했다. 취임 직후 말이 바뀐다.

노력해보겠다 혹은 협상을 시작하겠다로 온화해졌고 24시간은 100일로 늘어났다. 최근엔 '쉽지 않다'에서 '진전 없으면 협상 포기 가능'까지 다양하게 후퇴했다. 기자들이 따져 물으면 역시 예민해지는데 그의 손을 떠난 문제라서 그렇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 20%를 먹었다. 남한 크기 땅이 걸렸는데 이 상태로 휴전이든 종전이든 가능할 리 없다. 더해서 2026년 2월 28일부터는 하나가 더 늘었다. "이란 폭격 왜 했어요?"

◆측근인 미(美)국가대테러센터 국장도 동의하지 못하는 트럼프의 이란 폭격

이 질문과 관련해서 트럼프가 짜증을 내는 이유는 본인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고 네타냐후에게 '말려서'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지도 못하는데 자존심은 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역시 생각). 그러다보니 최종 결정은 내가 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고 사정이 그런데도 빤히 알면서 기자들이 그 이유를 캐물으니까 싫은 거다.

궁여지책으로 짜낸 논리는 이렇다. 이스라엘이 미사일 능력 제거를 위해 이란을 공격하면 이란은 즉각 주변국 주둔 미군을 겨냥한 보복공격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그 전에 이란을 선제공격 한다는 설명이다. 시작과 끝이 불분명한 뫼비우스의 띠를 보는 거 같다. 좀 더 트럼프를 긁고 싶은 기자라면 이렇게 질문 했을 것이다. "이란 폭격은 공격입니까 아니면 방어입니까?"

◆무논리의 패턴화를 달성한 트럼프의 신박한 외교술

사람들이 생각하는 트럼프는 아침에 일어나서 문득 떠오른 대로 말하는 사람이다. 쿠르드족의 이란 공격 가능성을 훌륭한 일이라며 전적으로 찬성한다더니 이틀 만에 뒤집었다.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 보내라고 동맹국들을 압박하더니 하루 만에 철회했다. 변덕쟁이인가. 아니다. 트럼프 편을 들자면 그의 말은 결정된 외교 언사가 아니다.

그는 이른바 '움직이는 협상'을 한다. 확정안을 던져놓고 답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추가 낚싯대를 던지고 수시로 당겨본다. 협상안을 받은 상대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건가? 하면 저거란다. 저거인가 싶으면 이거인데? 라며 말을 돌린다. 떠오른 대로라는 느낀 것은 이 낚싯대 때문이다.

이 독특한 트럼프 스타일, 본인은 편하다. 그러나 아랫것들은 피곤하다. 백악관의 '딸랑이'들은 매번 대통령 말을 수습하고 논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미 내각만 그런 게 아니다. 전 세계 시사평론가들이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추리를 짜내느라 바쁘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트럼프 특유 '현란한 말의 외교'는 기존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 억지력과 협상력을 강화하고 의제 설정이라는 측면에서도 상당한 강점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상대의 오판, 동맹의 신뢰 붕괴, 시장 불안정이라는 부작용을 동반한다. 말은 총알보다 빠르고 때로는 더 멀리 나간다.

그러니 신중함과 책임을 부탁해야 하겠지만 트럼프에게는 씨도 안 먹히는 소리다. 마음에 안 들면 너 님이 한 번 나서 보시던가. 이게 현재 상황에 대한 트럼프의 대꾸일 것이다. 각자도생 열심히 하시고 시간 나면 죽어라 힘을 키우세요. 이게 트럼프가 전 세계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일 것이다.

확실한 것은 이제 모든 사람들이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는 21세기의 진정한 구루(guru)다. 무지(gu)를 제거(ru)하고 깨달음과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존재다. 해서 트럼프의 노벨상 자격은 충분하다고 본다. 아, 평화상은 아니고 경제학상이나 문학상. 그냥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