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보안시설 영상 보안처리·좌표표시 제한 의무화
국내 서버 가공·한국 지도 전담관 상주 등 조건 부과
20년간 공전을 거듭해 온 구글의 국내 정밀 지도 국외반출이 조건부로 허가됐다. 군사·보안시설 가림 처리와 좌표 표시 제한, 국내 서버 가공 의무화 등 엄격한 보안 조건을 전제로 한 결정이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관계부처 합동으로 구성된 협의체는 이날 회의를 열고 구글(Google LLC)이 신청한 1대 5천 수치지도 국외반출 건을 심의한 결과 제시된 보안 조건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을 전제로 허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절차로, 협의체에는 국토부(국토지리정보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부, 국가정보원 등이 참여했다.
협의체는 지난해 11월 구글에 국가안보와 관련한 영상 보안처리, 좌표 표시 제한, 서버 운영 및 사후관리 등 기술적 보완을 요구했다. 이후 구글이 제출한 보완 신청서를 검토한 결과 조건 충족을 전제로 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핵심 조건은 크게 네 가지다. 우선 구글 지도와 구글 어스 글로벌 서비스에서 한국 영토의 위성·항공사진을 제공할 때 관계 법령에 따른 보안처리가 완료된 영상만 사용해야 한다. 과거 시계열 영상과 스트리트뷰에 대해서도 군사·보안시설 가림 처리를 의무화했다. 또한 한국 영토에 대한 좌표 표시를 제거하거나 노출을 제한하도록 했다.
데이터 처리 방식에도 제한을 뒀다. 구글의 국내 제휴기업이 국내에 보유한 서버에서 원본 데이터를 가공하고, 정부의 검토·확인을 거친 데이터만 국외로 반출할 수 있도록 했다. 반출 대상은 내비게이션·길찾기 서비스에 필요한 기본 바탕지도와 도로 등 교통 네트워크 정보로 한정된다. 등고선 등 안보상 민감한 정보는 제외된다.
보안사고 대응 체계도 마련된다. 국외 반출 전 정부와 협의해 '보안사고 예방 및 대응 프레임워크'를 수립하고, 국가안보에 임박한 위험이나 구체적 위협이 발생할 경우 긴급 대응이 가능한 기술적 조치, 이른바 '레드버튼'를 구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한국 지도 전담관(Local Responsible Officer)의 국내 상주도 의무화했다. 정부와의 상시 소통 체계를 갖추고, 군사·보안시설이 추가되거나 변경될 경우 국내 서버에서 신속히 수정하는 절차도 관리해야 한다. 정부는 조건 이행 여부를 지속 점검하고 중대한 위반이 발생하면 허가를 중단하거나 회수할 수 있도록 했다.
협의체는 "이번 결정이 외국인 관광 편의 제고와 지도 서비스 기반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군사·보안시설 노출과 좌표 표시 문제 등 기존 안보 우려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에 세계 최고 수준의 3차원 고정밀 공간정보 구축과 공간 인공지능(Geo AI) 기술 개발 지원, 공간정보 산업 육성 등 종합적 지원 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구글에도 국내 공간정보 및 AI 연관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상생 방안을 강구·이행할 것을 주문했다.
구글의 정밀지도 반출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구글로부터 2007년과 2016년에도 같은 요청을 받았으나 군사 기지를 포함해 민감·보안 시설 정보가 담긴 고정밀 지도를 외국으로 반출하는 것과 관련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거부했다. 지난해 2월에도 반출 요청을 받았지만 결정을 계속 미뤄왔다.
구글은 그동안 다른 국가에서 제공하는 길찾기 기능을 한국에서 충분히 서비스하지 못하는 이유로 1대 5천 축척의 고정밀 지도 반출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실제 거리 50m를 지도상 1㎝로 표현하는 수준의 정밀도가 확보돼야 글로벌 표준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