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이호준] 절윤도 늦었다

입력 2026-03-0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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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논설위원
이호준 논설위원

도요새가 조갯살을 먹으려 부리를 넣자 조개는 껍데기를 꽉 닫아 부리를 문다. 도요새가 '오늘도 비가 안 오고 내일도 비가 안 오면 너는 말라 죽을 것'이라고 하자, 조개는 '오늘도 안 놔주고 내일도 안 놔주면 너는 굶어 죽을 것'이라며 맞선다. 꼼짝 못 하는 사이 둘은 지나가던 어부에게 손쉽게 잡힌다. 익히 알고 있는 '전국책'의 '연책'에 나오는 '어부지리(漁父之利)'다. 개와 토끼가 쫓고 쫓기다가 둘 다 지쳐 죽자 지켜보던 농부가 주워 갔다는 '양패구상(兩敗俱傷)', '견토구폐(犬兎俱斃)'도 같은 의미다.

구부러진 소의 뿔을 곧게 펴려고 무리하게 힘을 가하다 뿔이 뽑혀 죽고 말았다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화도 있다('한비자'의 '외저설좌상'). '후한서'엔 헤어날 길 없는, 죽음에 가까운 절박한 처지를 뜻하는 '솥 안의 물고기(釜中之魚)' 비유도 나온다. '삶겨 죽는 건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딱 지금의 국민의힘이다. 죽는 줄도 모르고 '윤 어게인'과 '절윤(絕尹)'으로 나뉘어 싸움질이다. 당이 어떻게 되든 보수가 어떻게 되든, 결론도 내리지 못할 '윤 어게인' '절윤'을 외치며 서로 상대의 뿔만 바로잡으려 한다. 6·3 지방선거가 석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여전히 윤석열 전 대통령에 갇혀 푹푹 삶겨 죽을 지경이다. 17%, 22%라는 당 지지율이 잘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텃밭이라는 대구에서도 민주당에 추월당하기 직전이다. 이러다 17개 지자체 중 대구도 내줄 판이다. 민주당으로선 이런 어부지리도 없다.

이미 타이밍은 놓쳤다. 윤 전 대통령 1심 선고 때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그런데도 장동혁 대표는 오히려 '절윤 세력과의 절연(絕緣)'을 선언하는 '뻥축구'를 해버렸다. 당내 개혁파도, 다선 중진 의원들의 절윤 및 사과 요구도 묵살됐다. 6선 조경태 의원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통해 국민에게 다시 사랑받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다시 사랑받기엔 늦었다. 지금 절윤 선언하고 사과한들 진정성 있는 반성으로 받아들여지겠는가. 오히려 선거용으로 보일 뿐이다. '윤 어게인'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윤 어게인'을 외쳐도 지금보다 더 얻을 표도 없다. 중도층 민심은 이미 돌아섰다. '절윤'을 해도, '윤 어게인'을 외쳐도 더 얻을 지지가 없다는 말이다.

곪아 터진 환부는 도려내야 한다. 약 바르고 반창고 붙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수술도 대수술이 필요하고 후유증 및 회복기도 거쳐야 한다. 지금 국민의힘 상황이라면 보통 명의(名醫)론 안 된다. 달리 말하면 수술 한 번으로 완치될 병도, 하루아침에 나을 병도 아니라는 것이다. 당연히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다 수술 한 번 못 받아보고 당의 명맥이 끊어질 수 있다. 지난 총선 대패로 여당 견제조차 못 하는 허수아비 야당이 됐고, 계엄으로 대선은 그냥 헌납했고, 이제 지선까지 참패면 보수의 본산(本山), 제1야당으로서 존재 의미는 없다. 지금은 '윤 어게인'인지 '절연'인지 결판낼 때가 아니다. 당장 싸움을 중단하고 조건 없이 결집해 힘을 모을지, 망하고 다시 시작할지를 결단해야 할 때다.

이대로면 말라 죽거나 굶어 죽는다. 살아남더라도 어부에게 잡혀 죽는다. 뿔이 조금 굽었더라도 소는 살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죽는지도 모르고 솥 안에 갇혀 싸우고만 있을 건가. '네가 맞느니 내가 맞느니' 싸우기만 하다 당(黨)이 망하고 난 뒤에는 늦다. 그땐 절윤도, 윤 어게인도 의미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