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테마 따라 '유사 상품 경쟁'…삼성 ETF 닮은꼴 포트폴리오

입력 2026-03-11 13: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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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ETF 1075개…삼성·미래에셋 상품만 전체의 약 42% 차지
방산·원전·2차전지 ETF 상위 종목 대부분 겹쳐…일부 상품 10개 중 9개 동일
중소형 운용사 테마 발굴하면 대형사 후발 진입 구조 반복

(사진=연합)
(사진=연합)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370조원을 넘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인기 테마를 중심으로 유사한 구조의 상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방산·원전·2차전지 등 주요 테마 ETF를 비교하면 상위 구성 종목 대부분이 겹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 ETF는 총 1075개로 집계됐다. 상품 수 기준으로도 시장은 대형 운용사 중심 구조가 뚜렷하다. 삼성자산운용이 230개로 가장 많았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22개로 뒤를 이었다. 두 운용사의 ETF만 합치면 전체의 약 42%를 차지한다.

다만 외형 성장과 달리 개별 상품 간 차별성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테마 ETF가 시장에서 인기를 얻으면 유사한 콘셉트의 상품이 뒤따라 출시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차전지 ETF다. 신한자산운용이 2023년 4월 'SOL 2차전지소부장Fn'을 상장한 이후 삼성자산운용은 같은 해 7월 'KODEX 2차전지핵심소재10'을 출시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도 같은 달 'TIGER 2차전지소재Fn'을 선보이며 경쟁에 합류했다.

세 ETF의 포트폴리오를 비교하면 상위 10개 구성 종목 가운데 9개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POSCO홀딩스, LG화학, 엘앤에프, 에코프로머티, 코스모신소재, 대주전자재료 등 주요 종목이 대부분 겹친다. 사실상 한두 종목만 다른 구조다.

방산 테마 ETF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된다. 한화자산운용이 2023년 1월 'PLUS K방산'을 먼저 상장한 이후 2025년 7월 삼성자산운용이 'KODEX K방산TOP10'을 출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두 ETF의 상위 10개 구성 종목을 비교하면 9개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테마 ETF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2022년 상장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원자력TOP10' 이후 삼성자산운용은 2025년 'KODEX 원전SMR'을 출시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두 상품의 상위 구성 종목을 비교하면 10개 가운데 7개가 동일하다.

이 같은 흐름은 일부 테마에 국한되지 않는다. 테마형 ETF 상당수에서도 유사한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다우존스 배당 ETF, 금 지수 ETF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삼성자산운용 측은 테마형 ETF의 경우 산업을 대표하는 종목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되는 만큼 일부 종목이 겹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테마형 상품은 특정 산업을 대표하는 종목을 중심으로 편입하다 보니 일부 구성 종목이 겹칠 수 있다"며 "다만 각 상품은 서로 다른 지수를 기반으로 운용되고 있어 편입 비중이나 투자 전략에서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자 선택지를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테마 ETF 라인업을 갖출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중소형 운용사들은 대표 지수형 ETF에서 대형사 대비 경쟁력이 약한 만큼 틈새 시장을 겨냥한 테마형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리서치와 투자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이며 시장에서 새로운 투자 테마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평가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운용사가 새로운 테마를 먼저 발굴하더라도 대형 운용사가 유사 상품을 출시하면 브랜드 인지도와 마케팅 영향력 때문에 자금이 빠르게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중소형 운용사들이 상품 모방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이러한 과도한 상품 경쟁 문제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ETF 상품 모방 관행을 줄이기 위해 독창적인 ETF에 대해 6개월간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하는 '상장지수상품(ETP) 신상품 보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 정량 평가 중심 심사에서 벗어나 독창성·창의성·시장 기여도 등을 평가하는 정성 평가 방식으로 제도를 개편했다.

다만 제도 도입 이후 아직 신상품 보호를 신청한 운용사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신상품 보호제도는 운용사가 먼저 독창성을 인정받기 위해 심사를 신청해야 제도가 작동하는 구조"라며 "최근 ETF 시장은 여러 투자 테마를 조합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식이 많다 보니 완전히 새로운 상품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신청 사례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