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락내리락 제자리인데 내 계좌는 '텅'... 레버리지 ETF 체험해보니[매일뭐니머니]

입력 2026-03-12 10:4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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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장세서 지수 회복해도 레버리지 ETF는 '마이너스'
음의 복리효과로 횡보…급등락 장세서 구조적 손실
"단기 방향성 매매 적합…변동성 구간 장기 보유 시 원금 회복 불가"

제미나이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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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란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지수 움직임의 2배 수익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투자자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수는 급락 전 수준을 회복했음에도 레버리지 상품의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는 시장에서 흔히 말하는 '곱버스의 함정'입니다.

투자자 A씨의 사례를 들어볼게요. 지난 3일 장 중 코스닥150 지수가 하락하자 반등을 기대하며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에 500만원을 투자했습니다. 매수 시점 기준으로 지수가 2%가량 하락하면서 A씨의 수익률은 -5%가 됐고, 잔고는 475만원으로 줄었습니다. 문제는 다음날 발생했습니다. 확전 우려로 지수가 14% 급락하자 2배 레버리지 상품은 28% 폭락하며 A씨의 잔고를 342만원까지 끌어내렸죠. 이틀 만에 원금 30% 이상의 손실을 입은 셈입니다.

사흘째 되는 날 지수가 다시 14% 급등하며 전날의 하락분을 만회했습니다. 지수 자체는 폭락 전 수준으로 돌아왔지만 A씨의 계좌는 달랐는데요. 342만원으로 줄어든 상태에서 28%가 올랐기 때문에 잔고는 437만원에 그쳤습니다. 지수는 제자리를 찾았으나 A씨의 손실률은 여전히 10%가 넘었습니다.

곱버스의 함정을 온몸으로 체감한 투자자 A씨는 사실 기자 본인입니다. 그간 기사를 작성하면서 레버리지 ETF의 특성을 설명해왔지만 문자에 갇혔을 뿐 실제로 경험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기사를 쓸 땐 소위 도파민 터지는 장세를 우려하면서도 포모(FOMO·소외 공포)에 휩쓸린 동학개미를 어리석다고 손가락질 할 수 없는 저인데요. 지수가 다시 급등하면서 "내 계좌도 얼추 회복했겠지" 두근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계좌를 열었을 때 느낀 황당함은 다신 레버리지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계기가 됐습니다.

이같은 괴리는 레버리지 ETF가 '누적 수익률'이 아닌 '일일 변동폭'의 2배를 추종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레버리지 상품은 일반 주식과 달리 매수 시점부터의 전체 수익률이 아닌 매일의 등락률을 기준으로 수익을 쌓아갑니다. 지수가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변동 장세에서는 이 '일일 복리' 방식이 오히려 독이 됩니다.

지수가 하락해 원금이 줄어들면 이후 지수가 같은 비율로 상승하더라도 복구해야 할 기저가 낮아져 상승 동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구조인데요. 레버리지 상품의 특성인 음의 복리효과 때문입니다. 이것이 곱버스의 함정입니다. 하락할 때는 큰 원금에서 손실이 뭉텅이로 빠져나가고 상승할 때는 이미 작아진 원금을 기준으로 수익이 붙는 구조적 한계가 이같은 손실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지수가 직선으로 우상향하지 않고 위아래로 흔들리며 제자리걸음을 하는 횡보장일수록 이러한 구조적 손실은 누적될 수밖에 없는데요. 특히 이번 전쟁 사례처럼 지수가 하루는 폭락하고 다음날은 급등하는 'V자' 혹은 'W자' 형태의 변동성 장세는 레버리지 투자자에게 독약과 같습니다. 지수가 위아래로 흔들릴 때마다 ETF의 순자산가치(NAV)는 매일매일 조금씩 깎여나갑니다. 소위 "계좌가 녹아내린다"고 하죠.

ETF를 운용하는 데 드는 거래 비용도 곱버스 수익률을 낮추는 원인으로 꼽힙니다. 레버리지 ETF는 일반 ETF보다 운용 보수가 높고 선물 교체 비용(롤오버)까지 더해지면 투자자가 체감하는 손실 폭은 더욱 커집니다.

레버리지 ETF는 시장의 방향성이 직선으로 강하게 뻗어나갈 때 유효한 '단기 전술용' 도구입니다. 이번 이란 전쟁 사례처럼 변동성이 극심하고 예측 불가능한 시장 상황에서 "언젠간 오르겠지"라는 믿음으로 장기 보유하는 것은 내 자산이 녹아내리는 것을 방관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상품은 단기적인 방향성 매매에 적합하다"면서 "지수 회복력이 좋아 보여도 변동성이 큰 구간에서는 원금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가치가 훼손될 수 있음을 항상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지수는 살아남았을지 모르지만 무리하게 레버리지에 올라탄 투자자들의 계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소리 없이 녹아내릴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