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로봇 부품에서 완제품, 정책 인프라까지 잇는 산업 생태계를 앞세워 휴머노이드 산업 거점으로 도약하고 있다. 기업 현장의 기술 축적과 대구시의 전략 사업이 맞물리며 밸류체인이 빠르게 확장되는 흐름이다.
지난 11일 찾은 대구 달성 테크노폴리스의 삼익THK 공장. 반도체와 2차전지 공정에 쓰이는 정밀 레일 장치인 LM가이드(Linear Motion Guide)가 열처리, 연삭, 조립, 검사를 거쳐 한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었다. 6축 다관절 로봇이 부품을 옮기고 자동 측정 시스템이 공정마다 정밀도를 분석했다. 일부 공정은 인력이 담당했지만 자동화 전환이 병행되고 있었다.
삼익THK는 이 같은 정밀 모션 기술을 토대로 반도체용 기판 이송 로봇 'U-WTR'을 공급하는 등 로봇 분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이달 11일~13일 서울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반도체 산업 전시회인 세미콘코리아 2026에서는 휴머노이드 형상 다관절 로봇이 결합된 자율이동로봇 'NX-mobile AMR'을 공개했다. 카메라로 주변을 3차원 인식하고 관절 끝단 센서로 물체 형상을 파악해 적재와 이송을 수행하는 구조다. 회사 관계자는 축적된 하드웨어 기술력이 로봇 산업 확장의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부품과 제어 영역에서도 지역 기업들의 역할이 뚜렷하다. 삼익THK 계열사 삼익HDS는 휴머노이드 관절 구동에 쓰이는 하모닉드라이브 감속기를 생산한다. LS메카피온은 서보(servo) 모터와 드라이브 시스템을 공급하며, 아진엑스텍은 국내 최초 모션제어칩을 개발해 정밀 제어 시스템을 구축했다. 구동과 제어 기술이 집적되면서 휴머노이드 구현의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는 평가다.
휴머노이드와 같은 다관절 로봇은 액추에이터 같은 구동계 부품이 핵심이다. 액추에이터는 로봇의 동작을 제어하는 구동 장치로서 모터·감속기·제어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동차의 조향장치와 유사하다. 생산원가에서 액추에이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최대 70~8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완제품 기업들도 움직이고 있다. HD현대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을 넘어 AI 기반 휴머노이드와 자율 물류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와이제이링크는 자율이동로봇 'YGV'를 해외 전시회에서 선보였고, 도구공간은 순찰 특화 로봇으로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지역 기업들이 부품에서 서비스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밸류체인을 촘촘히 잇는 모습이다.
정책 지원도 병행된다. 대구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기반이 되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에 도전하는 동시에 올해 상반기쯤 '휴머노이드 로봇 안전인증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미 로봇산업 클러스터와 국가로봇 테스트필드, AI로봇 글로벌 혁신 특구 등 인프라도 단계적으로 조성돼 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역 자동차 부품 기업의 로봇 산업 진출 가능성에 주목했다. 차량용 액추에이터 등 기존 기술을 활용한 전환이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현장 기술, 기업 집적, 정책 인프라가 맞물리며 대구 로봇산업은 휴머노이드를 축으로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