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영업익 흑자 전환에도 당기순손실 2243억원 발생해 투자자 혼란
PRS·RCPS 파생상품 평가손실 탓…실제 현금유출 없어
본업 흑자+주가 반등, 메탈값 상승 등 우호적 요소 …차입금 이자·유동부채 부담도
에코프로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2332억원으로 극적인 흑자 전환에 성공했음에도 당기순손실 2243억원을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올해 들어 지난해 실적 공개를 앞둔 이달 4일까지 에코프로의 주가는 무려 93.61% 올랐었지만 5일 실적 발표 이후부터 지난 12일까지 6거래일간 11.57% 내리며 상승세가 주춤한 모습인데요. 종목토론방에는 "파생상품 평가손실이라는 단어에 놀란 투자자들이 많은 것 같다"는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PRS나 RCPS가 뭔지도 모르니까 팔아치우는 것"이라는 댓글도 달렸습니다.
흑자 전환인데 파생상품 손실로 당기순손실 기록한 에코프로, 이게 진짜 위기 신호일까요?
◆'돈 안 나간' 손실…PRS가 뭐길래
이번 혼란의 핵심은 주가수익스왑(PRS)입니다. 에코프로는 지난해 10월 자회사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담보로 6개 증권사와 PRS 계약을 맺고 8000억원을 조달했습니다. PRS는 쉽게 말해 자회사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되 나중에 주가 변동분을 정산하는 계약입니다. 주가가 오르면 회사가 차익을 받고 반대로 주가가 내리면 그 차액만큼 회사가 손실을 보전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에코프로가 PRS를 선택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유상증자는 주주가치가 희석되고, 회사채 발행은 부채비율이 높아집니다. 반면 PRS는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돼 두 가지 단점을 동시에 피할 수 있습니다. 지분 희석 없이 8000억원 실탄을 손에 쥔 셈입니다.
문제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계약 단가(17만2600원)를 밑도는 14만원대로 떨어지면서 약 1160억원의 평가손실이 장부에 찍혔다는 겁니다. 여기에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관련 손실 약 1800억원이 더해지며 파생상품 손실 총액이 2960억원에 달했습니다. 작년 말 기준 에코프로머티 주가는 기준가액 7만5974원을 하회하는 5만원대 초반을 기록했습니다.
◆진짜 돈이 나간 게 아니다… 본업도 주가도 상승세
사실 장부에 손실이 찍혔지만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 건 아닌데요. 에코프로가 영업으로 벌어들인 실적은 흑자이기 때문입니다.
에코프로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조4315억원, 영업이익 233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액은 전년(3조1279억원) 대비 10%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습니다. 이는 에코프로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인도네시아 투자 성과 및 메탈 트레이딩 호조 영향입니다.
이번 실적과 관련 에코프로 측이 강조하는 점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대규모 손실은 실제 현금 유출을 동반하는 비용은 아닌데다 본업은 잘되고 있다는 거죠.
더 중요한 건 지금 이 시점의 주가입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평가손실이 잡혔지만 지난 12일 기준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계약 단가를 상회하는 수준인 20만7000원을 기록했습니다. 주가가 계약 단가를 넘으면 이번 손실은 고스란히 다음 분기 평가이익으로 환입됩니다.
조장훈 에코프로 경영관리실장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주가는 계약 단가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므로 이 수준이 유지되면 다음 분기에는 상당 규모 평가이익이 다시 계산될 수도 있다"면서 "두 평가 손실 모두 현금 유출이 동반되지 않는 회계상 손실이며 향후 주가 흐름에 따라 평가이익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확정 손실이 날 가능성이 있는가에 대해선 따져볼 부분입니다. PRS 만기(2년) 시점에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계약 단가를 밑돌면 그때는 실제 현금이 빠져나가는 확정 손실이 됩니다. 이 가능성을 고려해봐야 하는 것인데요.
현재 상황을 보면 긍정적인 신호가 적지 않습니다. 4분기 영업이익이 662억원으로 본업이 살아 있고, 메탈 시세 변동에 따라 인도네시아 제련소 투자 및 트레이딩 이익 규모를 연평균 1800억원에서 2200억원 수준으로 상향 추산했습니다. 제련 투자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제품 판매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률 개선도 기대됩니다. 실제로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올해 1월 말 니켈 가격은 ㎏당 17.7달러로 지난해 3분기 말 대비 16% 상승했고, 리튬은 19.0달러로 98%, 코발트는 55.6달러로 62% 올랐습니다.
물론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데요. 다만 본업의 현금 창출력과 주가 흐름이 받쳐주는 한 이번 평가손실은 '유령 손실'에 가까운 만큼 이번 당기순손실 숫자 이면의 흐름을 살펴봐야 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는 "경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강도 높은 경영 효율화 작업과 동시에 인도네시아 제련 사업 투자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올해 전 사업장 AI 도입, 로봇 등 뉴 애플리케이션 대응력을 강화해 흑자 기조를 안착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과연 제시한 비전대로 본업의 성장과 이에 따른 주가 반등을 지속할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