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충돌에 치솟는 기름값…시외·고속버스 멈출 위기, 서민 발 묶이나

입력 2026-03-09 16:10:18 수정 2026-03-09 20: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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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긴장에 경유값 열흘 새 400원 가까이 급등…운송업계 "기름값 떼면 남는 것 없어"
버스업계 연간 수십억 추가 부담…지자체·정부 지원 요구 커져, 서민 이동권 위협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2월 대구 북부시외버스터미널.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매일신문DB

"시내 노선버스는 전기, 압축천연가스(CNG) 차량으로 전환했지만 시외·고속버스는 경유차 그대로라 유가 상승에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대구와 서부 경남을 오가는 버스를 운행하는 경전여객의 강지훈 기술부 실장은 최근 경영 상황을 이 같이 설명했다. 그는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는 '중·장거리 교통의 실핏줄'이자 '서민의 발'인데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안전 관리 투자는커녕 운행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경유에 의존하는 시외·고속버스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운송업계는 "기름값 떼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정부와 자치단체의 긴급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대구 지역 경유 평균 가격은 리터(ℓ)당 1천945.14원, 경북은 1천928.87원으로 전국 평균 1천923.84원을 웃돌았다. 군사 충돌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달 27일 대구 경유 가격이 ℓ당 1천557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열흘 사이 388원, 25%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경유 가격 상승은 곧바로 버스업계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시외버스는 장거리 운행 특성상 전기차나 CNG 차량 전환이 쉽지 않아 경유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김도헌 경북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 부장은 "도내 시외버스 업체 7곳이 연간 사용하는 경유량은 2만7천284㎘ 수준"이라며 "업체 매입가 기준으로 경유 가격이 ℓ당 410원 오르면 연간 약 110억원, 월 기준 9억원이 넘는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수익 구조가 취약해진 상황에서 유류비 급등이 이어지면 적자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호소한다. 일부 업체에서는 노선 감축이나 운행 횟수 축소까지 검토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합은 최근 경북도에 유가 안정 시점까지 한시적 재정 지원을 요청했다. 시외버스 면허와 인가권을 가진 경북도가 서민 이동권 보호 차원에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부장은 "유류세 인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버스는 사실상 공공재인 만큼 유가가 안정될 때까지 최소한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속버스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업계는 정부에 유가연동보조금 기준 완화, 지급 규모 확대, 운임 인상 검토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경유 가격이 ℓ당 1천700원을 넘으면 초과분의 50%를 유가연동보조금으로 지원한다.

강 실장은 "현행 유가보조금 제도는 국제 유가가 아니라 국내 유류세 변동에 따라 지급 단가가 결정된다. 유가 급등기에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하면 보조금 단가도 함께 줄어 유류비 부담에 아무런 차이가 없어진다"면서 "업계에서는 이를 '유류세 인하의 역설'이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부와 자치단체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중동 정세가 단기간에 진정될지, 장기화할지 불확실한 만큼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유가연동제가 이미 시행 중이고 도내 시외버스 업체에 연 180억원 규모의 재정 지원도 하고 있다"며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이 장기화할 경우 추가 지원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도 "범정부 차원에서 최고가격 지정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다만 중동 정세의 전개 방향에 따라 대응책도 달라질 수 있어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