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특수 이용해 장사?"…'뒤쳐지면 최저·잘되면 최고 수수료' 삼성운용 이중정책에 '눈살'

입력 2026-03-13 10: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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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독점' 지위 KODEX 200 수수료는 타사 최대 9배 비싸
해외 지수·코스닥 액티브 ETF선 경쟁사 대비 낮은 저가 수수료 정책
"독점 지위 이용해 수익 극대화" 비판 잇따라

삼성자산운용이 자사 ETF(상장지수펀드) 수수료 정책을 두고 '이중 잣대' 논란에 휩싸였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국내 지수 추종 ETF는 높은 수수료를 고수하면서 경쟁이 치열한 해외 지수나 액티브 ETF는 공격적으로 낮은 수수료 정책을 펴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장기투자 문화 독려를 위하며 국내 지수 추종 ETF를 매입한 상황에서 자사에 유리한 분야에서만 높은 수수료를 유지하려는 전략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코스피200 추종 상품인 KODEX 200의 총보수는 연 0.15%다. 동일한 지수를 추종하는 KB자산운용 RISE 200과 한국투자신탁운용 ACE 200의 총보수인 연 0.017%와 비교하면 약 9배 높은 수준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200의 연 0.05%에 비해서도 3배 비싸다.

수수료 부담에도 불구하고 KODEX 200은 지난해 5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매수한 사실이 알려지며 투자금이 급증했다. KODEX 200의 순자산은 지난 12일 기준 17조6036억원으로 최근 3개월 새 6조5031억원 늘며 국내 최대 규모 ETF로 올라섰다.

반면 삼성자산운용은 타사 대비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해외 지수 및 액티브 ETF 시장에서는 공격적인 수수료 인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2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TIGER 미국 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를 0.0068%로 낮추자 삼성자산운용은 다음날 'KODEX 미국 S&P500'과 'KODEX 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를 0.0099%에서 0.0062%로 인하했다. 이는 지난 2024년 4월에 이은 두 번째 보수 인하였다.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쏠리고 있는 코스닥 액티브 ETF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저가 수수료 책정에 나섰다.

지난 10일 동시 상장된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코스닥액티브 총보수는 0.5%로 책정돼 경쟁 상품인 타임폴리오운용 TIME 코스닥액티브의 0.8%보다 낮다.

1000만원을 3년간 운용할 경우 수수료 부담액은 각각 15만5000원과 25만5000원으로 차이가 벌어진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이 이처럼 공격적인 저가 수수료 전략을 펼치는 건 '액티브 명가'로 불리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독자 브랜드 'KoAct'를 런칭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양사 간 자산 총액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2024년 3000억원 수준이었던 격차는 올해 2월 기준 3조원 이상으로 벌어지며 타임폴리오가 독주 체제를 굳혔다. 결국 낮은 수수료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높은 수수료가 운용 성과로 직결되는 것도 아니다. 2008년부터 올해 1월 말까지 TIGER 200의 누적 수익률은 238.17%로 KODEX 200의 235.18%보다 높았다. 지수를 수동적으로 추종하는 패시브 ETF의 특성상 운용사 간 수익률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장기 투자 시 누적된 보수 차이가 최종 수익률 격차로 이어진 결과다.

만약 2008년 1억원을 투자했다면 올 1월 말 기준 TIGER의 누적 수익금은 2억3817만원으로, KODEX(2억3518만원)보다 약 299만원을 더 번 셈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시장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시장에서는 점유율 확대를 위해 수수료 인하 경쟁에 나섰으면서도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집중되는 국내 대표 상품의 수수료 인하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다.

자산운용업계 한 임원은 "대통령의 투자 독려 등 정책적 수혜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투자자들에게만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전가하는 구조"라며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국내 지수 ETF는 높은 수수료를 유지하면서 경쟁이 치열한 해외 지수나 액티브 ETF는 낮추는 이중 정책은 결국 자사 이익 극대화가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삼성자산운용 측은 "당국의 ETF 보수인하 자제 권고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단기적인 점유율 확대를 위한 보수 인하는 시장의 장기적인 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다"면서 "국내 지수형 상품에 대한 보수 인하는 현재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