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사과 하나가 상자 속 모든 사과를 썩게 한다'는 속담에서 나온 게 '썩은 사과' 이론이다. 특정 또는 일부 구성원의 부정적이고 잘못된 행동·처신이 다른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쳐 전체 분위기를 해치고 조직을 망가뜨린다는 의미다. 문제가 있는 조직에서 특정인이나 소수에게 그 책임을 돌리기 위해 흔히 사용된다. 조직은 문제가 없는데 '그 사람'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이면(裏面)엔 '그 썩은 사과만 솎아 내면 괜찮아진다'는 뜻도 내포돼 있다. 일종의 '희생양 만들기'다.
'썩은 상자' 이론이라는 것도 있다. '썩은 상자 안에 있으면 성한 사과들도 다 썩는다'는 게 핵심 명제(命題)다. 조직의 시스템이나 환경, 상황이 개인을 오염시키고 문제를 키우는 경우가 더 많다거나 개인보다 조직이 문제라는 걸 강조할 때 사용되곤 한다. 미 스탠퍼드대 필립 짐바르도 교수가 교도소 실험을 통해 정립한 '루시퍼 이펙트'의 주요 개념이기도 하다. 썩은 상자가 썩은 사과를 만든다는 의미로, 싱싱하고 멀쩡한 사과라도 습하고 곰팡이 핀 '썩은 상자' 안에 있으면 같이 썩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을 보는 듯하다. '윤 어게인' 세력에겐 한동훈 전 대표와 친한계들이 썩은 사과이고, '절윤' 세력에겐 윤석열 전 대통령과 친윤 세력들이 썩은 사과다. 서로 솎아 내려 난리다. 당 윤리위원회까지 나서 '썩은 사과를 도려낸다'며 제명과 징계의 칼을 휘둘렀다. 당 지도부와 개혁파·소장파 등도 서로 썩은 사과 보듯 한다. 6·3 지방선거 공천 과정도 '역시나'다. 서로 썩었다고 손가락질이다. '사퇴' '탈당' 등 압박과 협박이 난무(亂舞)하는 등 서로 끌어내리고 배제하려 혈안이 돼 있다.
썩은 사과 때문에 상자가 오염된 건지, 썩은 상자 탓에 사과들이 상한 것인지, 둘 다 썩은 건지 논란이 있겠으나, 분명한 건 썩은 상자에선 정상적인 사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앞선 위기에선 한나라당 천막 당사, 자유한국당 영등포 소규모 당사 이전 등을 통해 반성하며 상자를 정화(淨化)하려는 모습이라도 보였는데 지금은 이마저도 없다. 이준석 전 대표도 솎아 내고 한동훈 전 대표도 들어냈는데 상자는 더 썩어가고 있다.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건 솎아 내기보다 상자 청소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