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의 의료 현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벼랑 끝에 서 있다.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는 서울 3.6명, 대구 2.7명인 데 비해 경북은 1.4명에 불과하다. 전국 평균과 비교해도 부족 의사 수가 약 1천900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특히 경북 중북부 의료 취약 지역의 상황은 통계 수치조차 사치로 느껴질 만큼 심각하다. 응급 상황에서 병원을 찾지 못해 먼 도시로 이동해야 하는 현실은 도민의 일상적 불안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입학 정원을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수도권과 대도시로의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없다. 지역 의사제 역시 일정 기간 의무복무를 전제로 할 뿐, 그 이후까지 지역 정주를 담보하지는 못한다.
실제로 대도시 의대에서 교육받은 인력이 다시 대도시로 돌아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대구와 경북의 인구 1천명당 의사 수 격차는 2.7명 대 1.4명이다. 대전과 충남 역시 2.6명 대 1.5명으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대도시권 의대에서 의사를 양성해 인접 도 지역으로 배출하겠다는 전략은 이미 실패로 판명됐다.
생활·문화 인프라가 집중된 대도시에서 수련한 인력이 기반 시설이 열악한 지역에 장기 정착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지역 사립대 의대 역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경북 소재 의대 졸업생의 경북 지역 정주율이 3.3%에 그친다는 자료는 지역 인재 양성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에서 공부했지만 지역에 남지 않는 현실은 제도 설계의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경북 북부권 거점 국립대인 국립경국대에 의과대학을 신설해 지역에 뿌리내릴 의사를 직접 양성해야 한다. 지역에서 학생을 선발하고, 지역 공공·필수의료를 중심으로 교육하며, 지역 의료기관과 긴밀히 연계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대학 신설이 아니라 경북의 생존 전략이다.
일본의 자치의과대학 사례는 시사점이 크다. 의료 취약 지역을 위해 설립된 이 대학은 지역의료에 사명감을 지닌 학생을 선발하고, 지역 정주를 전제로 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그 결과 졸업생의 의무복무 후 지역 정주율은 70%를 넘는다.
학부 단계부터 지역과 공동체 의식을 공유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 성과를 만든 것이다. 단기 의무복무에 의존하는 방식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국립경국대 의대 설립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국가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의대와 생명과학·공학 분야를 연계하고, 경북 북부권의 바이오·백신 산업 인프라와 협력한다면 의료 인력 확보와 산업 육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의료는 복지 정책이면서 동시에 미래 산업 전략이다. 지역에 양질의 의료 환경이 갖춰질 때 인구 유출을 막고 정주 여건을 개선할 수 있다.
정부는 의대 정원 배분을 단순한 산술적 균형이 아니라 실제 의료 공백의 규모와 절박함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2028년 이후 계획된 추가 증원 인원을 재검토해 의료 인력이 가장 부족하며 국립의대가 없는 도 지역에 의대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2027년 증원분 역시 지역의사 양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구조인지 점검해야 한다.
의료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경북 중북부의 의료 사막을 옥토로 바꾸기 위해서는 지역 거점 국립대 의대 신설이라는 결단이 필요하다.
국립경국대 의과대학 설립은 도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 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경북도 국립의대 신설을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방향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