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가격 인상·인하 폭·시기 8차례 합의…수요처 공동 압박 정황도
2007년 제재 후 재범…"높은 진입장벽 악용, 소비자 부담 키웠다"
국내 설탕 시장의 90%를 장악한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이 4년 넘게 가격을 짬짜미한 사실이 적발돼 4천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007년 담합 제재 이후 20여 년 만의 재범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제당 3사가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설탕 판매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를 합의해 실행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총 4천83억1천300만원(잠정)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업체별 과징금은 CJ제일제당 1천506억8천900만원, 삼양사 1천302억5천100만원, 대한제당 1천273억7천300만원이다. 업체당 평균 약 1천361억원 수준으로, 공정위 담합 사건 중 업체당 평균 기준으로는 최대다. 과징금 합계 기준으로는 역대 두 번째 규모다. 2024년 내수 판매량 기준 이들 3사의 시장 점유율은 약 89%다.
설탕은 가공식품·외식 산업의 핵심 원재료로, 원가 변동이 소비자 물가에 직결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4년여간 모두 8차례 가격을 담합했다. 인상 6차례, 인하 2차례다. 원당 가격이 오를 때는 원가 상승분을 신속히 반영하기 위해 공급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사전에 조율했다. 가격 인상에 난색을 보이는 식품·음료 업체 등 수요처에는 공동 대응을 통해 압박한 정황도 드러났다.
반면 국제 원당 가격이 하락할 때는 인하 폭을 제한하고 시기를 늦추기로 합의했다. 원가 하락분을 판매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제당 3사는 대표급부터 본부장·영업임원·영업팀장급까지 직급별 모임과 연락망을 통해 가격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거래처별로 점유율이 높은 업체가 협상을 맡고 그 결과를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이 공정거래법이 금지한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들 3사는 2007년에도 설탕 가격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들이 재차 담합에 나섰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 위원장은 "설탕 산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구조"라며 "안정적 수익 기반 위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담합을 반복한 점은 책임이 무겁다"고 했다.
공정위는 가격 재결정 명령도 검토했으나, 조사 개시 이후인 지난해 7월과 11월, 올해 1월에 설탕 가격이 인하된 점을 고려해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