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이 살아난 게 법원 탓이기만 할까?

입력 2026-03-08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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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5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손팻말을 들고 청와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5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손팻말을 들고 청와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현진 의원에 대한 징계가 사실상 철회됐다. 법원이 "징계가 부적절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인데 겉으론 국민의힘이 잘못된 징계 처분을 내린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다른 의견이 나왔다. 애초 국민의힘이 가처분을 이길 생각이 없는 것처럼 대응했다는 것이다.

가처분 대응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국민의힘은 정당 얼굴인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부터 원외 당협위원장의 의정 활동, 중앙당 사무처 행정까지도 제대로 굴러가는 곳이 거의 없는 사실상 '좀비' 상태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5일 배 의원이 국민의힘을 상대로 낸 당원권 1년 정지 징계 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배 의원이 자신을 비방한 누리꾼의 미성년 가족 사진을 페이스북에 '박제'해 아동 인권을 침해했다며 지난달 13일 당원권 1년 정지 처분을 의결한 바 있다. 이에 배 의원은 지난달 19일 효력 정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판단은 사법부 몫이지만 심문 과정에서 국민의힘 늑장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법원은 배 의원 신청 다음날인 지난달 20일 국민의힘에 심문기일통지서를 전달했다. 심문기일은 지난달 26일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변호사 선임서과 답변서를 법원에 낸 건 심문기일 당일이었다. 판사가 읽어볼 시간도 주지 않은 것이다. 6일 간 국민의힘은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셈이 됐다.

참고자료 제출은 어땠을까. 지난달 26일 심문기일이 있은 뒤 닷새 여유가 있었음에도 국민의힘은 4일이 돼서야 참고 자료를 제출했다. 인용 결정 딱 하루 전이었다.

한 변호사는 "이 정도면 판사가 '아 이 사람들은 이 가처분을 제대로 다룰 생각이 없군'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 정도 불성실한 태도로 소를 다루면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당의 얼굴인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은 어떨까. 지난달 26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천영식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 추천안을 찬성 116, 반대 124, 기권 9로 부결 시켰다. 민주당은 8표 차이 부결을 두고 "30명에 가까운 국민의힘 의원이 불참한 탓"이라고 했다.

7일 매일신문 취재 결과 강승규 권영진 김민전 김선교 김성원 김재섭 김태호 김형동 김희정 박상웅 박정하 박정훈 배현진 서범수 신성범 안철수 우재준 유용원 윤재옥 이만희 정성국 조은희 주호영 등 국민의힘 의원 23명이 표결에 불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의 기본 의정 활동인 표결 자체에 빠진 것이다.

더구나 천 후보자는 국민의힘 추천 몫이었다. 이 가운데 박정훈 배현진 우재준 정성국 의원이 표결 날 발견된 곳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대구 방문 장소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2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2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대구입니다"란 짤막한 문구와 함께 같은 당 박정훈 배현진 우재준 정성국 의원과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소셜미디어

국회의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원외 당협위원장도 당 기조를 무시하는 행위를 벌이고 있다. 매일신문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대량의 돈 봉투가 주최 측으로 전달되는 장면을 지난달 4일 보도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각종 행사를 통한 사적 후원금 모금 행위 금지를 골자로 한 '금전 비위 행위 엄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함운경·장진영·이종철 당협위원장·백남환 마포구의회 의장 공동출판회에선 5만원 돈다발 잔치가 벌어졌다.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청 2층 대강당에서 열린 이들 출판회를 방문한 다수의 참석자는 5만원 지폐 여러 장을 다양한 색깔의 봉투에 넣고 판매대 모금함에 집어넣었다. 판매된 책의 정가는 2만5천원이었다. 하지만 구매자 대다수는 웃돈인 5만 원 내고 잔돈을 전혀 받아 가지 않았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달 26일 함운경·장진영·이종철 당협위원장·백남환 마포구의회 의장 공동출판기념회를 찾아 5만 원 여러장을 봉투에 담은 뒤 행사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정현환 기자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달 26일 함운경·장진영·이종철 당협위원장·백남환 마포구의회 의장 공동출판기념회를 찾아 5만 원 여러장을 봉투에 담은 뒤 행사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정현환 기자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함운경·장진영·이종철 당협위원장·백남환 마포구의회 의장 공동출판기념회에선 돈뭉치 전달 장면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정현환 기자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함운경·장진영·이종철 당협위원장·백남환 마포구의회 의장 공동출판기념회에선 돈뭉치 전달 장면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정현환 기자

이들은 "판매는 출판사에서 한 것"이라고만 답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아무런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

중앙당 사무처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긴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지난 5일 오후 2시쯤부터 여의도 국회에서 출발해 신촌, 광화문을 거쳐 청와대까지 걸어서 이동하는 '사법독립 헌정수호를 위한 대국민 호소 국민대장정 규탄대회'를 열었다.

그런데 아무런 구호도 외칠 수 없었다. 사무처가 집회신고를 하지 못해서였다. 이들은 청와대까지 걷는 동안 구호를 외치지 못한 채 침묵 행진을 이어갔다.

이들은 청와대에 사법개혁 3법에 대한 국무회의 의결에 항의하는 서한을 제출했다. 그런데 서한 안에는 민주당이 낸 법안 원문만 있었다. 자체 요구사항이나 입장문 없이 사실상 '백지 서한'을 제출한 것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항의 서한에 별도 입장이 없어서 답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과거 국민의힘에 몸을 담았던 김성열 전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6일 매일신문 유튜브 '금요비대위'에 출연해 "당직자가 하는 일이란 게 집회신고하는 것이다. 이 정도면 장동혁 대표를 제치고 다른 줄을 잡으려는 누군가가 일부러 이런 식으로 일 처리를 한 것 아닌가 의심해야 할 정도"라며 "당직자만큼 정치적인 집단은 없다. 내가 보기엔 차기 당 대표를 노리는 사람과 짠 당직자 집단이 벌인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사무총장 차원에서 제대로 된 조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내부에서 국회의원 평가지수를 개발해 늘 평가대상으로 올려야 '살찐 고양이'를 잡을 수 있다. 원외 당협위원장은 당에서 출판회 등을 열어 돈을 받지 말라고 했는데 돈을 받았으니 무관용 제재를 내려야 한다. 이는 공천헌금과 다를 바 없다"며 "사무처 당직자는 철밥통이라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사고가 나면 여의도연구원과 윤리위원회에서 관련 보고서 만들어 당 대표에게 보고하고 인사고과에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사무처 당직자 문제는 시간만 지나면 승진 시켜주는 관료제인데 체제만 좀 손 보면 승진을 안 시키거나 지역당으로 보낼 수 있다. 국장급은 전폭적으로 계약직 전환해 일 잘하는 사람이 우대 받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