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팔 때 아니야?"…20만전자·100만닉스 붕괴에도 개미는 '사자'

입력 2026-03-04 09: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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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주가 폭락에도 개미 삼성전자·하이닉스 4조 순매수
외국인 '팔자'세 지속…4조4천억원어치 던져
증권가는 반도체 목표주가 줄상향…"업황 영향 제한적, 추세 전환 아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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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 격화로 국내 반도체 대형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각각 20만원, 100만원대 아래로 내려왔다. 국내 증시 '큰손'인 외국인 투자자는 하루 만에 두 종목에서 4조원이 넘는 물량을 매도했지만 동학개미들은 4조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개미 투자자들의 수급이 엇갈리는 가운데 증권가에선 반도체 종목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올리며 상승을 점치는 모습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1·2위는 삼성전자 3조2106억원, SK하이닉스 1조2164억원이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삼성전자 2조6886억원, SK하이닉스 1조4921억원을 순매수해 두 종목 합산 4조1807억원을 사들였다.

이같은 흐름은 올해 들어 지속되고 있다. 개인은 1~2월 삼성전자를 10조1643억원, SK하이닉스를 5조2902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삼성전자 18조8433억원, SK하이닉스 9조3530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의 연간 누적 순매수 규모가 15조 원을 넘어선 반면 외국인은 28조원 이상을 팔아치운 셈이다.

외국인의 폭풍 매도세는 반도체 대형주의 급락으로 이어졌다. 전날 삼성전자는 9.88% 하락한 19만5100원, SK하이닉스는 11.50% 내린 93만90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이날 급락으로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39조원, SK하이닉스는 87조원 감소했다. 코스피 전체로는 하루 만에 약 378조원이 증발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연휴 기간 반영하지 못한 낙폭과 최근 지수 급등에 따른 외국인 차익실현 압력이 더해지며 낙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지난달까지 코스피가 48%, 코스닥이 29% 오르며 글로벌 증시 성과를 압도한 만큼 차익실현 압력이 높아진 상황이었다"고 분석했다.

주가 변동성은 이틀째 이어지는 모습이다. 4일 오전 9시28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36% 내린 19만2450원에 거래 중이다. 5%대 급락 출발한 SK하이닉스는 0.11% 상승한 94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 폭락에도 증권가는 반도체 종목들의 목표주가를 상향하는 추세다.

지난 3일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22만원에서 27만원으로, SK하이닉스를 13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올렸다. 키움증권도 삼성전자를 21만원에서 26만원으로, SK하이닉스를 11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상향했다. iM증권은 삼성전자 목표가를 20만원에서 26만5000원으로 조정했다.

근거는 D램 가격 상승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범용 D램 평균판매단가(ASP) 상승률 전망을 전분기 대비 50%에서 76%로 높이며 "서버 D램 주요 제품 가격이 이미 HBM3E 수준인 기가바이트(GB)당 1.25달러를 넘어선 1.3달러 이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은 각각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을 202조원, 200조원으로, SK하이닉스는 168조원, 170조원으로 제시했다.

이란 사태가 반도체 업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이퍼스케일러의 AI 투자가 이번 충돌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며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도 "변동성 국면에서 시장은 결국 이익 가시성과 대체 불가능성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메모리 반도체는 확실한 자산으로 재분류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변수는 남아 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긴축 통화정책 가능성이 높아지고, AI 투자 심리도 위축될 수 있다.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서 걸프 국가들이 약속한 3조 달러 규모의 AI 투자 지연 가능성도 거론된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급등을 동반한 지정학 리스크의 장기화는 글로벌 자산시장 급락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추세 전환으로 보기 이르다는 게 증권가 중론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익·밸류에이션·정책 모멘텀이 유효한 만큼 이번 변동성을 추세 전환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