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 인하·광고비 요구, 대금 2809억 지연 지급…지연이자 8억도 미지급
직매입 법정지급기한 첫 제재…"온라인 1위 사업자 거래 관행에 경종"
온라인 쇼핑시장 1위 쿠팡이 목표 이익률을 맞추려 납품업체에 단가 인하와 광고비 부담을 요구하고 상품대금을 수개월씩 늦게 지급한 사실이 적발돼 21억여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쿠팡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1억8천5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2021년 4월 도입된 직매입 상품대금 법정지급기한(60일) 조항을 적용한 첫 제재 사례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쿠팡은 2020년 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납품업체와 '순수상품판매이익률'(PPM) 목표치를 설정하고, 목표에 미달하면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했다. 경쟁 온라인몰과의 최저가 경쟁으로 판매가격이 내려가 이익률이 떨어질 경우에도 납품업체에 가격 인하 협의를 요청했다. 협의에 소극적이면 발주 중단이나 축소 가능성을 암시하며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직매입 거래에서 가격 하락과 재고 위험은 유통업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인데, 쿠팡이 최저가 정책으로 인한 마진 감소 위험을 납품업체에 전가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대규모유통업법상 '불이익 제공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쿠팡은 같은 기간 '매출총이익률'(GM) 목표도 설정했다. 목표에 못 미치면 광고비, 쿠팡체험단 수수료, 프리미엄 데이터 이용료 등을 납품업체에 부담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해당 비용이 판매 촉진 목적이라기보다 이익률 보전을 위한 대체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봤다. 이는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금지' 조항 위반으로 판단됐다.
대금 정산 지연도 대규모로 확인됐다. 쿠팡은 2021년 10월 21일부터 2024년 6월 30일까지 납품업체 2만5천여곳과 50만8천여건의 직매입 거래를 하며 상품대금 2천809억여원을 법정기한인 상품수령일로부터 60일을 넘겨 지급했다. 최소 1일, 최대 233일 늦게 지급했다. 연 15.5%의 지연이자 8억5천300여만원도 주지 않았다. 공정위는 미지급 이자를 납품업체에 지급하도록 명령했다.
'쿠팡체험단' 프로그램 운영 과정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2020년 9월부터 2024년 6월까지 6천743개 납품업체와 3만4천여건의 체험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중 소비자가 실제 참여하지 않아 소진되지 않은 상품 2만4천986개에 대한 비용 5억3천600여만원을 납품업체에 반환하지 않았다.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는데도 비용을 돌려주지 않은 것은 반대급부 없는 불이익이라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는 쿠팡에 행위 금지와 재발 방지 교육 실시, 미지급 금액 지급·반환 등을 포함한 시정명령을 내렸다. 법정지급기한의 기점인 '상품수령일'이 납품업체가 상품을 인도한 날임을 분명히 해 자의적 검사 지연에 따른 대금 지급 지연을 차단하는 기준도 제시했다.
다만 공정위는 정확한 단가 인하 규모와 광고비 요구 금액 산정에 한계가 있어 관련 위반 행위에 대해 정액으로 부과 가능한 최대 과징금 5억원씩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위반 행위가 조사 대상 기간 전후에도 지속됐을 가능성은 있으나, 증거로 특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제재했다는 설명이다.
조원식 공정위 유통대리점조사과장은 "온라인 쇼핑시장 압도적 1위 사업자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비용과 위험을 납품업체에 전가한 행위는 직매입 거래의 본질을 훼손한 것"이라며 "핵심 사업 모델을 시정해 유사 불공정 관행 확산을 막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