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억만장자, 트럼프 공개 비판 "방아쇠 당기기 전 피해 고려했나"

입력 2026-03-07 19: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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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의 사업가 칼라프 아흐마드 알-합투르. 본인 X
두바이의 사업가 칼라프 아흐마드 알-합투르. 본인 X

미·이란 전쟁으로 중동 정세가 긴장 상태로 치닫는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의 유명 기업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두바이의 사업가 칼라프 아흐마드 알-합투르는 미국의 이란 공격이 중동 지역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X(옛 트위터)에 아랍어로 장문의 글을 올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알-합투르는 게시글에서 "걸프 국가들과 아랍 국가들은 선택하지 않는 위험의 한가운데에 놓였다"며 "누가 당신에게 우리 지역을 이란과의 전쟁으로 끌어들일 결정을 내리도록 했나"라고 했다.

이어 그는 "누가 이런 위험한 결정을 내릴 권한을 줬나.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부수적인 피해를 고려했나. 이번 사태로 가장 먼저 고통받는 건 바로 이 지역 국가들"이라고 했다.

이어 중동 평화 구상을 언급하며 군사적 긴장 고조를 문제 삼았다. 그는 "다행히 우리는 강대국이며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이 있고, 조국을 지킬 군대와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평화와 안정을 명분으로 발표했던 평화위원회 구상이라는 서명이 채 마르기도 전에 우리는 지역 전체를 위협하는 군사적 긴장 고조에 직면하게 되었다"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해 온 걸프 지역 평화위원회의 역할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등 걸프 국가들이 참여한 이 위원회의 재원 대부분이 아랍 걸프 국가들에서 나온 점을 언급하며 "이 돈은 어디로 갔나. 우리는 평화 구상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는 전쟁을 지원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군사 행동이 미국에도 부담을 안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욱 위험한 것은 당신의 결정이 해당 지역 사람들뿐만 아니라 당신이 평화와 번영을 약속했던 미국 국민까지 위협한다는 점"이라며 "이제 미국 국민들은 자신들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전쟁에 휘말리게 되었으며, 정책연구소(IPS)에 따르면 직접적인 군사 작전 비용은 4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에 이르며 전쟁이 4~5주 동안 지속될 경우 경제적 영향과 간접 손실을 포함하면 최대 2천1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개입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두 번째 임기 동안 소말리아, 이라크, 예멘, 나이지리아, 시리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7개국에 군사 개입을 명령했고,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서 해군 작전도 감행했다"며 "취임 첫 해에만 658건이 넘는 해외 공습을 감행했는데, 이는 당신이 미국을 해외 전쟁에 끌어들였다고 비판했던 바로 그 바이든 전 대통령의 임기 전체 공습 횟수와 맞먹는 수치"라고 비교했다.

그는 "미국 내에서도 또 다른 전쟁에 휘말리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미국인의 생명, 경제, 그리고 미래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진정한 리더십은 전쟁 결정이 아닌 지혜와 타인에 대한 존중, 평화 달성을 위한 노력으로 측정된다. 우리는 명확한 책임 규명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알-합투르의 발언은 걸프 지역 경제계에서도 전쟁으로 인한 불안정이 자국 이익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알-합투르는 UAE를 대표하는 기업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포브스에 따르면 그의 순자산은 약 23억 달러(약 3조3000억 원)로 세계 부호 순위 335위에 올라 있다. 그가 이끄는 알 합투르 그룹은 호텔과 자동차,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는 과거에도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바 있다. 알-합투르는 2008년 트럼프 그룹 계열사의 두바이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2015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반무슬림 기조를 보이자 협력 관계를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