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 통으로 위험을 읽는다"…감춰진 관계성 범죄를 선제 차단하는 APO의 하루

입력 2026-02-10 17:37:18 수정 2026-02-10 18:5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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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남부경찰서 APO 이현숙 경위 "관계성 범죄, 100건 중 한 건이라도 놓치면 안 돼"
피해자와의 통화, 목소리 떨림이나 가쁜 호흡 등 미세한 신호를 놓치지 않는 감각도 중요

대구 남부경찰서 APO(학대예방경찰관) 이현숙 경위가 인터뷰에 임하며 업무설명을 이어가고 있다. 임재환 기자
대구 남부경찰서 APO(학대예방경찰관) 이현숙 경위가 인터뷰에 임하며 업무설명을 이어가고 있다. 임재환 기자
대구 남부경찰서 APO(학대예방경찰관) 이현숙 경위가 업무에 임하는 모습. 임재환 기자
대구 남부경찰서 APO(학대예방경찰관) 이현숙 경위가 업무에 임하는 모습. 임재환 기자

"피해 사실을 내 가족의 일처럼 여기고 끝까지 확인하는 것이 2차 피해를 막는 데 결정적입니다."

주변인으로부터 범죄를 당하더라도 피해 사실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시대, 그 틈에서 감춰진 피해를 놓치지 않고 찾아내는 경찰이 있다. 하루에도 수십통의 전화를 걸며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대구 남부경찰서 학대예방경찰관(APO) 이현숙 경위가 그 주인공이다.

10년간 학교전담경찰관으로 근무했던 그는 2년 전 APO로 자리를 옮겼다. 노인·아동학대 사건을 중심으로 보이지 않는 위험을 포착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 경위가 APO로서 대응한 사건 건수만 423건에 달한다.

APO의 하루는 전날부터 당일 새벽까지 접수된 가정·교제폭력, 아동·노인학대 등 관계성 범죄 신고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로 시작된다. 별도의 선별 절차 없이 신고자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에 나서는 게 원칙이다.

이 경위는 "경미한 내용으로 보이더라도 모든 신고자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관계성 범죄는 지속적인 피해 유형이 많은데 100건 중 한 건이라도 놓치면 자칫 살인 등 대형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장에서는 신고 이후 보복이 두려워 피해를 숨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경위는 '내 가족의 일'이라는 마음으로 피해자와 신뢰를 쌓는 데 집중한다. 마음의 문이 열려야 감춰진 피해가 드러나고, 가해자 분리부터 보호시설 연계까지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이 경위는 피해 사실을 확인하기 전까지 귀에 댄 전화기를 내려놓을 줄을 모른다. 전적으로 피해자의 상황을 파악해야 해 30~40분 통화는 기본이다.

대구 남부경찰서 APO(학대예방경찰관) 이현숙 경위가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임재환 기자
대구 남부경찰서 APO(학대예방경찰관) 이현숙 경위가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임재환 기자

피해자와의 통화에서는 말의 내용뿐 아니라 목소리의 떨림이나 가쁜 호흡 같은 미세한 신호를 놓치지 않는 감각이 중요하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현장종결로 마무리됐던 한 성범죄 신고를 다시 살피다 이상함을 감지했고, 약 4시간에 걸친 설득 끝에 사건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이 경위는 "피해자는 경찰과 처음 통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라포 형성이 되지 않으면 진짜 피해는 끝내 나오지 않는다"며 "해당 건은 짧게 통화하고 끝냈다면 더 큰 범죄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APO의 역할은 신고 처리로 끝나지 않는다. 쉼터 연계와 주거 지원, 상담기관 연결 이후에도 수개월간 모니터링을 이어간다. 피해자 상황에 따라 3개월, 6개월 단위로 관리 기준을 정하고 매달 안부를 확인한다.

신고 내용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전화를 이어가다 보니 안구건조증이 생기고 목이 쉬어도 이 경위에게는 쉴 틈이 없다.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전날 신고는 당일 조치'가 원칙이라는 말을 스스로 되새기고 있어서다.

그는 "안전하게 분리된 뒤 '살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피해자분들이 있다. 그 한마디로 업무에 보람을 느낀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를 놓치지 않고 1부터 100까지 확인하는 것, 그게 APO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