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반도체 지수, 5%대 약세…코스피 대비 상대적 견고
외인, 삼전·하닉 등 대거 순매도…개인·기관이 물량 받아
"중동 사태, 업황·실적과 무관…메모리 가격 상승세 지속"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로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대거 매도에 나서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최근 주가 하락이 업황 둔화가 아닌 매크로 변수에 따른 차익실현 성격이 강한 만큼 이번 조정을 반도체 업종 비중 확대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반도체' 지수는 최근 1주일(2월 27일~3월 10일)간 5.16% 하락했다. 작은 수준의 낙폭은 아니지만, 코스피 지수가 이 기간 12.28% 하락한 점과 거래소가 산출하는 34개 KRX 산업지수 중 수익률 기준 1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같은 기간 지수 구성 종목 35개 중 '대장주'인 삼성전자(-13.81%), SK하이닉스(-14.65%)를 비롯해 ▲필옵틱스(-15.57%) ▲가온칩스(-14.91%) ▲LX세미콘(-14.80%) 등 과반 이상(25개)이 하락했다. 반면 ▲테크윙(42.74%) ▲HD현대에너지솔루션(35.00%) ▲RFHIC(30.37%) 등은 개별 호재 등으로 초강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신한자산운용의 'SOL 반도체후공정(6.58%)'과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6.48%)' ▲SOL AI반도체소부장(5.63%) 등 일부 반도체 관련 ETF(상장지수펀드)는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요 투자 주체별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강한 매도세를 보였다. 이들은 삼성전자(-6조207억원), SK하이닉스(-2조4217억원), 원익IPS(-1507억원), 리노공업(-1260억원), 한미반도체(-1131억원) 등 반도체주 중심의 투매 양상을 연출했다.
매물 폭탄을 받아낸 것은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이다.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6조1702억원), SK하이닉스(2조3278억원)가, 기관투자자는 한미반도체(3184억원), 테크윙(1606억원), 리노공업(1465억원), 원익IPS(1230억원), HPSP(873억원), 이오테크닉스(820억원), 삼성전자우(695억원)가 순매수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연초 국내 증시의 상승 국면에서 오름폭이 컸던 국내 반도체주들은 최근 미국-이란 전쟁 등 대외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차익실현 욕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변동성이 극심한 '범용 메모리' 프레임과 중국의 가파른 추격도 주가에 투영된 모습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이슈로 인해 국내 증시·메모리 업체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는데, 그간 주가 상승 폭이 컸던 업체들이 하락 폭도 크게 나타났다"며 "이는 업황·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차익실현 중심의 매매가 진행된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황은 여전히 견조하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251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60.8% 급증했다. 이는 월간 기준 전(全) 기간을 통틀어 역대 최대치다. 반도체 품목은 ▲지난해 10월 157억달러 ▲11월 173억달러 ▲12월 208억달러 ▲올해 1월 205억달러 등 꾸준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3개월 연속 200달러를 웃도는 수출을 이어갔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출액은 설 연휴로 조업일수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범용 DRAM(디램)·MCP(멀티칩패키지) 단가 상승·물량 확대가 더해지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며 "반도체 수출 강세는 메모리반도체 초과수요를 반영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감은 단기적으로 반도체 업황·실적과 무관하기 때문에 주가 하락폭이 크게 나타나면 매수로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리스크의 완화 가능성이 남아있는 만큼 매도 실익이 낮은 구간인데다 목표주가를 하향할 명확한 증거도 없기에 이번 조정을 반도체업에 대한 비중 확대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경기 둔화 우려와 무관하게 업황 강세는 지속되고 있다. 헬륨과 같은 반도체 소재 수급난 우려가 있지만, 공급망을 선제적으로 다각화해 생산 차질 리스크는 제한적이며 단기 가격 전망은 오히려 상향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록호 연구원도 "업황과 무관한 대외 변수·불확실성은 항상 기회였기 때문에 비중 확대할 용기가 필요한 구간"이라며 "메모리 가격은 예상보다 상승 폭이 확대되고 있으며 2분기에도 현재 추정한 가격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빅테크 업체들의 시설 투자(Capex) 기조·스마트폰 고객사들의 물량 확보 니즈 역시 변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임혜윤 연구원은 "지난 2018년 반도체 주가는 수출단가 하락을 계기로 조정받았는데, 이번에도 단가 하락이 조정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전공정 장비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범용 DRAM 관련 수요가 두드러질 수 있지만, 주요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생산능력을 HBM(고대역폭메모리)에 집중하고 있어 탄력적인 공급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