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서 삼일절 만세운동 재현…도심 1㎞대한독립만세' 물결
전국 최다 독립유공자 도시 자긍심 되살린 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어둠이 내려앉자, 경북 안동 도심에 하나둘 손에 든 횃불이 밝혀졌다. 107년 전 그날처럼, 시민들의 입에서 "대한독립만세"가 터져 나왔다. 독립의 성지로 불리는 안동이 삼일절을 앞두고 다시 한 번 뜨겁게 타올랐다.
안동시는 28일 저녁 시청 전정에서 웅부공원까지 이어지는 '제107주년 삼일절 기념 만세운동 재현행사'를 열었다. 광복회 안동시지회가 주최하고 안동청년유도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1919년 안동 전역을 뒤덮었던 만세의 함성을 되살리고 순국선열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가 시작된 시청 전정은 단순한 출발점이 아니었다. 이곳은 과거 안동향교가 자리했던 터로, 1894년 갑오의병이 첫 기치를 올린 역사적 장소다. 전국 최초 항일의병의 불씨가 타올랐던 자리에서 다시 '만세의 물결'이 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행진에 앞서 안동시립합창단과 안동교회 어린이합창단의 애국가 제창이 울려 퍼지자, 시민들은 자연스레 태극기를 가슴에 안았다. 이어 권기창 안동시장이 '안동 3·1운동과 역사적 의의'를 주제로 강연에 나섰고, 지역 기관·단체장들이 차례로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짧지만 울림 있는 목소리마다 1919년의 결기가 실렸다.
이어 오토바이 퍼레이드단이 앞장서면서 드디어 횃불 행진이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시청을 출발해 안동교회를 거쳐 웅부공원까지 약 20분간 도심을 걸었다. 아이 손을 잡은 부모, 교복을 입은 학생, 흰 머리의 노년층까지 세대를 아우른 행렬이었다. 붉은 불꽃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대한독립만세" 구호가 도심 건물 사이로 메아리쳤다.
행진의 종착지인 웅부공원에서는 국기 게양식이 엄숙하게 진행됐다. 이어 시민 66명이 참여한 '시민의 종' 타종이 밤하늘을 울렸다. 종소리는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독립운동의 맥을 오늘로 잇는 선언처럼 퍼져 나갔다.
안동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헌신해 정부 포상을 받은 독립유공자가 391명에 이르는 도시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이상룡 선생을 비롯해 이육사, 김동삼 등 수많은 인물이 이 땅에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삶을 던졌다. 안동이 '독립운동의 성지'로 불리는 이유다.
안창영 광복회 안동시지회장은 "안동은 51년 독립운동사의 출발점이자 가장 치열한 저항이 이어진 곳"이라며 "이번 재현행사가 선열의 뜻을 되새기고, 후손으로서의 자부심을 다지는 화합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횃불은 꺼졌지만, 그날의 함성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107년 전 거리에서 시작된 만세의 외침은 이날 밤, 다시 현재형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