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배터리'서 드러난 미래…로봇·AI 겨냥 차세대 배터리 경쟁

입력 2026-03-11 15: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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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넘어 로봇·UAM ·AI 인프라 겨냥
'꿈의 배터리' 전고체 차세대 전지 경쟁 본격화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산업 전문 전시회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산업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에서 참관객들이 삼성SDI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2차전지 업계가 차세대 배터리로 신산업 선점에 나선다. 주요 기업들은 11일 코엑스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인 '인터배터리'에서 첨단 기술 및 신제품을 선보이며 경쟁력을 과시했다. 특히 전기차를 넘어서 로봇, 자율주행 모빌리티 등 '피지컬 AI'에 적합한 차세대 배터리가 화두로 떠올랐다.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산업 전문 전시회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산업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에서 참관객들이 포스코퓨처엠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 로보틱스 AI가 미래 먹거리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3사는 인공지능(AI) 전환에 발맞춰 새로운 분야로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1위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은 휴머노이드, 도심항공교통(UAM) 등 다양한 제품에 자사의 배터리가 탑재된 다양한 완성품 사례를 선보였다. 특히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최근 CES 2026에서 화제를 모은 LG전자 홈 로봇 '클로이드'가 자리 잡아 관람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베어로보틱스의 자율주행 로봇 '카티 100'(Carti100)도 전시됐다.

삼성SDI는 이번 전시에서 AI 데이터센터용 배터리 사업을 내세웠다. 데이터센터 전력 안정화를 위한 무정전 전원장치(UPS)에 배터리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회사는 ESS(에너지 저장 장치) 통합 설루션인 삼성 배터리 박스(SBB) 풀 라인업도 전시하며 ESS로 국내 전력망 안정화와 산업 확대에도 기여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SK온은 현대위아의 자율이동로봇(AMR)을 함께 전시하며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제네시스의 고성능 전기차 GV60 마그마도 전시관 한쪽에 자리 잡았다. 이 차량에는 SK온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됐다.

또 이번 전시에서 기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를 약 14∼19% 향상한 파우치형 ESS용 배터리를 전시하는 등 ESS 기술 고도화를 핵심으로 내세웠다.

LG에너지솔루션이 11일 인터배터리 부스에서 선보인 전고체 배터리 셀.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이 11일 인터배터리 부스에서 선보인 전고체 배터리 셀. LG에너지솔루션 제공

◆ 꿈의 배터리 '전고체' 상용화 언제쯤?

이번 전시회에서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청사진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를 끌어올린 전고체 배터리는 향후 로봇을 비롯한 피지컬 AI의 핵심 동력으로 꼽히며 업계에서는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처음으로 로봇에 적용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셀(완성품)을 공개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로보틱스의 경우 초기 시장 규모는 제한적이지만 에너지 밀도와 성능 요구 수준이 높아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먼저 적용하기에 적합한 시장으로 평가된다. 전고체 배터리를 신규 시장에 선제 적용하며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적용 영역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기차에 탑재되는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기존 흑연 음극을 활용하는 '흑연계 전고체 배터리'를 중심으로 개발을 추진 중이다. 오는 2029년 초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해당 제품은 공정 연계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양산 안정성과 제조 경쟁력 확보에 유리한 구조라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전고체 분야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SDI는 ESS, 로봇 등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 기술로 각형·전고체 배터리 기술의 새로운 명칭인 '프리즘스택'(PrismStack)과 '솔리드스택'(SolidStack)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삼성SDI는 ESS는 기존 삼원계와 함께 리튬인산철(LFP)·나트륨(Na-ion) 배터리를 적용하고 출력과 안전성이 관건인 로봇에는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이밖에 경량화가 중요한 UAM은 전고체 리튬황과 리튬메탈 배터리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연내 전고체 배터리의 제품 개발 및 검증을 마치고 내년부터 양산 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대표가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대표가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 현장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배터리 소재 업계도 대응 '속도전'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성장 중인 배터리 소재 기업들도 새로운 시장 진출을 위해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 특히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엘앤에프는 울트라 하이니켈 양극재와 LFP 양극재를 중심으로 전기차 프리미엄 및 보급형 시장과 ESS 시장을 겨냥한 소재 포트폴리오를 소개했다.

회사는 올해 하반기 국내 최초 양산을 목표로 하는 LFP 양극재 개발 현황을 공개하고, 차세대 무전구체 LFP 적용 공법과 자체 인산철(FP) 기술 개발 성과를 처음으로 공유했다. 그동안 중국 기업들이 주도한 LFP 공급망에서 탈피해 독립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며, 배터리 종합 소재사로 밸류체인 핵심 기업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에코프로는 전고체 배터리 소재와 하이니켈 중심의 삼원계 양극재 기술을 공개했다.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대표는 중국 배터리 업체와의 경쟁과 관련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 대표는 이날 전시회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LFP 배터리 분야에서는 중국이 더 잘하지만, 하이니켈 배터리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원가 구조가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유럽에서 현지 생산 기반으로 경쟁하게 되면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향후 배터리 시장에서 지역 내 생산과 공급망 구축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유럽 생산 거점인 헝가리 공장을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엄기천 포스코퓨처엠 사장. 연합뉴스
엄기천 포스코퓨처엠 사장. 연합뉴스

포스코퓨처엠 역시 피지컬 AI 시장 진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엄기천 포스코퓨처엠 사장은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등으로 K-배터리 가동률이 떨어졌지만,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며 "기술 개발과 공정 혁신, 차세대 전지 개발에 K-생태계가 힘을 모은다면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올해 안에 LFP 양극재 양산품을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엄 사장은 "포스코퓨처엠은 7∼8월 정도까지 기존 삼원계 라인의 개조를 완료하고, 3분기 정도까지 인증 절차를 거쳐 연말에는 국내 고객사에 양산품을 제공하는 걸로 협의가 돼 있다"고 했다.

지난달 한국배터리산업협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며 향후 시장 주도권 확보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엄 사장은 "전고체 배터리는 K-배터리가 향후에 중국을 추월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라며 "기업과 정부가 전략적으로 이를 공동 개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