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나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가는 '달리기'

입력 2026-03-03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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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숨소리와 발바닥에 닿는 지면 감촉에 집중
단순한 운동 넘어 인간 본연의 존엄 회복하는 길

달리기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달리기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여러분은 자신만을 위한 온전한 시간을 얼마나 갖고 계시는가요? 우리는 흔히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스스로를 돌볼 여유조차 잊은 채 살아갑니다.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성취라는 궤도에서 잠시 벗어나, 오직 나의 숨소리와 발바닥에 닿는 지면의 감촉에만 집중할 수 있는 순간이 절실한 때입니다. 오늘은 무채색의 일상을 활기찬 생명력으로 채워주고, 타성에 젖은 훈련이 아닌 본연의 즐거움을 깨워주는 두 권의 달리기 책을 소개합니다.

◆달릴수록 선명해지는 나

'아무튼, 달리기'의 표지

우리는 때로 거창한 목표나 화려한 성취가 있어야만 삶이 의미 있다고 착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행복은 먼 미래의 결과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가 내딛는 한 걸음 속에 머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달리기'(김상민 지음)는 '나가서 달려나 볼까?'라는 아주 사소하고 허술한 시작이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을 5년 동안 5천㎞라는 경이로운 여정으로 이끌었는지 보여주는 책입니다. 저자는 스스로를 '외콧구멍 러너'라 명명하며, 대단한 기교나 속도보다는 달리기 그 자체가 주는 정직한 위로에 집중합니다.

달리기는 무엇보다 철저히 혼자 하는 1인분의 운동입니다. 축구의 골이나 농구의 화려한 개인기 같은 극적인 순간은 없지만, 나 홀로 시작하고 끝맺는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요가나 수영처럼 마스터해야 할 복잡한 영법이나 자세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의지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내달릴 수 있는 무한한 확장성이야말로 달리기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저자는 동네 주변을 달리고, 때로는 낯선 타국에서 현지인들과 발맞춰 뛰며 일상의 지루한 풍경들을 삶의 주연으로 격상시킵니다.

특히 달리는 동안 마주하는 자연의 변화는 굳어있던 마음을 말랑하게 녹여줍니다. 해가 짧아지는 속도, 숲길 잎들의 무성함, 계절을 머금은 바람의 감촉은 오직 달리는 사람만이 온몸으로 관통하며 느낄 수 있는 생기입니다. 일상에서는 스쳐 지나쳤던 작은 것들이 달리는 순간만큼은 예민하게 살아나 우리 안의 숨어있던 생명력을 일깨웁니다. 저자는 비록 서툴고 느리더라도 꾸준히 전진하는 마음가짐을 강조합니다. 예견된 실패 앞에서도 당당하게 약간의 뻔뻔함을 방패 삼아 슬금슬금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목표에 도달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책은 효율과 결과만을 강요받는 우리에게, 달리기라는 정직한 노력을 통해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다정하게 일러줍니다.

◆에티오피아 숲길의 비밀

'달리기 인류'의 표지

달리기가 개인의 내면을 다독이는 시간이라면, 때로는 그 행위의 깊은 본질과 문화를 탐구하는 여행이 우리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달리기 인류'(마이클 크롤리 지음)는 마라톤 선수이자 인류학자인 저자가 세계 최고의 육상 강국 에티오피아에서 15개월간 현지 선수들과 함께 숨 쉬며 기록한 매혹적인 논픽션입니다. 그는 단순히 그들의 훈련법을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구의 과학적 접근 방식이 놓치고 있는 달리기의 진정한 영혼을 추적합니다. 에티오피아 선수들은 새벽 3시에 일어나 숲과 언덕을 오르내리며 직관적이고 창의적으로 달립니다. 저자는 그들과 함께 훈련하며 데이터와 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대의 훈련법이 오히려 인간의 영혼을 고갈시킬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그들에게 달리기는 속도를 경쟁하는 수단이기 이전에, 숲과 자갈길, 진흙길 등 변화무쌍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감각을 깨우는 모험입니다. 때로는 하이에나를 찾아 나서는 '위험한 방식'조차 달리기를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독창적인 문화의 일부가 됩니다.

이 책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키워낸 풍부하고 다층적인 문화를 심도 있게 조명합니다. 아베베 비킬라 같은 전설적인 영웅들이 여전히 미치는 영향력을 목도하고, 92세의 노장 선수와 대화하며 그들은 달리기를 삶의 철학으로 받아들입니다. 크롤리는 겸손한 관점으로 그들의 문화적 비밀을 발견하며, 기술 만능주의에 빠진 우리에게 대안적 관점을 제시합니다. 담백하고 절제된 문체 속에 담긴 놀라운 통찰은 달리기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인간 본연의 존엄과 즐거움을 회복하는 길임을 보여줍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