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간 민자회사에 혈세 수백억 투입…유료도로 정책 이대로 괜찮나

입력 2026-02-22 13:58:43 수정 2026-02-22 14: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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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유료도로 운영 사례, 범안로·국우터널·앞산터널로 등 3곳
민간 회사에 통행 수익 보전 비용, 시비 연간 수십~수백억 지출
범안로 요금소 유휴부지 활용 방안 마땅찮아…국우터널 수순 밟나

13일 대구 수성구 범안로 고모 요금소로 차량들이 드나들고 있다. 오는 9월 범안로 통행료가 전면 무료화된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3일 대구 수성구 범안로 고모 요금소로 차량들이 드나들고 있다. 오는 9월 범안로 통행료가 전면 무료화된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도로와 같은 주요 사회기반시설을 민간 회사가 건설하고 지자체가 일정 수익을 보장해주는 경우 수년에 걸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 재정으로 도로를 조성해 관리하면 민간 회사에 혈세를 지출할 필요가 없지만, 재정이 넉넉지 못한 상황에서는 민간에 건설을 맡긴다. 이후 민간 회사가 관리·운영권을 일정 기간 가지면서 통행료 수익으로 건설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면 협약에 따라 시 재정이 장기간 투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구시는 범안로, 국우터널, 앞산터널로 등 3곳을 유료도로로 운영해왔다. 재정 지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익 보장 방식을 변경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연간 재정 지출 규모는 불어났다. 유료도로 정책은 '실패'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민간 회사 운영 유료도로…시 재정 투입 막대

18일 대구시에 따르면 오는 9월 민간 회사의 관리·운영권이 종료되는 범안로는 24년 간 대구시 재정이 총 3천204억원 투입됐다. 범안로는 대구의 대표적인 민자 유료도로로 지난 2002년 9월 1일부터 오는 8월 31일까지 대구동부순환도로 주식회사가 운영 중이다.

범안로에 투입된 시 재정지원금은 연간 수십~수백억원에 달한다. 개통 초기인 2003년 34억원 수준이었던 재정지원 규모는 2010년 189억원으로 치솟았다. 최근 10년간 범안로 재정지원 현황을 보면 ▷2016년 130억원 ▷2017년 95억원 ▷2018년 86억원 ▷2019년 141억원 ▷2020년 122억원 ▷2021년 116억원 ▷2022년 151억원 ▷2023년 202억원 ▷2024년 180억원 ▷2025년 185억원 등이다.

시는 민자회사에 과도한 재정이 투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12년 7월부터는 범안로 운영 수입 보장 방식을 '최저운영수익보장'(MRG)에서 '비용 보전 방식'으로 바꿨다. MRG는 실제 통행료 수입이 예상된 통행량에 미치지 못할 경우 부족분에 대해 일부를 시가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비용 보전 방식보다 재정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비용 보전 방식을 적용하면 원금과 이자, 운영비를 합한 금액에서 통행수입을 제외한 부분만 대구시가 보장해주면 된다.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2012년 수익 보장 방식을 변경한 뒤로도 대부분의 해에 연간 100억~200억원이 투입된 셈이다.

앞서 국우터널 역시 1999년 8월 1일부터 2012년 7월 31일까지 13년간 유료로 운영됐다. 국우터널의 경우 애초 통행료를 800원으로 책정했다면 수입으로 원금 전체 상환이 가능했지만, 대구시는 시민 부담 경감 차원에서 통행료를 500원으로 책정했다. 대신 유료 운영 기간 종료 이후 협약에 따라 미상환 원금 및 이자를 대구시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결국 민간 회사 운영기간 종료 이후 2013년부터 7년 동안 매년 40~50억원 가량 시 재정이 투입돼, 총 315억원의 재정지원금이 나갔다. 연도별로는 ▷2013년 47억원 ▷2014년 50억원 ▷2015년 47억 5천만원 ▷2016년 44억 5천만원 ▷2017년 43억원 ▷2018년 42억원 ▷2019년 41억원 등이다.

현재 유료도로로 운영 중인 앞산터널로 역시 막대한 재정 지원금이 연간 지출되고 있다. 앞산터널로는 2013년 6월 15일부터 2039년 6월 14일까지 26년 간 대구남부순환도로 주식회사에서 유료도로로 운영 중이다. 개통 시점부터 5년 동안은 통행수입이 추정통행료의 50% 미만인 경우에는 대구시가 수입 보장을 하지 않기로 계약했다. 다만 2016, 2017년 두 해에는 50%를 넘어서면서 MRG 적용을 받아 180억원의 재정지원을 받았다.

이밖에도 감면차량 지원분에 대한 재정 투입 등 11년간 총 306억원이 들었다. 올해 역시 17억원이 앞산터널로 재정 지원 명목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대구 북구 국우터널을 통과해 학정동 방향으로 가는 도로에 대형화물차들이 줄지어 주차돼 있다. 국우터널과 학정동 일대는 주·야간 구별 없이 불법 주차된 대형 화물차로 인해 잦은 교통사고와 소음피해는 물론 가로정비를 방해하는 등 주민들이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대구시는 부족한 화물차 주차장과 현행 차고지증명제의 한계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만, 단속을 강화해 시민 불편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대구 북구 국우터널을 통과해 학정동 방향으로 가는 도로에 대형화물차들이 줄지어 주차돼 있다. 국우터널과 학정동 일대는 주·야간 구별 없이 불법 주차된 대형 화물차로 인해 잦은 교통사고와 소음피해는 물론 가로정비를 방해하는 등 주민들이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대구시는 부족한 화물차 주차장과 현행 차고지증명제의 한계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만, 단속을 강화해 시민 불편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요금소 후적지 활용방안 문제

민간 회사의 운영기간 종료 이후 톨게이트(요금소) 후적지 활용 문제도 골칫거리다. 대구시는 지난해 5월 28일부터 '범안로 교통개선 및 유휴부지 활용방안' 용역을 시작해 11월 23일까지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계약 기간을 한 달 가량 남겨놓고 마땅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채 지난해 10월 28일 용역을 중지시켰다.

국우터널 역시 지난 1999년 8월 1일~2012년 7월 31일까지 유료 운영되다, 대구시로 이관되며 터널 통과 요금이 사라지며 톨게이트(요금소) 후적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무료화 이후 기존 영업소는 건물 도로 관리용으로 북구청에서 사용 중이고, 요금소는 철거됐다.

국우터널 입구에는 요금소 부지를 포함해 약 4천200㎡상당의 유휴부지가 발생해 대구시는 해당 부지에 시비 6억 3천만원을 들여 안전지대를 조성했다. 하지만 해당 부지는 사실상 방치된 채 장기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뒤덮인 상태다. 안전지대 위에 주차는 불법이지만 대구시는 관할 북구청에 단속을 요청한 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9월 범안로 고모요금소 역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면 국우터널 요금소 후적지와 같은 수순을 밟게 될 위기에 놓여 있다. 시는 올해 범안로 고모요금소 시설 개선 공사 비용 명목으로 20억원을 책정해둔 상태다. 대부분 요금소 철거 비용과 도로 포장 비용으로, 안전을 위해서라도 요금소는 철거해야 한다는 게 대구시 설명이다. 무료화 이후에는 톨게이트가 필요 없어지고 요금소 사이를 고속으로 통과하는데 있어 위험한 구조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조만간 고모요금소 후적지 활용 방안을 찾아서 용역을 완료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오는 9월 도로가 무료화되더라도 유휴부지 활용 방안과는 별개로 정상 운영 가능하다고 밝혔다.

대구시 관계자는 "국우터널의 경우 시민 부담 경감을 위해 통행료를 절감하다 보니 통행료 수입이 부족했고, 시 재정이 투입됐던 부분이 있었다.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재정 상황이 더욱 열악해졌고 유료도로 재정 지원 조건도 보다 까다로워질 것"이라며 "유료도로를 운영하는 민자회사에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우터널 요금소 부지에 방치된 주정차 차량은 단속 권한이 있는 북구청에 단속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